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릴없이 호숫가에 앉아
일렁이는 수면에 초점 잃은 눈길
죄 없는 잡초만 뜯고 있다
호수 저쪽 붉어 오는 석양을 바라보다
향수에 젖어 핑 돈 눈물 눈앞을 흐리고
호수에 기울인 귀
들리는 것은 웅얼거리는 물결 소리뿐
낮게 깔린 때아닌 저녁 안개
점점 어둠에 묻히고
뇌수를 파고드는 한줄기 고독
멀리서 가로등 불을 밝힌다
붉어진 호수는 화려한 꽃이 되어 너울거리고
눈물에 젖은 얼굴 희미한 안개 속의 지난날
그래도 또렷한 고향산천
잊지 못할 어머니
향수는 날개 펴 새가 되어 훨훨 날더니
사라져버린 태양 뒤편으로
그마저 날아가고 허탈함에 떨군 고개
물결에 섞여 흔들리는 가로등 불빛만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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