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여름에 이 동네로 이사 왔는데
어느새 벌써 늦가을이다.
새로 이사 갈 그 동네는
볼거리도 먹거리도 많은
큰 도시라고 했다.
배울 것도 많으니
우물 안 개구리 신세
면하라 했다.
비키니만 입고도
부끄러움을 모르는 청춘들처럼
그저 여름이기에
혼자서도 보낼 수 있던 날 들이 가고
문득 둘러보니
아직도 난 독방 수감자 신세
낯설기만 한 이 동네의 가을이 더욱 쓸쓸하다.
열두 번에 두 번씩 계절은 갔고
햇살도 우리 동네 햇살과 같고
나무도 우리 동네 나무 같건만
여기는 아직도 남의 동네요.
꿈에라도 다시 한번
우리 동네에
마음 편히 두 발 뻗고
눕고 싶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