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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선수는 뇌암 잘 걸리나? 아니면 구장 탓인가?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8-29 10:10:35

야구,뇌암,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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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스서 뛴 3명도 뇌종양 숨져

운으로 치부하기엔 발병률 높아

습지대 매립 스테디엄이 원인?

설 분분… 전문가는“우연일뿐”

이달 초 프로야구 메이저리거 대런 돌턴이 뇌암 투병 중 55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993년 필라델피아 필리스 팀을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돌턴은 2013년 뇌종양의 한 종류인 교모세포종(glioblastoma) 진단을 받고서 4년 넘게 투병하다 눈을 감았다.

그의 죽음 이후 야구계는 꽤나 뒤숭숭한 분위기다. 왜냐하면 유명한 야구선수 중에 여러 명이 교모세포종 뇌종양으로 숨졌기 때문이다. 교모세포종은 가장 공격적인 악성 뇌종양인데, 필리스의 베테런스 스테디엄 구장에서 뛰었던 선수 중에서만 3명이 같은 병으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수년간 이 문제를 연구해온 전문가들은 단지 우연일 뿐이라고 말한다. 암의 발병 원인을 규명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고, 아무리 철저하게 검사한다 해도 그 원인을 단정적으로 찾아낼 수는 없다는 것이 하버드의 암 유행병학자 티모시 R. 레벡 박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지난 40여년간 필리스에서 뛴 선수들이 잇달아 뇌암으로 숨진 데 대한 불안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야구와 뇌암 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혹은 베테런스 스테디엄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다들 수근거리고 있다. 베테런스 스테디엄은 1971년 습지대를 매립한 부지에 세워졌으며, 2003년까지 필리스 홈구장으로 사용되다가 2004년 철거됐다.

“솔직히 걱정되지요. 자꾸 의심이 생기고, 무섭기도 합니다” 

필리스의 벤치 코치 래리 보와의 말이다. 그는 1970년 팀에 조인해 유격수와 매니저를 거쳐 코치가 된 지금까지 야구 커리어 거의 전부를 이곳서 보냈다.

1983년과 1993년 월드시리즈에서 투수로 활약했고 지금은 필리스의 라디오 해설자인 래리 앤더슨은 “생각을 안 할래야 안할 도리가 없습니다. 무슨 답이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아는게 없으니 혼란스럽죠”라고 말했다. 

현 필리스 구장인 시티즌 뱅크 파크의 덕 아웃에는 돌턴의 넘버 10 저지가 걸려있다. 돌턴 사망 후 처음 열린 홈 게임은 잠깐의 묵념을 가진 후 시작됐다. 아나운서는 세차례 올스타 캐처였던 돌턴의 업적을 이야기하면서 “투병 중에도 용맹하게 싸웠고, 너무 이른 나이에 떠났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다들 돌턴의 죽음과 그 원인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1989년부터 94년까지 돌턴의 팀 메이트였던 필리스 TV 해설자 존 크럭은 이렇게 말했다. “생각이 자꾸 그쪽으로 향하는 걸 막으려 애쓰고 있어요. 그 생각만 하면 미칠 거 같아서요” 

2003년 이후 필리스 선수 중에 교모세포종으로 숨진 사람은 좌완투수 터그 맥그로(59세로 타계), 내야수 존 부코비치(59세), 캐처 자니 오츠(58세) 등 3명이다.

또 베테런스 스테디엄에서 한 시즌만 뛰었던 피처 켄 브렛도 55세에 뇌암으로 사망했는데 일부 언론들은 교모세포종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시기에 똑같은 암으로 사망한 유명 메이저리거들로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포수 개리 카터(57세), 외야수 바비 머서(62세), 구원투수 댄 퀴젠베리(45세), 매니저 딕 하우저(51세) 등이다.

브렛, 퀴젠베리, 하우저는 야구 커리어의 일부를 캔자스시티에서 보냈는데 당시 그곳의 야구장은 베테런스 스테디엄과 마찬가지로 인조 잔디를 깔고 있었다. 필리스의 전 팀원들은 초창기에 깔았던 인조 잔디에서 나온 화학물질이 뇌암의 발병 위험을 높였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의학 연구나 이론은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견해다.  

야구선수들의 암 케이스에 관해 글을 쓴 시카고의 내과 전문의 닥터 코리 M. 프랭클린은 메이저리그와 선수 노조는 의학자들과 통계학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암 발병과 직업 관련성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른 문제들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좀 더 예민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메이저리그는 의료책임자인 게리 A. 그린의 인터뷰를 허용하지 않았고, 선수 노조 역시 코멘트를 거부했다. 

2013년 돌턴이 처음 교모세포종 진단을 받았을 때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는 필리스 팀이 베테런스 스테디엄에서 뛰었던 33개 시즌의 팀원 533명의 선수들을 분석했다. 돌턴과 맥그로, 부코비치, 오츠의 뇌암 발병은 일반 성인 남자들의 발병 확률보다 3배 높았다.  

하버드의 닥터 레벡은 당시 펜실베니아 대학에 있으면서 이 연구를 도왔는데, 그때 야구선수들의 암 발병률이 높은 것은 표면적으로 운이 나빴던 것이 원인이라고 인콰이어러지에 말했다. 그는 이번에 돌턴이 죽고 나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학자들은 아직도 그 이상 더 아는 것이 없다고 말하고 “그냥 우연히 운이 나빴던지, 아니면 뭔가가 있다 해도 우리로서는 그게 뭔지 잡아낼 과학이 없다”고 말했다.  

이 야구선수들의 죽음은 사실 일반적인 패턴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교모세포종은 여자보다 남자들에게 더 많고, 나이 들어가면서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 미국신경외과전문의 협회에 따르면 가장 위험이 높은 연령대는 45~70세인데 야구선수들의 죽음도 이 범위에서 일어났다. 미국 뇌종양협회에 따르면 이 암은 올해 1만2,390건이 새로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학자들은 또한 야구선수들의 암이 교모세포종으로 언론에 보도됐지만 사실상 모두 똑같은 뇌종양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수많은 변수들을 고려하면 야구와 뇌암을 단순하게 연결 짓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 사망한 필리스 선수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베테런스 스테디엄에서 함께 뛴 것도 아니고 같은 기간만큼 팀에서 머물지도 않았다. NFL 풋볼 팀인 필라델피아 이글스도 이 스테디엄에서 연습하고 경기했지만 그 팀에서 뇌암 발병은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맥그로와 카터를 치료했던 듀크 대학 뇌암 전문의 헨리 S. 프리드만은 “야구와 뇌암 사이에 관계가 있다고도 단정할 수 없고, 없다고도 단정할 수 없다. 그러기에는 충분한 데이터가 없다”고 말하고 “프로 야구를 했던 환자들 중에 뇌종양이 많은 것 같다는 사실 외에는 누구도 상관관계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증명할 방법도 없다”고 덧붙였다.

휴스턴 베일러 의과대학의 뇌종양 유행병학자 멜리사 L. 본디는 “필리스 선수들의 죽음은 우연의 일치 이상으로 보인다”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이에 관해 더 많은 연구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확실히 알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어찌됐건 돌턴의 죽음 이후 야구와 관계된 조건들(씹는 껌, 살충제, 뇌진탕 등)이 암 발병 요인일지도 모른다는 갖가지 추측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학자들은 이런 것들은 뇌암과 연관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돌턴은 2009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떤 스포츠 분야의 어떤 누구도 나만큼 약을 많이 먹은 사람은 없다”. 돌턴은 그러나 그게 어떤 약들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예를 들어 근육을 키우는 스테로이드제라 해도 이 약과 뇌암은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터그 맥그로 재단의 회장 겸 CEO 제니퍼 브루스타는 “대런의 죽음이 이 문제를 끄집어냈다.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정말 무슨 문제나 연관이 있는지 잘 살펴보고, 만일 그렇지 않다면 이를 뒤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구선수는 뇌암 잘 걸리나? 아니면 구장 탓인가?
야구선수는 뇌암 잘 걸리나? 아니면 구장 탓인가?

1993년 월드시리즈에서 필리스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를 이긴 후 돌턴이 존 부코비치를 껴안고 기뻐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뇌암으로 죽었다.

야구선수는 뇌암 잘 걸리나? 아니면 구장 탓인가?
야구선수는 뇌암 잘 걸리나? 아니면 구장 탓인가?

필리스의 포수 자니 오츠가 1976년 태그하고 있다. 그는 58세에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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