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섬에 최대 30만톤 쌓여 오염 심각
소형 어류 20% 체내 분해 안되는 물질
간들이 공해로 더럽히는 곳과 생태계를 통해 직접 연결되어 있다. 서로 연결된 생태계 중 하나가 피해를 입으면 당연히 이웃 생태계도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이는 지난 4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Science Advances)지에 발표된 연구 논문에 극명하게 드러나 있다. 이 연구에서는 머나먼 북극에도 인간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흘러든다는 것을 드러냈다.
연구 저자들은 이런 글을 썼다. “북극권의 얼음 없는 해상 대부분은 플라스틱 쓰레기로 약간씩 오염되어 있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린랜드와 바렌츠 해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해양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짧게 잡아도 지난 1997년, 찰스 무어가 태평양 횡단 요트 경기를 하다가 태평양 쓰레기 섬에 앞길이 막혔을 때부터 우려를 자아내 왔다. 이런 해상 플라스틱 쓰레기 섬의 수는 오늘날 알려진 것만 6개다. 일각의 추측에 의하면 현재 지구의 바다에는 최대 3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있다고 한다. 이러한 플라스틱들 중 일부는 화물선에서 흘러나온 것도 있고,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투기한 것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인간의 부주의 때문에 바다로 흘러든 것이다. 쓰레기를 취급하는 인간의 부주의 때문에, 그리고 마이크로비드 같은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 때 이것들이 과연 어디로 흘러갈지 전혀 생각을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8개국 12개 대학(스페인의 카디즈 대학, 사우디 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 과학 기술대학, 미국의 하버드 대학 등)에서 모인 연구자들은 북극해를 문자 그대로 저인망으로 긁어서 획득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이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들은 캐나다 군도, 배핀 만, 래브라도 해를 따라 그린랜드 해, 바렌츠 해, 카라 해, 라프테프 해, 동시베리아 해, 척치 해, 뷰포트 해의 42군데를 탐사하며 표본을 획득했다. 가급적 많은 플라스틱을 확보하기 위해 입체 현미경을 사용해 최소 330 마이크로미터(인간 머리카락 굵기의 4배) 크기의 플라스틱 조각까지 획득했다. 그리고 이들을 분석한 다음 형태와 출처에 따라 분류했다.
바다의 플라스틱 쓰레기는 보기 흉하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큰 플라스틱 쓰레기는 너무 작아 보기 힘든 플라스틱 쓰레기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플라스틱은 절대 생분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물질과는 달리 그 구성 분자를 결코 자연으로 되돌려 보내지 않는다.
흙 위에 나뭇잎을 올려놓으면 곤충과 미생물들이 이 나뭇잎을 분해해 흙으로 만들고, 이 흙은 식물들에게 다시금 영양분을 공급하게 된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아무리 오래 자연 속에 방치해 둬도 작아질지언정 생분해되지는 않는다.
바다에서 햇빛과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들이 해초나 플랭크톤으로 착각할 만큼 잘게 잘린다. 2015년의 어느 연구에 따르면 소형 어류 중 20%가 뱃속에 플라스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연구자들은 북극에서 주로 사는 바닷새인 북방 풀머 갈매기 체내에 축적된 플라스틱의 수치가 높아졌음을 발견했다. 플라스틱은 이들의 간식이 아닌 주식의 지위를 차지한 것 같다.
플라스틱은 바다 생물의 먹이가 아니다. 게다가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의 집합체다. 일부 플라스틱을 이루는 화학 물질은 암을 유발할 수 있거나, 번식 및 건강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계를 교란할 수 있다. 바다의 플라스틱은 다이옥신, PCB(폴리염화 비페닐) 등 다른 화학물질을 끌어들이는 자석 역할도 한다. 인간들이 바다에 내다 버리는 이들 화학물질 역시 암을 유발하고 호르몬을 교란한다. 생물학자들은 이러한 물질들이 어류는 물론, 이들 어류를 먹은 인간의 건강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고자 한다.
북극에는 사람이 많이 살지 않기 때문에, 이것이 어느 정도의 오염 수준인지 알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 연구의 저자들은 플라스틱의 출처를 찾아 북대서양은 물론 북극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북서유럽, 영국, 미국 동해안까지 조사했다. 해류는 수온과 염도의 변화에 의해 움직이며, 이는 보통 더운 물을 북극의 찬 물이 있는 곳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플라스틱도 북극으로 끌어올린다.
인간 활동과 해류에 대한 기존 지식에 비추어 본다면, 연구자들이 북극에서도 플라스틱을 발견한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북극에서 수십 년 간이나 과학연구를 했는데도 여전히 사람들이 북극은 깨끗할 거라고 착각하고 있는 게 진정으로 위험한 것이다.
이미 고래가 PCB에, 북극곰이 DDT에 오염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가장 깊은 심해에 사는 동물들까지도 유독 화학 물질에 오염되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진정으로 놀라운 것은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날 때마다 우리가 처음들은 것처럼 놀란다는 사실이다.
해상 플라스틱 쓰레기 섬은 알려진 것만 6개다. 일각에서는 현재 최대 30만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있다고 한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극을 인류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원시적이고 거친 광활한 동토로 여긴다. 멋진 생각이기는 하지만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
북방 풀머 갈매기는 대량의 플라스틱을 먹는다.
플랭크톤과 미세 플라스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