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석 서울아산병원 교수· 김경아 일산백병원 교수
밤새 온몸을 긁다가 잠을 설치고 아침에는 몸을 일으키기조차 힘들 만큼 피곤하다. 흔한 피부질환이나 만성 피로쯤으로 여기기 쉽지만, 이러한 증상은 간의 담관이 손상되는 신호일 수 있다. 원발성 담즙성 담관염(PBC)은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가 병이 진행하면서 피로와 극심한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희소 자가면역질환이다.
간 손상이 누적되면서 간경변·간부전을 거쳐 간이식이 필요한 상황까지 이를 수 있지만, PBC는 초기 증상만으로는 특정 질환을 바로 떠올리기 어려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기 쉽다. 지난달 29일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서 만난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제17대 이사장)는“PBC 진단을 받더라도 환자 중 30%는 1차 치료제인 우루소데옥시콜산(UDCA)에 충분히 반응하지 않는 점도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신약 ‘엘라피브라노’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기회가 열렸지만,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치료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김경아 일산백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자가면역·희귀 간질환 연구회장)는“PBC는 급성 질환처럼 한두 달 약을 먹으면 낫는 병이 아니라, 평생 약을 복용하며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라며 “간 손상이 심해지기 전에 개입하면 간경변·간부전·간이식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요.
김경아 교수(이하 김): “환자의 약 70%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우연히 발견돼요. 국가건강검진 등에서 시행하는 간 기능 검사에서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라는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면 PBC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국내 유병률은 10만 명당 10~12명 안팎인데, 해외에서는 10만 명당 20~40명까지 보고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내 환자 수는 약 9,400명입니다.”
-치료는 어떻게 합니까.
임: “PBC는 완치가 가능한 질환은 아니지만, 조기에 진단해 적절히 치료하면 질환의 진행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어요. 현재 1차 치료제로 자리 잡은 약제는 UDCA입니다. 치료에 잘 반응하는 환자는 질환의 진행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일반인에 가까운 기대수명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약에 반응하지 않는 나머지 30%의 환자이고, 상대적으로 남성 환자가 반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환자들은 병이 계속 진행돼 배에 복수가 차고 황달이 나타나게 됩니다. 간이 독성물질인 암모니아를 해독하지 못해 의식 저하나 혼수 상태를 불러오는 간성 뇌증 등 심각한 합병증을 겪게 되는 겁니다.”
-신약인 엘라피브라노가 지난해 국내 허가를 받았습니다.
김: “1차 치료제의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에게 엘라피브라노를 투여한 결과 환자 2명 중 1명(51%)의 ALP 수치가 개선됐어요. ALP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선 100명 중 85명의 ALP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PBC 같은 희소질환은 천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의 최종 생존율 개선을 단기간에 입증하기는 매우 어려워요. 그래서 ALP 수치를 대리 지표로 삼는데, ALP가 떨어지면 장기적으로 간경변이나 간암 발생 위험이 줄어듭니다.”
-신약이 현장에 도입됐지만, 환자 부담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김: “현재 비급여 약제라 환자가 고가의 약값을 전액 지불해야 해요. 외래에서 만나는 환자 중 비용 문제 때문에 선뜻 약을 쓰겠다고 나서는 분이 거의 없습니다. PBC는 급성 질환처럼 몇 달 약을 먹으면 낫는 병이 아니라 고혈압처럼 평생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질환인데, 경제적 부담에 신약은 쓰지 못한 채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만으로 버티는 환자를 보면 안타깝죠.”
임: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에선 이미 급여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해 간경변으로 악화하고 간이식 수술을 받게 될 때 발생하는 비용과 환자가 겪는 일상생활의 붕괴, 가족들의 돌봄 부담 등 직·간접적인 손실을 고려한다면 급여화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희소질환 산정특례를 통해 본인부담금이 5%까지 낮아지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 없이, 필요한 환자가 적기에 새로운 치료를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변태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