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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로 보는 경기… 곳곳서 침체 신호”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5-10-27 09:45:07

경제 지표로 보는 경기, 곳곳서 침체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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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 생산량 감소

저가 식료품 인기

 

 

 식료품 물가가 치솟으면서 저가 식료품 매장인 알디, 월마트, 그로서리 아울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로이터]
 식료품 물가가 치솟으면서 저가 식료품 매장인 알디, 월마트, 그로서리 아울렛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로이터]

 

 

미국 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 그러나 시장 곳곳에서는 이상 징후들이 하나둘씩 감지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지갑을 열고 있지만, 소비 트렌드는 점차 양극화되고 있다. 이른바 침체 전조로 불리는 현상들이 시장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는 음악 페스티벌 코첼라의 라인업이 예년보다 약 두 달 앞당겨졌다는 이유만으로도 경제가 침체에 접어들 조짐이라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괴담 또는 우스갯소리로 여길 수 있지만 정부의 공식 지표보다 빠르게 체감되는 민간의 소비 트렌드 변화는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고 있다. 최근 시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경기 침체 징후들을 살펴본다.

 

■ 박스 생산량 감소…소비 위축

경제 활동 기본 단위인 ‘골판지 박스’(Cardboard box)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 온라인 쇼핑부터 유통업 전반에 쓰이는 포장 박스 생산이 감소한다는 것은, 곧 소비가 위축될 것이란 신호로 해석된다.

버지니아텍 경제학과 자드리언 우튼 교수는 “소매업체들이 팔 물건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유통업체들도 박스 주문을 줄이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박스 제조업체들은 올해 들어 제지 공장을 잇따라 폐쇄하며 생산량을 줄이는 추세다.

박스 생산량 감소는 국제 수요 감소, 이사 수요 하락, 코로나 팬데믹 당시의 과잉 생산 등의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덤 조셉슨 포장업계 애널리스트는 “기초 생필품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많은 가구의 가처분 소득이 줄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 ‘햄버거 헬퍼’ 인기…저가 식료품 수요↑

인스턴트 식품인 ‘햄버거 헬퍼’(Hamburger Helper)를 찾는 소비자가 다시 늘고 있다. 이 제품은 1970년대부터 ‘저렴한 끼니(Struggle Meal)’로 불리며 경기 침체시에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식재료로, 제조사인 이글 푸드에 따르면 올해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팬데믹 이후 물가가 치솟으면서 식료품 가격은 2020년 초 대비 약 30% 상승했다. 이로 인해 저가 식료품 매장인 알디, 월마트, 그로서리 아울렛의 매출도 동반 상승 중이다.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할인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의 닐 손더스 디렉터는 “소비자들은 경기가 어렵다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소비를 줄이고 저렴한 상품을 찾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 대형 트럭 판매 감소…산업활동 둔화

대형 화물트럭 판매도 크게 줄고 있다. 전국 단위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대형 세미트럭 판매 감소는 산업활동 위축의 대표적 신호로 꼽힌다. ACT리서치의 켄 비스 대표는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소비에 대응해 트럭 수요가 과잉공급 상태였다”라며 “지금은 그 버블이 꺼지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형 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트럭 산업은 더욱 어려움에 직면할 위기에 처했다.

 

■ 중고품 소비 확산…신중한 소비 지출

‘중고 쇼핑’(Thrifting) 열풍도 심상치 않다. 저렴한 가격에 고급 브랜드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과 함께,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중고 거래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중고 의류 플랫폼 ‘스레드업’(ThredUp)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다는 뚜렷한 신호다. 미시간대 소비자 심리지수는 올 들어 18% 이상 하락했다. 글로벌데이터의 손더스 디렉터는 “소비자들이 점점 더 신중하게 지출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 이직 감소…고용 불확실성 우려

노동시장도 주춤하고 있다. 올여름 미국 내 신규 고용은 약 8만8,000명 수준으로,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다. 자발적 퇴사율 역시 2020년 침체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 중이다. 이직률이 낮다는 것은 새로운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나,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이직을 꺼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디드 채용연구소의 앨리슨 슈리바스타바 이코노미스트는 “이직은 근로자가 더 나은 임금을 받고 경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지만, 지금은 정체 상태에 빠졌다”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실업률은 약 4.3%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이며 실업수당 청구 건수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 주택 담보 대출 증가

한편, 주택 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Home Equity Loan)은 증가세다. 올해 1분기, 주택 담보 대출은 전년 대비 약 12% 증가했다. 집값이 오르면서 대출 한도도 함께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새 집 구입보다는 기존 집을 리모델링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현상도 주택 담보 대출 증가세 반영됐다.

신규 주택 건축 허가는 8월 기준 전년 대비 약 11% 감소하며 경기 침체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경제 연구 기관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지표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의 전조로 간주된다”라며 “아직 침체는 아니지만, 경제가 전처럼 호황이 아님을 보여주는 뚜렷한 신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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