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백의 사회자는 한때
밴드에서 기똥차게 기타를 치던 사람이었지.
요즘 젊은이들 말로 아재 개그로 분위기를 띄우니
고단한 듯 의자에 반쯤 드러누운 관객들이
탄식하듯 웃음을 적선한다.
어느 가수는 호흡이 딸려
고음도 반음쯤 안 올라 가고,
'아침 저녁으로 수영하면 호흡에 도움이 될텐데'하는
생각을 했다.
한때 우리들 맥박을 요동치게 했던 댄스가수의 춤은
어째 흐느적거리는 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뒤로 멀리 온 듯 촌스럽고 ,
이 절 고음 부분에서는 마이크를
객석으로 넘겨 위기를 모면한다.
흥이 넘치는 아주머니는 아예 객석에서 일어나
육 덕진 둔부를 흔들어 대니
그 옆에 남편인 듯한 이는
'난 이 여자 몰라요' 하듯 고개를
옆으로 돌린다.
스캔들을 이기고
재기에 성공했던 내가 한때 좋아했던 가수는
여전히 애수에 찬 허스키 보이스를 가지고 있어
오십 중반 심장 펌프질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 가수 소개!
아쉬운 객석의 합창에 나도 목청을 섞었다.
"그렇게도 사랑한다고
오랜 세월을 마음을 주고 정들여 놓고
지내 온 사인데...."
"어떤 년하고 그리 정분이 낳는데?"
거실을 지나던 아내가 등짝을 때리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