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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연구의 첨단주제는‘스타 트렉’에서 나왔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5-04 09:09:55

물리학,연구,첨단주체,스타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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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출신 작가 상상력의 결실 

60년대 후반 TV드라마 첫 전파 

초광속 비행, 순간이동 등 파격적

훗날 물리학 연구로 가능성 열어

인류사회 갈등 없는 23세기 배경

인종차별 등 통념 깨뜨려 충격

1968년 미국의 한 TV 드라마에서 충격적인 키스 장면이 나왔다. 나중에 미 문화사의 아이콘이 될 만큼 유명한 키스신 중 하나다.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여전해 손잡는 것조차도 금기시되던 시절에 흑인 여성과 백인 남성이 입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는 아시아인이나 흑인이 비중 있는 배역으로 나와 방송 분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기도 했다. 유색인종은 대개 하인 아니면 악당 등 보잘것없는 조연으로나 캐스팅되던 때였다. 바로 23세기 미래라는 배경을 통해 당대 현실을 성찰하게 만든 미국의 국민 SF드라마, ‘스타 트렉’이다. 

▦사회의 금기와 과학의 불가능을 허물다

1966~69년 오리지널 시리즈가 방영된 이후 지금까지 50년에 걸쳐 속편 시리즈와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이 이어지고 있는 ‘스타 트렉’은 TV 각본가이자 프로듀서였던 진 로덴베리의 창작물이다. 그가 ‘스타 트렉의 아버지’로서 남긴 사회적, 과학기술적 영향은 광범위하다. 당시 미국 사회의 경직성을 과감하게 뒤흔드는 화두를 던졌고, 그에 못지않은 과학적 영감을 제공했다. 

로덴베리는 특히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정들을 대거 채택해 거꾸로 이를 가능케 할 이론을 궁리하도록 과학계를 자극한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초광속 우주비행이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이 우주에서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SF에 흔히 등장하는 초광속 우주선은 웜홀이나 공간도약 등 검증되지 않은 가상의 수단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1994년에 멕시코의 젊은 물리학자 미겔 알쿠비에레가 초광속 우주여행이 실제로 가능하다는 이론적 논거를 밝힌 획기적인 논문을 발표했다. 우주선 뒤쪽의 시공간을 팽창시키면 그것이 우주선을 앞으로 밀어내어 결과적으로 초광속 항행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며, 이는 상대성이론을 비롯한 현재의 물리 법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1993년에도 ‘스타 트렉’에 나오는 SF 설정이 물리학 논문으로 발표된 적이 있다. 찰스 베넷 등 유럽의 물리학자 6인이 공동으로 양자의 순간이동이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스타 트렉’에서 가장 유명한 설정인, 우주탐사대원들의 순간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트랜스포터’라는 장치의 이론적 근거가 비로소 마련된 것이다. 사실 트랜스포터에 대해 과학계에서는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평이었다. 그러나 이론적 가능성을 제시한 1993년의 논문 이후 많은 실험들이 성공해서 2004년 6월 17일자 네이처지에 양자의 원격이동 실험 논문이 표제로 수록되기에 이르렀다. 

▦60년대 미국의 빛과 그늘 암시 

역사가 짧은 미국에서 ‘스타 트렉’이라는 미래 서사는 개척정신과 진취성을 대변하는 국민 신화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기본 설정부터 서부 개척, 식민지 진출을 연상시키는 미국식 팽창주의의 산물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이 탄생할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살펴보면 의미심장한 맥락이 더 포착된다.

저명한 SF 평론가인 브루스 프랭클린에 따르면 ‘스타 트렉’의 오리지널 TV시리즈가 방송되던 1966년 9월부터 1969년 6월까지는 미국 역사상 매우 흥미로운 시기였다. 밖으로는 월남전이 한창이고 안으로는 범죄율이 높아지는 한편 반전평화운동의 물결이 거세지고 여성운동이 부상하는 등 전통적 가치가 급속히 붕괴됐다. 경제적으로는 인플레이션에 가계 빚까지 늘어난 시기였다. 그러나 ‘스타 트렉’에서 묘사된 23세기 미래세계는 사회 갈등이 거의 없이 완벽한 평화를 누리고 있으며, 거대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와 승무원 집단은 그 자체로서 전통적인 미국적 가치를 실현시킨 작은 이상향이나 다름없었다. 말하자면 월남전 이후의 장밋빛 미래상을 미리 보여준 셈이다.

1967년 4월에 방송된 ‘영원의 끝에 있는 도시’는 오늘날 오리지널 TV시리즈 중에서 최고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힐 만큼 팬들의 반응이 좋았던 동시에,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킨 에피소드다.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선장 일행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시간여행을 하여 1930년대의 뉴욕에 도착하는데, 그곳에서 에디스라는 천사 같은 여성을 알게 된다. 그런데 헌신적인 사회사업가이자 빈민들의 벗으로 살아가는 그녀에게 충격적인 운명이 닥친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미래에 일어날 일들의 개연성과 상관관계를 미리 알 수 있는 장치로 검색해 본 결과 그녀는 곧 교통사고로 죽을 운명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만일 그녀가 죽지 않도록 도와 줄 경우, 나중에는 커크 일행이 역사에서 사라져 버리는 귀결을 맞는다. 에디스가 교통사고에서 살아나면 나중에 거대한 평화운동 조직을 만들게 되는데, 그 영향력으로 말미암아 미국은 2차 대전에 참전하지 않게 되고 결국은 나치 독일의 세계 정복을 초래하여 커크가 사는 23세기의 행복한 미래세계는 실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그녀는 자신의 선한 의도와는 상관없이 역사의 물줄기를 나쁜 쪽으로 돌리게 된다는 말이다.

▦진 로덴베리라는 상상력의 구루

고백하자면 필자는 ‘스타 트렉’보다 진 로덴베리라는 인물에 더 애착이 간다. 어린 시절 TV에서 ‘전자인간 퀘스터’라는 SF 영화를 본 적이 있었다. 그간 접했던 다른 SF 영화들과는 달리 인류의 역사와 미래를 색다른 관점으로 아우르는 장대한 스케일의 작품이었다. 아득한 옛날부터 퀘스터와 같은 로봇들이 일종의 초월적 관찰자로서 인류 역사에 적절히 개입하고 관리해 왔다는 내용이다. 마지막에 모든 것의 진상을 깨달은 한 인간이 스스로 장렬한 최후를 맞는 엔딩이 인상적이다. 나중에 성인이 된 뒤에야 이 작품이 진 로덴베리의 미완의 프로젝트 중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스타 트렉’처럼 TV시리즈로 제작하려고 만든 첫 번째 파일럿 에피소드였던 것이다. 몇몇 장면들은 지금도 또렷이 기억할 만큼 좋아했기에 시리즈로 이어지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이 크다. 

시청률을 계속 의식해야만 했던 방송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작가로서 진 로덴베리는 당시까지 대중들에게 그리 친숙하다고 할 수 없었던 SF장르를 훌륭하게 주류문화로 안착시켰다. ‘스타 트렉’에는 초광속 비행이나 순간이동 외에도 인공지능 로봇, 나노봇, 화상통화 등 과학기술적 영감이 충만했다. 사회적으로도 통념을 뒤집은 과감한 아이디어들을 내놓아 20세기 문화사에 상당한 족적을 남겼다. 장구한 세계 문화사에서 길지 않은 한 시대, TV라는 매체의 부흥기에 그와 같은 인물이 활약한 것은 SF에, 그리고 인류에 적지 않은 행운이었다. 

<박상준 서울SF아카이브 대표>

물리학 연구의 첨단주제는‘스타 트렉’에서 나왔다
물리학 연구의 첨단주제는‘스타 트렉’에서 나왔다

1966~69년 미국 TV드라마로 처음 방영됐던‘스타 트렉’ 오리지널 시리즈의 스팍(왼쪽)과 커크.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커크 함장과 과학장교 스팍은 우주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사건을 해결하는 주요 인물들이다.  <N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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