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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선생님, 진료 내용 녹음해도 될까요?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9-14 10:10:49

의사선생님,진료내용,녹음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여러 질환 환자, 약 복용법·용어 기억 못해

녹음파일 있으면 다시 들을 수 있어 편리

 

 “소송 때 불리하게 작용” 의사들 반대 많아

대부분 주에서 합법… 조만간 일상화 전망

 

많은 환자들이 의사와 상담할 때 들은 이야기를 나중에 집에 와서 모두 기억해내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닥터 오피스에 갔을 때 스마트폰이나 디지털 리코더를 사용해 의사 이야기를 녹음해두면 어떨까? 그러면 언제든지 정확한 내용을 다시 들을 수 있으니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런 이야기를 하면 아마 많은 의사들은 놀라거나, 의심하거나, 싫어하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혹시나 환자와 개인적으로 상담한 내용이 유튜브에 오르는 것은 아닌지, 오진 소송에 휘말릴 때 사용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불안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시건주 러딩턴의 유명한 가정주치의 제임스 라이언(James Ryan)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닥터 라이언은 환자들의 동의를 받아서 상담 내용을 정기적으로 녹음하고, 그 오디오 파일을 안전한 웹 플랫폼에 올려두어서 환자들이 언제라도 필요할 때 다시 들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도 녹음 파일을 이용할 수 있다.   

닥터 라이언을 매달 찾아오는 셰리 파이퍼(63)는 이 녹음 시스템이 없으면 어떡하나 싶다고 말한다. 고혈압, 갑상선 기능저하증, 통풍, 우울증 등 수많은 질환으로 고생하고 있는 그녀는 나이 먹으면 의사에게 들은 내용을 많이 기억하지 못하게 됐다면서 오늘 이야기한 걸 내일이면 잊어버린다고 호소했다.  

수년전 여러 차례 수술과 입원을 거친 병력 때문에 기억력 기능이 많이 감퇴했다는 그녀는 바로 지난달에도 통풍 약 알로퓨리놀의 복용법이 가물가물했는데 녹음 파일의 도움을 받았다. 혈압 약을 바꿀 때도 닥터 라이언이 알려준 부작용을 정확히 알아두기 위해 근처에 사는 딸에게 잘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닥터 라이언은 “지금은 많은 의사들이 반대하지만 앞으로 한 20년 있으면 의사와의 만남을 녹음하는 일은 환자 진료의 정상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여러 개의 병을 가진 노인 환자들은 의사를 더 많이 찾게 되고 약도 더 많이 복용하기 때문에 이 방법이 요긴하다는 것이다. 노인들은 또한 청력 손실도 많은데 이 문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젊은 환자보다 노인 환자들이 의사 오피스에서 들은 내용을 기억하는데 더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  

최근 자마 의학지에 환자의 녹음에 관한 글을 쓴 다트머스 보건정책 및 임상학회 연구원 닥터 글린 엘윈은 “의사가 하는 말 중에는 어려운 의학용어들이 많아서 환자가 이 정보를 나중에 기억해내기는 무척이나 힘들다”고 설명하고 “특히 노인일수록 가족 친지에게 닥터와의 상담내용을 전달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다”고 지적했다.    

닥터 엘윈의 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에서는 녹음이 합법적이다. 그러나 11개주는 도청에 관한 법에서 양쪽 모두가 동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주들은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일리노이, 메릴랜드, 매서추세츠, 미시건, 몬태나, 뉴햄프셔, 오리건, 펜실베니아, 워싱턴 주로서, 의사가 오케이 해야 녹음할 수 있다.

그 외의 39개주에서는 한쪽의 동의만 있어도 녹음할 수 있다. 의료정보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연방법 HIPAA(Health Insurance Portability and Accountability Act 건강보험 양도 및 책임에 관한 법) 역시 환자의 녹음을 금지하지 않는다. 이 관할 지역에서는 환자들은 녹음을 합법적으로 요구할 수 있고, 의사들은 싫어도 동의해야 하거나 아니면 환자의 방문을 거부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의사진료의 녹음에 관한 33개의 연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환자들에게 녹음은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들은 나중에 내용을 다시 들어보기도 하고, 간병인과 함께 나누기도 하는 등 의사가 준 정보를 이해하고 더 잘 지키는 것으로 보고됐다.

사실 요즘은 스마트폰 등을 이용한 녹음이 쉽기 때문에 주머니나 백 속에 넣고 얼마든지 몰래 할 수도 있다. 닥터 엘윈과 연구팀은 영국에서 128명의 환자들을 조사한 서베이에서 15%가 닥터 이야기를 몰래 녹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행위는 좋은 것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의자와 환자 사이의 신뢰감이 무너질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인간관계를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의사가 녹음에 대해 공개적인 입장을 취하고, 다만 환자에게 필요한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견이다. 녹음 내용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이야기하고, 공개되지 않기를 원하는 상담 내용이 나올 때는 언제든지 ‘멈춤’(pause) 버튼을 누를 수 있다는 것 등을 미리 의논하라는 것이다.

녹음이 법적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다는 의사들의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몇몇 케이스에서 녹음이 증거자료로 제출된 적이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아직 그런 사례는 검증되지 않았다. 

2015년 버지니아 중에서 있었던 케이스는 흥미롭다. 마취된 상태에서 결장경 검사를 받은 환자가 의료진이 검사 도중 자신을 모욕하는 대화를 우연히 녹음하게 됐고 이를 제소한 것이다. 배심원단은 마취과 의사와 의료팀이 환자에게 50만달러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평결했다.

녹음 내용의 소유권과 사용 목적에 관해서도 몇가지 이슈가 있다. 예를 들어 닥터 라이언의 견해로는 웹에 쌓여가는 그 데이터를 익명으로 사용하면 의학 연구진들이 이를 의료개선에 활용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마케팅 도구로 남용되는 등 좋지 않은 결과도 나올 수 있다.

현재 적지 않은 의사 오피스와 병원들이 환자들의 내방 상담을 녹음하고 있고, 다트머스 학회에서는 그 내용과 결과를 연구 중이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갤베스턴에 있는 텍사스 의과대학 병원에서는 녹음기와 배터리를 대량으로 구입해 암 병동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제공하고 있다. 2009년부터 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일년에 약 300명의 신규 암 환자들이 사용에 동의하고 있으며, 앞으로 내과와 노인병과로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병원 관계자는 밝혔다.

피닉스 배로우 신경학회의 신경과 전문의 닥터 랜달 포터는 비디오 녹화를 더 선호한다. 환자의 절반이 60세 넘은 노인이라는 그는 환자와 상담할 때면 플라스틱으로 만든 뇌와 척추 모형을 들고 환자의 MRI 스캔 결과를 설명한다.  

그리고 환자의 동의를 얻어 아이패드로 상담 세션을 녹음한 다음 그가 창설한 메디컬 메모리(Medical Memory)라는 웹 플랫폼에 올려 환자가 나중에 그 비디오를 볼 수 있게 한다. 환자는 그 비디오를 가족이나 친구도 볼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다. “녹음해두지 않으면 환자들은 주차장에 다달았을 즈음에 벌써 상담 내용의 80퍼센트를 잊어버린다”는게 닥터 포터의 이야기다.  

그가 자신의 환자 333명을 조사해보니 절반은 비디오를 한번 이상 보았고, 3분의 2는 다른 사람과 공유했으며, 대다수가 비디오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기억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안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적 분쟁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일각의 우려와는 반대로 이 시스템을 사용하고 난 후 신경학회 대상의 오진 보험료가 반으로 내려갔다고 전한 그는 2015년 이후 400명 이상의 의사들이 메디컬 메모리에 등록했고, 그동안 2만8,000건을 녹화했다고 말했다.  

의료 녹음은 의사들이 주저하는 것이지 환자들은 대부분 환영한다. 닥터 라이언은 환자 500명 중에 이를 거부한 사람은 4명이었고, 그중 한명은 나중에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환자들이 녹음하려는 이유는 의사가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은데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지요. 의사를 잡으려고 하는게 아니랍니다”

 

의사선생님, 진료 내용 녹음해도 될까요?
의사선생님, 진료 내용 녹음해도 될까요?

닥터 제임스 라이언이 환자 셰리 파이퍼를 진료하고 있다. 닥터 라이언은 진료 내용을 녹음해 웹에 올림으로써 환자들이 언제든지 다시 들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진 Adam Bird/ NY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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