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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나선 아이슬란드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3-31 10:4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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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 임금법 반세기 전에 제정불구 시행 미흡

남녀임금 공개 의무화“5년 내 평등 실현” 목표'

지난해 10월 어느 쌀쌀한 날,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의 여성권리 옹호가인 프리다 로스 발디마르스도티르는 정확히 오후 2시38분 사무실을 나섰다. 그리고는 여성들이 북적북적 모여 있는 광장으로 향했다. 이때는 퇴근시간이 2시간 반 정도 남은 시간. 성별 임금격차를 감안하면 남녀가 똑같은 일을 해도 이 시간부터 여성들은 무보수로 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구 33만의 이 작은 나라에서 수만 명의 여성들은 남녀 간 임금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시위에 나섰다. 시위를 하면 변화가 일어나곤 하는 나라가 아이슬란드이다. 

아이슬란드 여성권리협회 회장이자 시위 주최자인 발디마르스도티르는 말한다. 

“수 십년 동안 우리는 이걸 고쳐야 한다고 말해왔어요. 그런데도 여성들은 여전히 임금을 덜 받고 있어요, 이건 말도 안 됩니다.”

마침내 정부가 변화의 칼을 들었다. 지난 28일 아이슬란드에서는 모든 고용주가 남녀 간 임금 차별이 없다는 사실을 의무적으로 증명하도록 하는 법이 시행되었다. 

아이슬란드에서 양성 평등 임금법이 제정된 것은 반세기 전이다. 그런데도 새 법이 나온 것은 법을 좀 더 강도 높게 집행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격차가 완전히 좁혀지지는 않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직업장의 성별 장벽들 중 마지막 남은 걸 부숴 버리고 싶습니다. 진보하려면 강제성이 필요하다는 걸 역사는 보여 왔습니다.”

사회문제 및 평등부의 토르스타인 비그룬드슨 장관의 말이다. 아이슬란드는 양성 평등에 있어서 이미 선두주자이다. 남녀 평등정책 관련 각국 순위에서 항상 최정상이나 그 부근을 차지해왔다 

그런데도 직장 내 고위직 진출 현황, 임금 수준을 보면 여성들은 항상 뒤쳐져 있다. 아이슬란드의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14~20% 낮은 임금을 받는다. 

아이슬란드는 이 격차를 5년 내에 없애고 싶어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다른 분야의 성평등도 진전되리라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이런 적극적 노력이 없다면 전 세계 성별 임금격차는 70년이 지나도록 해소되지 않으리라는 것이 국제 노동기구의 추산이다. 

법 제정에 앞서 아이슬란드는 균등임금 시범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그 결과 임금 평등의 고질적 장애물들을 찾아냈다. 성별 임금 격차의 주 원인은 여성들이 많이 진출한 직업과 남성들의 직업이 다르다는 점, 고위 직급에 여성들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통적 남성 직종에 여성들을 더 많이 채용하는 방안이 이미 시도되고 있다. 

발디마르스도티르 회장은 레이캬비크 시정부의 간병 서비스부서 매니저로 일하다 그만 두었다. 10명의 간병인 팀을 감독하던 그의 봉급이 시정부 회계관 봉급의 1/4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였다. 그의 팀은 대부분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후 시정부는 월급을 조정, 간병 서비스부서 매니저 봉급을 회계관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올리고 부서 직원들의 봉급도 올렸다. 

아이슬란드의 많은 기업들은 노조와 기업 협회들 주도 하에 자발적으로 평등한 임금 기준을 수용하고 있다. 하지만 법으로 이를 강요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기업들은 말한다. 특히 작은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자사의 이익 그리고 직원들의 이익을 위해서 평등 임금제를 실시해야지 정부가 이를 강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와 관련, 다른 나라에서도 기업들은 정부의 개입을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은 최근 직원 250명 이상 기업들의 경우 성별 봉급 차이를 공개적으로 보고하도록 규정했다. 오스트리아와 벨기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미국과 스위스에서는 연방 관급공사 계약자들은 성별 임금 정보를 정부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국가 차원에서 성별 임금평등이 추진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지는 오래 되었다. 

1974년 90%의 여성들이 직장과 집에서 걸어 나왔다. 여성들이 일에서 손을 떼면 사회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 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이 사건이 분수령이 되면서 1980년 아이슬란드에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여성 대통령이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오늘날 아이슬란드 의회 의원들의 거의 절반은 여성이다. 여성의 거의 80%가 직장 일을 하고있고, 성별 쿼타제가 실시되면서 기업 중역의 절반가량은 여성이다.

하지만 경제력에 있어서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남성들에 뒤진다. 고위직과 중간급 매니저 직은 대부분 남성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여성이 다수인 분야, 자녀를 키우는 엄마들의 경우 임금격차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새로 시행되는 임금격차 해소법은 오는 2018년부터 대기업과 정부 기관들이 감사를 받고 임금 평등규정을 준수했다는 확인증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직원이 25명 이상인 기업들은 오는 2022년부터 관련법 규제를 받는다. 

고용주들은 청소부부터 중역까지 전 부서의 남녀 임금을 평가하고 성별 임금 격차가 5% 이하가 되도록 조정해야 하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남녀 임금을 평등하게 하려는 의지가 있는가라고 한 관계자는 말한다. 그런 의지가 강한 기업들에서는 이미 격차가 3% 수준으로 좁혀지고 있다고 한다. 

시범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세관국의 경우를 보면 남성이 다수인 부서에 비해 여성이 다수인 부서의 봉급 수준이 낮다. 현장에서 일하는 세관원들의 80%는 남성이다. 반면 사무실에서 일하는 관세 징수직원들은 대부분 여성이다. 봉급을 보면 전자가 후자에 비해 30% 많다, 

세관원들은 근무시간이 길고 수하물들을 일일이 점검하며 마약 따위가 숨겨져 있나 확인해야 하는 등 일이 고되다. 그러니 봉급이 더 많은 것은 합당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대신 부서별 남녀 직원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관세국은 이제 사무직에 보다 많은 남성을 채용하고 고임의 세관원 자리에 여성들을 더 기용하려 한다. 이때 근무시간을 단축, 자녀를 키우는 여성들의 필요를 배려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남성들이 하는 일은 더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풍조라고 한 관계자는 지적한다. 직장에서 남성들은 어느 정도의 특권을 오랜 기간 누려왔지만 이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없애는 것이 관련 규정으로 인한 부담에 비해 사회 전반에 돌아가는 이익이 크다고 그는 말한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나선 아이슬란드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나선 아이슬란드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나선 아이슬란드
성별 임금격차 해소에 나선 아이슬란드

평등 임금제 실시에 앞서 시범 프로그램이 시행된 아이슬란드 세관국의 세관원들. 조사 결과 여성들이 많이 근무하는 징수국 직원들(오른쪽 사진)에 비해 남성이 많은 현장 세관원들은 봉급이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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