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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알츠하이머? 아는 게 좋을까 모르는 게 나을까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8-17 10:10:47

알츠하이머,진단,가족,도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 인지장애 1,600만명  

치매의 60~80% 차지 

병명 모른채 불안 생활

■ 펫 스캔 등 진단법 발전  

검사비용 3천~5천달러 

최근 싸고 간단 도구 개발

 “메디케어 포함해야” 지적

■ 결과 알고 난 후 변화는  

검진받은 3명 중 2명

투병계획 새로 세우고 

재정·법적 절차도 마련 

20%는“병 아니다” 알고

부작용 있는 약들 끊어

현재 미국에서 알츠하이머 병(Alzheimer’s disease)을 앓고 있는 사람은 

550만명이나 된다. 그러나 아직도 의학계는 기억력과 사고력, 신체 기능을 

잃어버리는 이 병의 치료법을 찾지 못했다. 한 가지 희망적인 것은 알츠하이머를 

초기에 진단하는 방법이 점점 더 발전하고 있고, 이와 함께 이 병의 증세를 

초기에 잡아내면 그 진행을 멈출 수 있는 치료법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 기억이나 정신력에 문제를 느끼는 사람들은 “이게 혹시 알츠하이머 아닌가?”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따라서 의료계에서는 “이를 알 수 있다면 과연 알고 싶은가” 하는 문제를 주요 이슈로 다루어왔다. 알츠하이머임을 알면 환자의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지, 환자와 가족에게 과연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이다. 

의사, 보험회사, 메디케어를 주는 연방정부, 모두가 이 질문 앞에 머뭇거리고 있는 이유는 한번에 3,000~5,000달러나 하는 검사를 인지기능이 저하된 모든 환자들에게 추천해야 하는지, 보험이 이를 정기 검진으로 커버할 수 있는지, 하는 문제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몇몇 연구들이 이를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게다가 이달 초 나온 신경학 저널은 알츠하이머를 다른 치매들과 구별해낼 수 있는 좀 더 싸고 간단한 새로운 진단 도구가 개발됐다는 희소식을 전하고 있다.

얼마 전 런던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컨퍼런스에서는 약 1만9,000명의 메디케어 수혜자들이 알츠하이머 진단 테스트를 받은 후의 임상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연구대상자는 70대 노인들로 모두 가벼운 인지장애나 이례적인 치매(atypical dementia)를 가졌으며 이게 알츠하이머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은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연구는 이들이 비싼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아서 결과를 알고 나면, 인지장애를 치료받는 방식이 달라질 것인지, 또는 자신의 삶에 대한 계획이 바뀔 것인지를 알아보자는 데서 출발했다.

결과는 두가지가 모두 확실히 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는 펫 스캔으로 뇌를 촬영하여 알츠하이머 병의 주원인인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아보는 것이었는데, 그 결과를 얻고 난 후 조사자의 3분의 2는 투약 요법이 바뀌었거나 의사와의 상담 내용이 변화했다.

새로 확실한 사실을 알게 된 가족과 간병인들은 투병 계획을 새로 세우거나, 환자로 하여금 재정문제를 정리하도록 설득하거나, 전담 변호사를 만나도록 하는 등의 정리가 이어졌다.

또 일부 환자들은 알츠하이머가 아니라는 진단을 받고 나쁜 부작용을 동반했던 약을 끊을 수 있었고, 알츠하이머 병 진단을 받은 이들 중 일부는 신약 테스트 임상실험에 등록하기로 결심했다. 

런던에서 발표된 두 번째 연구는 여러 연구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것으로, 인지 문제를 가진 조사대상자의 다수에게서 뇌의 아밀로이드 축적을 살피는 PET 스캔 결과 20% 정도나 진단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 협회의 수석과학오피서 닥터 마리아 카리요는 “환자들은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 한다”면서 현재 아밀로이드 스캔을 잠정 허용하고 있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이를 정기검진에 포함하는 방안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켄 레만은 펫 스캔으로 자신의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된 사람이다.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 서서히 뇌기능의 쇠퇴를 보임으로써 의사들조차 헷갈리게 했는데 뇌 스캔 결과 알츠하이머병을 갖고 있음이 확실하게 드러났다.

레만이 친구들과 점점 멀어지고, 청구서 지불을 자주 잊어먹고, 대화를 놓치는 경우가 잦아지기 시작한 것은 그의 나이 58세부터였다. 지금 80세인 그는 과거 ‘르네상스 맨’으로 불렸을 만큼 다방면에 재능과 열정을 겸비한 멋진 남성이었다. 포셰와 농구와 친구들을 사랑했던 그는 어느 날부터 판단력에 문제가 생겼고, 자신이 하려고 했던 말을 잊었으며, 가끔은 엉뚱한 곳에 가있기도 했다.

도대체 왜 그러는지 답을 찾기 위한 힘든 시간이 이어지면서 집을 잃고 사업체는 파산했다. 새크라멘토에 살고 있던 2009년 레만 부부는 딸과 함께 살기 위해 미네소타주 에디나로 이주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한 신경과 전문의를 만났는데 거기서 치매로 진단받은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가족들에게, 또 의사들에게도 치매 진단은 또 다른 힘든 여정의 시작일 뿐이다.

현대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형태로, 모든 치매 환자의 60~80%를 차지하고 있다. 치매는 최소 7개 종류가 있으며, 파킨슨병의 운동장애를 포함해 기억력, 이성, 판단력, 대화능력, 이해력 등의 손실을 초래한다.

현재 약 1,600만명의 미국인들이 어떤 형태로든 인지 장애를 갖고 있는데 그 원인의 차이를 정확하게 알게 되면 그들의 삶과 치료에 크나큰 변화를 줄 수 있게 된다. 

치매는 종류에 따라 원인도 다르지만 진행 상황도 다르다. 따라서 투약도 달라지고 간호와 치료도 차별화되어야 한다. 어떤 치매는(알츠하이머 제외) 치료를 하면 더 나빠지기도 한다. 그러니 어떤 치매 상태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의사와 간병이 모두에게 좋은 일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그걸 알아내려면 환자가 죽은 후에 뇌를 절개해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얽히고 꼬인 상태와 뇌가 전체적으로 얼마나 축소됐는지, 해마의 신경세포가 손실된 정도 등을 보아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의료촬영 테크놀러지가 크게 향상된 지금은 살아있는 환자의 뇌의 내부도 들여다볼 수 있고 베타 아밀로이드의 축적 정도도 알 수 있게 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진 것이다.

2012년 FDA는 이를 찍을 수 있는 펫 스캔 의료촬영 기구의 사용을 허가했고, 2013년에는 보다 더 정교해진 2대의 새로운 촬영 기기가 FDA의 승인을 받음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의 진단을 한층 더 용이하게 만들었다. 

이달 초 신경학 저널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뇌의 여러 부분들의 활동을 선택 조절할 수 있는 경두개자기자극(TMS) 테크닉을 사용하면 알츠하이머병과 전측두엽 치매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켄 레만의 경우 바로 이 전측두엽 치매의 증상과 일치한다. 알츠하이머병보다 이른 시기에 찾아오는 인지 장애인 천측두엽 치매는 판단력과 성격, 대화에 문제를 일으키고 알츠하이머와 마찬가지로 막을 도리가 없지만 진행되는 과정은 조금씩 다르다. 

레만의 경우는 7년 동안 아주 근소하게 병세가 진행됐기 때문에 의사들이 알아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일단 확실한 진단을 받고 난 후 레만 부부는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대처했다.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일을 많이 하려고 애썼고, 지방이 풍부한 생선과 과일 야채 위주로 식단을 꾸몄으며, 켄은 목공일을 즐기는 한편 합창단에 들어가 노래를 불렀다. 그 결과 오랫동안 사라졌던 악보 읽는 능력이 되살아났다는 그는 병세의 진행도 느려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켄을 간병하는 아내 메리 마가렛은 “병이 뭔지 모른다는 사실이 제일 힘들었다”면서 “이제는 필요한 게 뭔지 알고 있고, 언제가 될지 모르는 마지막 순간을 위해 재정과 법적 절차를 미리 다 계획할 수 있어서, 그게 가장 안심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LA타임스 특약>

혹시  알츠하이머? 아는 게 좋을까 모르는 게 나을까
혹시 알츠하이머? 아는 게 좋을까 모르는 게 나을까

약 1,600만명의 미국인들이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한 여러 형태의 인지 장애를 갖고 있다. 정확한 진단은 그들의 삶과 치료에 크나큰 변화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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