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발길 따라 만나는 부처님 나 닮은 불상 찾아볼까

지역뉴스 | 라이프·푸드 | 2017-10-13 10:10:03

한국여행,천불천탑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모든 것이 조화롭고 순하다. 산은 높지만 위압적이지 않아 골짜기마다 정겨운 마을을 품었다. 산줄기를 에두르는 물길은 험하지 않아 한없이 편안한 풍경을 숨겨놓았다. 전남 중앙부에 자리잡은 화순(和順)의 모습이 그렇다. 따사로운 가을볕에 축축한 마음 한 자락 널어 말리기 좋은 곳이다.

‘천불천탑’ 중에 나를 닮은 부처 하나

운주사에 대한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구름이 머무르는 사찰이니 높은 산중턱에 자리하겠거니 하는 생각은 틀렸다. 해발 200m, 화순 땅에서는 평지나 다름없다. 또 하나, 화순에서 가장 이름난 절임에도 입구에 번잡한 상가는커녕 식당 하나 없다. 주차장 끝자락에 허름한 시골 슈퍼 하나가 길손을 맞을 뿐이다.

‘영귀산운주사(靈龜山雲住寺)’라는 현판이 걸린 일주문을 통과해 절간으로 오르는 길은 거북도 힘들지 않을 정도로 순탄하다. 평탄한 길을 조금만 걸으면 운주사에서 가장 높은 9층 석탑을 만난다. 바로 옆 ‘연장바위’는 운주사의 창건 설화를 담고 있다. 하루 만에 1,000개의 불상과 탑을 완성하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믿음으로 석공들이 온 힘을 다하고 있었는데, 일하기 싫어하는 한 동자가 닭 울음 소리를 내자 석공들이 날이 샌 줄 알고 연장을 두고 떠났다는 이야기를 간직한 바위다. 사찰 안내판은 조선시대 지리서인 신증동국여지승람의 기록을 들어 실재로 석불과 석탑이 각각 1,000개씩 존재했던 것으로 홍보하지만, 현재는 석불 93구와 석탑 21기가 남아있다.

경내로 들어서면 높이 때문에 9층 석탑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조금만 눈을 돌리면 사방에 크고 작은 석불이다. 사람 하나 편히 앉을 만한 비탈이나 바위 틈이면 어디든 불상이 자리잡았다. 크기도 10m 거구에서부터 수십 ㎝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불상의 형태는 애초에 정교한 조형미나 종교적 위엄과는 거리가 멀어 더욱 친근하다. 평면적이고 토속적인 얼굴, 투박한 돌기둥이 그대로 남은 신체, 어색하고 균형 잡히지 않은 손과 팔은 뭇 중생들의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거기에 세월의 흔적까지 더해 신체의 일부가 뭉개지거나 떨어져 나간 ‘못난이 부처님’이 대부분이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발길을 옮기노라면 자신을 꼭 닮은 불상 하나는 만날 듯하다.

석탑도 파격적이긴 마찬가지다. 흔히 보는 사각 기단과 지붕에서 벗어난 원판 형태의 탑이 있는가 하면, 탑신과 기단에는 연꽃과 부처뿐만 아니라 엑스자(X), 마름모 등 기하학적 무늬를 가미했다. 3ㆍ5ㆍ7ㆍ9 등 다양한 높이의 석탑은 대체적으로 날렵하다. 이 모든 것이 고려시대 양식으로 추정되지만 전남대 박물관에서 실시한 4차례의 발굴조사에서도 정확한 창건연대와 조성배경을 확증하지 못해 운주사는 여전히 신비로움에 싸여 있다.

운주사의 본 모습을 제대로 느끼려면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우 산자락으로 발품을 좀 팔아야 한다. 일주문에서 본당에 이르는 구간에서 보는 석탑과 석불은 일부에 불과하다. 다양한 모양의 불상과 불탑이 보물찾기 하듯 골짜기마다 들어 앉았기 때문이다. 넓은 지역에 불교 유적이 흩어져 있는 경주 남산의 축소판이라 해도 좋고, 자연을 품은 오래된 조각공원으로 봐도 무방하다.

우선 지장전 뒤편의 불사(佛事)바위에 오르면 사찰의 규모가 한눈에 파악된다. 운주사를 창건한 도선국사가 공사를 진두지휘했다는 설화가 전해지는 바위는 한 사람 너끈히 앉을 만큼 의자처럼 파여 있다. 부드러운 좌우 능선 사이에 푸근히 자리잡은 석탑군(群)은 아늑하면서도 기품이 넘치고, 절간 너머 들판엔 노랗게 가을이 익고 있어 마음이 넉넉해진다.

불사바위에서 내려와 꼭 올라야 할 곳은 와형석조여래불(臥形石造如來佛), 즉 와불이 자리한 대웅전 서편 언덕 꼭대기다. 오르막이 제법 가파르지만 건너편 산자락이 잘 보이는 너럭바위에는 어김없이 석탑이 우뚝 섰고, 그 바위 아래에는 태연하게 불상이 자리를 틀고 앉아 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 와불은 모로 누워 머리에 팔을 괴고 있는 일반적인 형태와 달리 두 불상이 나란히 하늘을 보고 누워 있다. 애초에 와불로 제작한 것이 아니라 조각을 마친 후 등판을 분리시켜 세우는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한 탓이다. 불상이 일어서는 날 새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기대는 미래에 대한 간절한 희망으로 남았다. 석공으로서는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겠지만, 그 덕에 후대 사람들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부처를 만나게 됐다. 보호 테두리를 둘러 바로 옆에 누울 수는 없지만 모든 잡념 내려놓고 처연히 앉아서 무작정 쉬고 싶은, 운주사에서 가장 오래도록 시간을 보내도 좋을 곳이다.

와불 산책을 마치고 일주문으로 되돌아 나오는 길에 오를 때는 보지 못한 작은 불상들이 정갈하게 나란히 자리잡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몸매도 매끈하고 이목구비도 한결 또렷해 의아했는데, 매년 석가탄신일을 기해 추가하는 불상이란다. 운주사 골짜기의 천불천탑 전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다 못 본 매력은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에서

운주사 들머리에 올해 초 ‘천불천탑 사진문화관’이 문을 열었다. 화순의 다양한 매력을 사진으로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다. 이달 말까지는 개관 특별전으로 오랫동안 운주사의 모습을 기록해 온 오상조 광주대교수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두어 시간 둘러봐서는 발견할 수 없는 천불천탑의 또 다른 모습을 작가의 눈을 통해 보여 준다. 빛의 방향과 음영에 따라 표정을 달리하는 부처의 얼굴, 계절마다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석탑과 석상 사진은 현장에서 놓친 감흥을 전달한다.

1층의 ‘카메라옵스큐라’는 사진문화관의 또 다른 자랑거리다. 전시실을 카메라 내부에 들어선 것처럼 꾸몄다. 캄캄한 어둠에 적응할 때쯤이면 실제 카메라렌즈를 통해 들어오는 건물 외부의 영상이 눈앞에 펼쳐지는 신비로운 체험 시설이다.

<화순=최흥수 기자>

발길 따라 만나는 부처님 나 닮은 불상 찾아볼까
발길 따라 만나는 부처님 나 닮은 불상 찾아볼까

불사바위에서 본 운주사 전경.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뇌종양 투병 12세 소년의 작은 기부 큰 반향
뇌종양 투병 12세 소년의 작은 기부 큰 반향

차 팔아 22달러 25센트 병원에 기부해주민 기부 동참, Aflac 대표 10만 달러   조지아주의 한 12세 소년이 뇌종양과의 사투 속에서도 암 연구를 위해 모은 작은 기부금이

귀넷 검찰, 경찰관 살해 남성에 사형 구형 방침
귀넷 검찰, 경찰관 살해 남성에 사형 구형 방침

경찰 1명 살해, 1명 중상 입혀 조지아주 귀넷 카운티 대배심은 지난 2월 지역 경찰관을 총격 살해한 혐의로 35세 디캡 카운티 남성을 22일 기소했다.귀넷 카운티 검찰에 따르면,

아키플랜, 건축 디자인 부문 우승 쾌거
아키플랜, 건축 디자인 부문 우승 쾌거

SK온-현대차 배터리공장 '더 커먼스' 설계 스와니 한인 건축 디자인 회사 아키플랜(대표 토니 김)이 지난 18일 애틀랜타 서밋 앳 8 웨스트에서 열린 미 건축가협회(AIA) 조지

고유가에 3월 전기차 시장 급성장
고유가에 3월 전기차 시장 급성장

3월 신차 20.2%, 중고차 53.9% ↑현대차 전기차 판매 40% 급증해 미국 전기차 시장이 지난 3월 새로운 모델이나 파격적인 혜택이 아닌, '주유소 가격표'의 영향으로 강력

조지아주 소득세 환급 5월 초 지급
조지아주 소득세 환급 5월 초 지급

개인 250달러, 부부 500달러 환급 조지아주 납세자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일회성 소득세 환급금이 오는 5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지급될 전망이다. 조지아주 세무국(DOR)의 보고를

물리면 죽을 수도…’아시안 침 개미’ 주의보
물리면 죽을 수도…’아시안 침 개미’ 주의보

작년 이어 올해도 주 전역 확산 독성이 강한 외래종인 아시안 침 개미 (Asian needle ant)가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조지아 전역에 확산되면서 주의가 요구된다.조지아 대학

민주 바텀스,  공화 후보 모두 눌렀다
민주 바텀스, 공화 후보 모두 눌렀다

공화 성향 에설론 인사이트 후보간 가상 대결 여론조사 바텀스, 오차범위 안서 앞서 올해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유력 후보인 키샤 랜스 바텀스 후보가 공화당 후보들에게 오차

트럼프 정부, 시민권 박탈 ‘대대적 확대’ 추진
트럼프 정부, 시민권 박탈 ‘대대적 확대’ 추진

취소대상 총 384명 선정전국 연방검찰 사건 배당 추방·이민단속 강화 차원 “시민권자들도 불안·긴장”   트럼프 행정부가 귀화 시민권 박탈을 대대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이민자

애틀랜타 동물원,  새로운 판다 한 쌍 온다
애틀랜타 동물원, 새로운 판다 한 쌍 온다

트럼프 방중 전 '판다외교' 가동…"양국 인민 우의 증진" 24일 중국야생동물보호협회는 미국과의 판다 보호 협력을 확대하며 애틀랜타 동물원에 자이언트 판다 한쌍을 보내기로 했다고

고급 인력 취업 영주권도 심사 강화 ‘고삐’
고급 인력 취업 영주권도 심사 강화 ‘고삐’

취업 1순위 거부율 ↑ 2순위로 65%까지 탈락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심사가 강화되면서 고급 인력들의 취업 영주권 문턱도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탁월한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