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위암 발생률 감소세에도 한해 2만9000여 명 진단
조기 위암, 내시경 절제술로도 수술과 유사한 성적
림프절 전이 위험 낮다고 판단돼야 내시경 치료 가능
한때 국내 암 발생률 1위를 지켰던 위암은 매년 감소세를 보이며 5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여전히 한국인에게 위협적인 질환이다. 올해 초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한 해 동안 2만 8943명의 위암 환자가 새로 발생해 전체 암 발생 건수의 10.0%를 차지했다.
갑상선암을 제외하면 남녀 전체에서 폐암·대장암·유방암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발생한다. 국가 암검진과 위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위암 조기 발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생존율도 크게 향상됐다. 조기 위암 단계에서 내시경 절제술을 시행하면 위를 보존하면서도 수술과 유사한 수준의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조기 위암은 대부분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복통, 소화불량, 체중 감소, 빈혈, 흑색변 같은 증상은 대개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야 나타난다. 실제로 조기 위암은 건강검진이나 위내시경 도중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순 없다는 의미다.
국가 암 검진 권고에 따라 40세 이후에는 2년마다 위내시경을 받아야 한다. 위암 가족력이나 위 점막이 장 점막의 형태로 바뀌는 장상피화생, 위축성 위염, 헬리코박터 감염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더욱 짧은 주기의 검진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이 위암 환자의 유일한 선택지인 시절이 있었다. 위를 3분의 2 이상 잘라내거나 위 전체를 절제한 뒤 식도와 소장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수술은 여전히 중요한 위암 치료 방법이지만 위 축소로 인한 식사량 감소, 체중 감소, 덤핑 증후군 등 부담이 적지 않다. 대다수 환자가 수술 후 자연스레 먹는 양이 줄어 살이 빠지는 만큼, 영양 결핍을 막기 위한 장기적인 관리에도 신경 써야 한다.
반면 일부 조기 위암은 위를 보존하는 내시경적 치료가 가능하다. 위 전체를 자르는 대신 암이 있는 부위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내시경 점막하 박리술(ESD·Endoscopic Submucosal Dissection)이 대표적이다. ESD는 내시경을 이용해 병변 주변의 점막을 원형으로 절개한 뒤, 점막하층을 박리해 암 조직을 한 덩어리로 절제한다.
내시경 치료의 가장 큰 장점은 위의 구조와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술보다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며, 입원 기간도 짧다. 장기적인 영양 상태와 삶의 질 측면에서도 유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모든 조기 위암이 내시경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암의 크기와 위치, 침범 깊이, 궤양 여부, 조직학적 분화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림프절 전이 위험이 매우 낮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만 내시경 치료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점막층에 국한되고 분화도가 좋은 위암은 내시경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이보다 확대된 기준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어, 개별 환자의 상황에 맞는 정밀한 판단이 필요하다.
ESD를 시행한 이후에는 절제된 조직을 병리검사로 정밀 분석해 완치 절제 여부를 판정한다. 병변의 실제 크기와 암세포 침윤 깊이, 분화도, 림프관 또는 혈관 침범 여부, 절제면에 암세포가 남아있지는 않은지 등이 중요한 고려 요소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평가해 추가 수술 필요성을 결정하게 된다. 적응증을 잘 지켜 내시경 치료를 시행한 조기 위암 환자의 장기 성적은 위 절제 수술과 유사한 수준이다.
내시경 치료는 시술 못지않게 이후 관리가 중요하다. 같은 부위에서 다시 암이 자라는 국소 재발은 1% 미만으로 매우 드물고, 다른 부위에 위암이 새롭게 생기는 이시성 위암이 비교적 흔한 편이다.
이런 재발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최소 5년 이상 정기적인 위내시경과 영상 검사를 통한 추적 관찰이 권장된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있는 경우 제균치료를 시행하면 새로 생기는 위암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암은 발병률이 높지만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를 통해 충분히 관리 가능한 질환으로 바뀌고 있다. 내시경 치료가 가능한 조기 위암 환자는 위를 보존하면서도 수술과 비슷한 치료 성적을 기대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40세가 넘었다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위암 가족력이나 위험요인이 있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나에게 맞는 검진 계획을 세우는 과정이 필요하다. 위내시경에서 위암이나 위선종의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면 무엇보다 자신의 병기와 상태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의료진과 함께 최선의 치료 옵션에 대해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기 검진으로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고, 병기와 위험도에 알맞은 치료를 받는 것. 위암을 ‘조기에 완치할 수 있는 암’으로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