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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수영 금지! 빨래 금지! 식사 금지!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6-26 09:09:11

트레비분수,로마,명소,몸살,금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단속 강화·벌금 인상에도

누드수영 동영상 촬영까지

푹푹 찌는 월요일 오후, 수영하기 좋은 날이긴 하지만 마리오 메시나는 물가로 아슬아슬 다가가는 사람들을 발견하고 삑~삐익~삑, 연신 호각을 불어댄다. 물이 얼마나 차가운가를 알려고 하는지 물속에 손을 담그느라 위험하게 몸을 기울인 한 여성을 향해 그는 소리친다. “내려 와요!” 

한 눈에 시실리안 기질이 드러나 보이는, 선글라스를 쓴 그는 해변의 인명구조대가 아니다. 트레비 분수 ‘보호’를 담당한 로마의 경찰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명소 중 하나인 이곳이 더위에 시달리고, 소셜미디어에 올릴 한 장 사진에 목숨 거는 관광객들의 극성에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이 특히 그렇다. 이미 날씨가 더워지면서 악동 관광객들이 늘어났다. 단속이 강화되고 벌금이 올라갔지만 분수 속에 뛰어 들어 수영 내지 목욕을 즐기는 행위를 막는 데는 실패했다. 

지난 4월12일엔 한 남자가 트레비 분수에서 알몸으로 수영하는 동영상을 웹에 올려 500유로(530달러) 벌금에 처해졌다.

같은 달, 30세 스페인 관광객은 롱 튜닉을 입은 채 분수 속으로 걸어 들어갔고, 60대 독일 여성은 이 분수에서 아침 수영을 즐겼으며, 2명의 덴마크인들은 로마 베네치아 광장의 분수를 족욕탕으로 ‘오인’한 죄로 900유로의 벌금을 내야 했다.

5월엔 25세 덴마크 여성이 추억의 명화 ‘달콤한 인생(라 돌체 비타)’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고 트레비 분수에 뛰어들었던 스우ㅐ댄 여배우 아니타 에크버그의 명장면을 재연하듯 나이트가운을 입고 저녁 수영을 감행했으며 미국 여성 2명도 수영을 즐겼다.

그리고 6월, 30세 말레이시아 남성이 나노바 광장의 포 리버스 분수에서 누드 수영을 한 후 450유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는 “너무 더워서요”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그밖에도 경찰은 델 포폴로 광장의 사자들의 분수에서 더러운 옷을 빨던 체코의 화가를 체포했으며 두 자녀를 분수의 사자상에 올라가도록 방치한 영국과 루마니아계 부모에게도 벌금형을 내렸다.

일부 지역 언론들이 ‘새로운 야만인들’이라고 명명한 이런 관광객들이 로마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플로렌스에선 두오모 성당 계단에서 관광객들이 식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인들이 계속 호스로 물을 뿌려대야 하는 형편이다.

그러나 ‘셀피’ 찍기의 최고 인기 장소는 역시 로마의 분수여서 골머리를 앓던 시당국은 마침내 조례안을 발표했다. 10월까지 트레비 분수를 비롯한 로마 시내 36개의 예술적·역사적으로 중요한 분수에서의 금지된 행위를 발표하고 어길 시 벌금을 한층 강화시킨 것이다.

수영이나 물에 뛰어드는 것 외에도 금지 행위는 다양하다 : 먹기, 마시기, 분수 가에 앉기, 분수 물에 동물을 씻기거나 옷을 빠는 행위, 분수에 동전 외에 다른 것을 던지는 행위…

“이곳을 수영이나 목욕의 장소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 이곳은 우리가 안전하게 보호해야할 역사적 유산이다”라고 로마의 버지니아 레지 시장은 말했다.

6월 어느 월요일 오후 암행 시찰을 나온 레지 시장은 비치웨어 차림의 관광객들을 지켜보면서, 분수에 뛰어드는 행위는 전부터 있긴 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조회수 폭발을 일으킨 누드수영까지 치닫는 현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는 없어 단속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야만인’ 관광객들 문제로 로마가 골치를 앓아온 것은 벌써 오래 되었다. 1999년 이탈리아는 시의 역사적 기념물 보호법을 통과시켰고 분수 물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시켰으며 2012년 당시 로마시장은 기념물에서 아이스크림을 흘리거나 음식물 부스러기를 떨어뜨리거나 점심을 먹는 행위를 할 경우 650달러의 벌금형에 처하는 조례를 제안하기도 했었다.

분수에 들어가는 가는 것이 관광객들만은 아니다. 로마인들은 오래전 ‘달타냥’으로 알려진 한 지역 주민이 트레비 분수에 던져진 동전들을 건져가기 위해 수십년동안 동트기 전에 분수 물에 들어갔던 일을 기억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더욱 유명해진 트레비 분수에는 이곳에 동전을 던지면 로마에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전설에 따라 관광객들이 던진 동전이 엄청나게 바닥에 쌓이고 있다. 2016년의 경우 트레비 분수에서 수거된 동전의 합계는 140만 유로에 달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 돈은 매년 자전단체에 기부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문화장관 다리오 프란체스치니는 트레비 분수 관광객 수를 통제하는 것도 훼손을 막는 한 방법이라면서 한꺼번에 ‘5만 명을 수용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으나 레지 시장은 ”역사적 기념물들을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규정만 지킨다면 누구나 방문하여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면서 인원 통제엔 반대를 표했다. 

두 사람이 합의한 해결책은 기념물 보호를 위한 경찰인력 충원. 덕분에 메시나 같은 경찰은 더욱 많아질 전망인데 그가 하는 일은 규정위반을 적발하고 체포하는 단속만이 아니다. 

모든 관광객들이 꿈꾸어온 ‘로마의 휴일’을 즐길 수 있도록 사진도 함께 찍어주고 트레비 분수로 동전을 잘 던지는 법도 알려준다. “오늘 손에 동전을 쥐고 왼쪽 어깨너머로 던지세요, 팔이 당신의 하트를 가로지르도록!” 

제발 수영 금지! 빨래 금지! 식사 금지!
제발 수영 금지! 빨래 금지! 식사 금지!

이탈리아 로마의 트레비 분수. 세계 최고 관광명소 중 하나인 이곳은 특히 여름철이면 물속으로 뛰어드는 관광객들이 급증,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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