잔잔한 찬양·간증 통해
힘겨운 시간 극복 도움
성탄절은 사랑과 감사 그리고 용서를 실제적으로 나누는 시즌이다. 일 년 내내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이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풀기도 한다. 하지만 슬픔과 그리움에 힘들어 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때보다 가슴이 저리고 시린 때이다.
릴리전뉴스서비스(RNS)가 19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워싱턴 DC에 위치한 제일침례교회에서는 지난 13일 ‘블루 크리스마스 예배’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올 한 해 동안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지를 잃은 사람들과 상실과 절망에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고통과 아픔 속에서 성탄절을 맞는 이를 위해 특별히 마련한 예배였다.
성탄절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모든 이를 끌어안으려 왔다는 것이다. 이 특별한 예배는 ‘블루 크리스마스’(우울한 성탄절)가 그리스도의 온기를 거치면서 소망의 크리스마스로 전환하는 자리가 됐다.
RNS는 워싱턴DC 일대를 포함해 미 전역에서 이와 같은 ‘블루 크리스마스 예배’가 확산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가족과 친지와 사별한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나누는 시간이 성탄절의 참뜻과 가치를 제대로 실현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백악관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이 교회가 ‘블루 크리스마스 예배’를 연 것은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년에 걸쳐 전국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회는 물론 병원이나 호스피스 현장에서도 ‘살아남은 자’들이 모여 먼저 떠나 간 사람들을 추모하며 성탄절 예배를 갖고 있다.
‘블루 크리스마스 예배’에서는 잔잔한 찬양과 참석자의 간증이 이어진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사연과 자신의 감정 상태 그리고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백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와 함께 목회자에게는 중보기도의 요청이 줄을 잇게 된다.
워싱턴DC 제일침례교회에 모인 예배자들은 “왜 내가 고통스러워 하는가? 하나님께 소망을 두겠다”는 성경구절을 읽고 “이 아기는 어떤 아기인가’라는 찬양을 불렀다. 그리고 이어서 베이스 성악가가 부르는 성가 ‘사랑스러운 아기 예수’에 귀를 기울였다.
이 자리에서 줄리 페닝턴 러셀 담임목사는 “사별을 겪은 이들에게는 성탄절은 가장 힘겨운 시즌이기 마련”이라며 “특히 이런 시즌에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게 쉽지 않겠지만, 오늘 이 예배는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단 한 번뿐인 시간과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교회사역상담사인 폴 클락 목사는 어머니가 소천한 이후 근위축성측색경화증(ALS)을 앓고 있는 상황을 간증했다. ALS는 수의근을 제어하는 신경세포가 소멸되는 병으로 근육이 딱딱해지고, 경련을 일으키며, 점차적으로 약해져서 결국 근육 크기가 줄어드는 병이다.
클락 목사는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사랑하고, 죽기 마련”이라면서 “다만 탄생과 사망 사이에는 ‘나는 무엇을 이룰 것인가’라는 질문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텍사스주 댈러스에 자리잡은 예수승천성공회교회는 올해 처음으로 ‘블루 크리스마스 예배’를 마련했다. 이 교회의 말시 파운더스 성공회신부는 “우리 교회에는 사별 뿐 아니라 이혼이나 실직, 불임 등으로 고통받는 교인들도 있다”며 “슬퍼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파운더스 신부는 “슬픔에 빠진 사람은 성탄절의 기쁨을 자기가 받기도 힘들고, 또 남에게 나눌 힘조차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유정원 종교전문 기자>
워싱턴 DC 제일침례교회에서‘블루 크리스마스 예배’가 진행되고 있다. [R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