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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푸드’ 이름 붙으면 가격↑… 마케팅 용어·맹신 피해야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6-03-16 10:23:12

슈퍼푸드, 효과, 과학적 증명 드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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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문화권 가면 ‘슈퍼푸드’

효과, 과학적 증명 드물어

고른 식단 일부로 사용해야

가공 안 된‘홀푸드’섭취

 

 시중에 ‘슈퍼푸드’란 이름이 달린 식품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영양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가 홍보하는 건강 개선 효과를 맹신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로이터]
 시중에 ‘슈퍼푸드’란 이름이 달린 식품이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영양 전문가들은 이들 업체가 홍보하는 건강 개선 효과를 맹신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로이터]

 

 

1995년까지만 해도 블루베리는 일반 과일에 불과했다. 이후 ‘북미 야생블루베리협회’가 블루베리의 항산화 물질이 암과 심장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미국 정부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블루베리에 대한 인식이 확 달라졌다. 블루베리가 이른바‘슈퍼푸드’로 대접받으면서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수출과 내수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슈퍼푸드라는 단어에는 법적, 과학적 정의가 없다”라며 일상적인 식료품점에서도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식품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 ‘슈퍼푸드’ 이름 달리면 가격 치솟아

이제 슈퍼푸드는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2023년 한 연구는 무려 136가지 이상의 식품을 슈퍼푸드로 분류했다. 안데스 지역의 퀴노아, 에티오피아의 테프, 중앙아메리카의 치아 씨드, 시금치와 연어처럼 익숙한 식품도 슈퍼푸드 반열에 포함됐다. ‘슈퍼푸드’ 이름표가 달리면 가격도 함께 올라간다. 강황은 남부 아시아 요리에서 1회 분량이 몇 센트에 불과한 향신료지만, 건강보조식품 형태로 판매될 경우 한 병에 1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리기도 한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건강 개선 효과를 내세운 슈퍼푸드 시장에서 약 1,900억 달러가 지출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슈퍼푸드란 용어에는 법적, 과학적 정의가 없다. 뉴욕대 영양학 마리온 네슬레 명예교수는 “슈퍼푸드는 마케팅 용어일 뿐 영양학적 의미는 없다”라며 “모든 과일과 채소에는 비타민, 미네랄, 식물성 화학물질, 식이섬유 등 건강에 이로운 성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모든 과일과 채소가 사실상 슈퍼푸드라고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바나나를 최초의 슈퍼푸드로 보는 시각도 있다. 1900년대 초, 바나나는 값싼 간편식으로 대대적으로 홍보됐다. 당시 유나이티드 프룻 컴퍼니는 바나나 판매를 늘리기 위해 마케팅 전략을 바꿨다. 의사들이 셀리악병에서 당뇨병에 이르는 여러 질환 치료에 바나나가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는 홍보를 앞세웠지만 이 주장은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나나는 현재 미국인의 식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식품으로 자리 잡았다.

 

■ 값싼 음식도 타 문화권 넘어가면 ‘슈퍼푸드’

한 문화권에서 값싸게 먹는 식품이 ‘이국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다른 지역에서는 값비싼 슈퍼푸드로 팔리기도 한다. 중국에서는 미국에서 흔한 호두가 두뇌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중국에서 흔한 식재료에 불과한 ‘고지베리’(구기자)를 열광적으로 소비한다. 하지만 이 두 식품 외에도 견과류와 베리류가 비슷한 영양 성분을 제공한다.

슈퍼푸드는 대부분은 실제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이다. 그러나 균형 잡힌 일반 식단보다 더 우수한 건강 효과를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에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예일-그리핀 프리벤션 리서치 센터의 데이빗 카츠 박사는 “슈퍼푸드는 소비자가 원하는 ‘빠른 해결책’이나 ‘만병통치약’을 찾는 심리를 충족시키는 방식일 뿐”이라며 “과도한 지출을 막고 건강을 지키는 좋은 방법은 일반 식료품점에 ‘숨어 있는’ 슈퍼푸드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 3세대 슈퍼푸드 ‘그린 파우더’ 인기

슈퍼푸드는 지난 수십 년간 크게 세 세대에 걸쳐 진화했다. 2000년대 초 등장한 고지베리, 아사이, 치아씨드 같은 식품은 지역 토착 문화권의 식생활에서 차용되며 슈퍼푸드로 소개됐다. 이어 차가버섯 커피, 강황 라테, 뼈 육수(bone broth), 케피어, 콤부차 등이 기능성 식음료로 각광받았다.

최근 등장한 세 번째 유행은 여러 슈퍼푸드를 결합한 방식이다. ‘그린 파우더’, 단백질 파우더, 각종 건강 보조식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런 제품은 여러 성분을 동시에 섞어 넣기 때문에 건강 효과를 검증하기가 더욱 어렵다.

많은 슈퍼푸드가 일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식품이 실제 생활에서 건강을 특별하게 개선하는 효과가 있는지 입증하는 일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야생 블루베리다. 이 과일은 항산화 물질 함량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블루베리 같은 과일에 항산화 물질이 많이 들어 있다는 사실 때문에 건강 증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널리 퍼졌다.

실제로 연방 농무부는 실험실에서 식품이 자유 라디칼을 얼마나 중화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산소 라디칼 흡수능력 지수를 만들어 식품을 순위화하기도 했다. 이 실험에서 블루베리가 이 지수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연방 농무부는 이 지수를 폐기했다. 생식 식품의 항산화 능력이 인간 건강과는 ‘관련성이 없다’는 증거가 제시됐기 때문이다. 농무부는 또 이 지수가 식품 및 건강보조식품 제조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홍보하는 데 상습적으로 오용돼 왔다는 경고도 덧붙였다.

터프츠대 심장전문의 다리우시 모자파리안 박사는 “몇 가지 영양소에만 집착하다 보면 전체 식단이라는 큰 그림을 놓치게 된다”라며 “슈퍼푸드를 건강한 식단의 일부분으로 사용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그는 “건강에 특히 도움이 되는 식품이 있는 것은 맞지만, 모든 과일과 채소가 건강에 유익하다”라며 “슈퍼푸드를 질병을 막아주는 만병 통치약처럼 여겨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 가공 안 된 ‘홀푸드’면 슈퍼푸드

전문가들은 가공되지 않은 ‘홀푸드’(Whole Foods)를 더 많이 섭취하는 것이 건강을 챙기는 첫 단계라고 강조한다. 현재 미국인은 섭취 열량의 절반 이상을 초가공 식품을 통해 얻고 있다. 다행히 슈퍼푸드에 들어 있는 영양소는 일반 식료품점의 다양한 식품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호두는 식물성 오메가-3 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ALA) 함량이 가장 높은 견과류다. 이 성분은 뇌 건강과 관련된 영양소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같은 양의 ALA를 아마씨 분말에서 약 10분의 1 가격으로 얻을 수 있는데, 아마씨는 그램당 ALA 함량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슈퍼푸드 유행이 계속 바뀌더라도 먹어야 할 식단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카츠 박사는 “음식을 섭취하되 많이 먹지 말고, 식물 위주로 섭취하라”고 조언했다. 가공이 적고 식물 중심의 식단을 유지하면 과식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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