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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에 하이힐 강요”는 불법이다

지역뉴스 | 기획·특집 | 2017-02-06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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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거부’로 해고된 여성

“말도 안돼” 지난해 의회 청원

15만명 지지서명 등 불만 쇄도

‘드레스코드’ 손질 기폭제 될듯

회사가 여직원에게 하이힐을 신고 근무해야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여성을 차별하는 불법행위라고 영국의회의 보고서가 결론지었다. 지난 25일 발표된 의회 청원위원회와 여성 및 평등위원회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표한 이 보고서는 그러나 이 같은 ‘차별적’ 드레스코드가 여전히 만연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발단은 지난해 런던 금융가의 한 회사에 임시직 리셉셔니스트로 취직한 니콜라 소프가 굽이 이 납작한 플랫 슈즈를 신고 출근하면서였다. 소프는 수퍼바이저로부터 플랫 슈즈는 안 된다면서 당장 최소한 2인치 이상의 하이힐을 사서 바꿔 신으라는 지시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소프가 거절하자 회계법인 PwC의 외주거래사인 폴티코는 그녀를 즉각 해고했다. 불합리한 드레스코드에 의한 부당한 해고에 소프는 맞서기로 결심했다. 여배우이기도 한 소프는 5개월 후 다시는 어떤 회사도 여성들이 근무 중 하이힐을 신어야 한다는 요구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는 법의 제정을 요구하는 청원을 시작했다.

지지 반응은 뜨거웠다. 의회에 낸 청원 서명자가 15만명을 넘어섰고 수십명의 전문직 여성들은 공분을 표하며 트위터에 플랫 슈즈를 신고 근무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으며 의회에선 두 위원회가 공공으로 조사에 착수했다.

폴티코사의 하이힐 착용 강요를 분명한 위법으로 지적한 지난주의 의회보고서는 “성차별적인 드레스코드는 여전히 만연되어 있다”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성차별적 규정을 고치기 위해선 처벌강도를 높이는 등 현행법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사 기간 중 의회 위원회에는 회사의 복장규정을 규탄하는 수천수백명 여성들의 불만이 쇄도했다. “머리를 금발로 염색하라” “몸매가 드러나는 옷을 입어라” “계속해서 화장을 고쳐라” 등의 요구가 끊임없이 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프는 의회조사의 결론에 찬사를 보내면서 이번 보고서는 여성비하를 떠벌리는 사람이 백악관에 들어가 전 세계 남성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는 현 트럼프시대에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난 여성들은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고 스커트를 입어야 한다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런 건 2017년엔 용납될 수 없다”고 강조한 그녀는 “사람들은 요즘엔 성차별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성을 성추행했다고 공개적으로 시인한 사람이 자유세계의 리더가 되어있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여성을 보호하는 법이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하이힐 반란’이 성차별에 대한 항의인 동시에 여성의 건강이슈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루 9시간 근무인데 그 시간 동안 하이힐을 신고 고객들을 회의실로 안내하는 것은 발 건강의 측면에서도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고 그녀는 해고 직전 회사 측에 항의했었다.

폴티코 사는 지난해 소프가 하이힐 문제를 제기한 직후 하이힐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는 등 드레스코드를 개정했다고 지난주 밝혔다. 이 회사가 폐지한 옛 복장규정은 머리에 지나치게 젤을 바른다든지 꽃을 액세서리로 다는 것도 금지했었으며 하이힐 착용과 함께 “화장은 언제나 하고 있어야 하며, 최소한의 립스틱과 마스카라, 아이섀도를 발라 정규적으로 고쳐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었다. 

다문화사회인 영국은 성차별에 대해 특히 민감하다. 지난 여름 사디크 칸 런던시장은 대중교통 시스템 내에서 노출 심한 여성 사진을 담은 광고물들을 “불건강하고 비현실적인 신체의 이미지”를 준다는 이유로 금지시켰다.

그러나 법 전문가들과 여성운동가들은 사회적 문화적 관습은 변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인정한다. 

최근 테레사 메이 영국총리가 1,250달러짜리 가죽팬츠를 입은 사진이 공개되자 사치하다는 호된 비난이 쏟아졌지만 트럼프가 훨씬 더 비싼 브리오니 수트를 입은 것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언급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보고서가 나온 지난달 25일 소프를 인터뷰한 영국 TV의 호스트 피어스 모건은 리셉셔니스트가 스틸레토 힐을 신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가 “피어스에게 하이힐을 신겨라”라는 ‘선’지의 헤드라인 등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영국의 2010년 평등법은 직장에서의 성별과 연령, 성적취향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그 법은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한 소매점에서 일하는 에마 버켓은 의회조사위에서 자신을 비롯한 여직원들이 회사로부터 남성고객들이 늘어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더 짧은 치마를 입고 블라우스 단추를 더 많이 풀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항공기 승무원인 루스 캠피언은 하이힐, 스커트, 메이컵 의무화를 지시받을 때마다 창녀가 된 듯 느꼈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많은 여성들이 직장에서 부당한 성차별을 경험하지만 관계당국에 제소하는 데는 1,500달러의 비용이 드는 데다 상당수는 해고의 두려움 때문에 참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한 런던 여성권리 단체 포셋 소사이어티의 샘 스메더회장은 “고용주들은 무엇이 직원들의 생산성과 소속감을 높이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건 하이힐 따위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여직원에 하이힐 강요”는 불법이다
“여직원에 하이힐 강요”는 불법이다

드레스코드에 따라 하이힐을 신고 근무하라는 회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해고당한 후 의회에 청원을 제기했던 니콜라 소프가 지난 25일 영국 텔레비전에 나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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