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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부터 임대료까지…허리 띠 졸라매는 것도 한계

미국뉴스 | 기획·특집 | 2025-10-06 10:21:28

허리 띠 졸라매는 것도 한계, 전기료부터 임대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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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 생계비 줄줄이 올라

전기료 2019년 대비 40%↑

소득 늘어도 체감 안 돼

‘쓰리 잡’도 감당 못 해

 

 소득이 늘어도 필수 생계비가 잇따라 오르면서, 실질소득을 잠식하는 ‘생활비 인플레이션’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
 소득이 늘어도 필수 생계비가 잇따라 오르면서, 실질소득을 잠식하는 ‘생활비 인플레이션’에 서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로이터]

 

지표상 인플레이션이 줄었지만 이를 실생활에서 체감하는 미국인은 많지 않다. 주거비, 식비, 의료비, 전기료 등 생계에 필수적인 고정 지출이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늘어도 이들 필수 생계비가 줄줄이 올라 실질소득을 깎아 내리는 ‘생활비 인플레’에 서민들의 한 숨 소리만 늘고 있다.

 

▲ 필수 생계비 줄줄이 올라

연방 인구조사국에 따르면, 지난달 발표 기준 평균 주택 임대료는 전년 대비 약 3.8% 상승했다. 이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특히 전체 세입자의 절반가량은 수입의 30% 이상을 월 임대료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 전문가들에 따르면 수입의 30% 이상을 주거비에 쓰는 것은 재정적으로 과도한 부담이다.

공공요금 부담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에 따르면, 지난 1년 사이 천연가스 요금은 약 13.8%, 전기료는 약 6.2%나 올랐다. 최근 발표된 통계에선 식료품 가격이 2022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국 관세 정책 등 무역조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밖에도 의료비와 주택 관련 비용 역시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행히 휘발유 가격만 다소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 평균치를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쓰리 잡’으로도 감당 안 돼

오클라호마시티에 거주하는 티파니 타그보(41) 씨는 두 딸을 키우기 위해 지난 10년간 풀타임과 파트타임, 두 개의 직장을 다녀왔다. 하지만 최근 몇 달 사이, 그녀의 파트타임 업무 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늘었고, 그것도 모자라 세 번째 직장까지 시작했다. 타그보 씨가 ‘쓰리 잡’을 뛰는 이유는 오로지 가족 부양을 위해서다. 그런데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가 갈수록 불어나 쓰리 잡으로도 감당 못할 정도다.

타그보 씨는 자살 예방 상담 전화를 관리하는 일로 받는 월급 중 절반가량을 건강보험료 400달러를 내는 데 지출한다. 식료품점에서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면 얼마 안 되는 구입조차 계산기를 두드려야 한다. 달걀 하나와 네 살배기 딸이 좋아하는 치즈스틱 하나까지도 가격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타그보 씨의 한탄이다.

자폐 아동 돌봄 업무에도 종사하는 타그보 씨는 언론 보도를 꼼꼼히 챙겨본다. 일부 지표상으로는 생활물가의 급등세가 진정됐다는 소식에 안도해보지만 실제로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9% 상승해, 2022년 6월 기록했던 9%보다는 크게 낮아졌다. 하지만 타그보 씨는 “월급날만 기다리며 사는 나 같은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이 줄었다고 해도 생활이 나아졌다고 느껴지지 않는다”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 기저귀 한 박스도 버거워

7살짜 자녀를 둔 아드리아나 바라다스 씨는 요즘 8개월 된 둘째 기저귀를 살 때마다 나오는 한 숨을 막을 수 없다. 첫째를 키울 땐 프리미엄 기저귀 한 달 치가 40달러 정도였지만, 지금은 대형마트 코스트코에서 가장 저렴한 제품조차 그 때보다 비싸고, 게다가 한 달을 버티지도 못한다.

“아이 하나 키우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라는 바라다스 씨 지난 5월 이사한 집에서 받은 천연가스 요금 고지서를 보고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 집에서는 아무리 많이 써도 250달러를 넘은 적이 없었는데 최근 받은 고지서에는 무려 800달러가 적혀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LA 지역에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동거인의 일마저 뜸해져, 결국 가족은 임대료까지 밀리기 시작했다.

38세의 마리아 마데라 씨는 최근 의류 매장에서 해고된 뒤 식료품 가격에 더욱 민감해졌다.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남편과 두 아이를 둔 마데라 씨는 “예전에는 닭고기가 정말 저렴했는데, 지금은 가족 네 식구가 먹을 만큼 사려면 거의 20달러가 든다”라며 최근 궁여지책으로 생애 처음으로 푸드뱅크를 찾았다. 마데라 씨는 “처음엔 정말 부끄러웠지만 푸드뱅크에 가 보니 나같은 사람이 많더라”며 달라진 생활상을 전했다.

 

▲ 3년 전엔 반값이었는데

경제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물가 충격이, 실제 통계보다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민심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2023년 발생한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한풀 꺾였지만, 당시 급등한 물가는 아직도 대부분 그대로다. 최근엔 오히려 에너지 등 일부 항목에서 다시 큰 폭의 가격 상승이 나타나고 있다.

가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출 항목은 전기료, 임대료, 모기지 페이먼트, 건강보험료 등 매달 반복되는 고정비용이다. 이중 건강보험료는 급등이 예상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가의 비만 치료제, 대중국 관세, 연방정부 보조금 종료 등의 복합적인 영향으로 인해, 내년 일반 보험료가 최소 9%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방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직접 보험을 구매하는 개인들의 경우, 보험료가 무려 75% 이상 오를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 전기요금마저 치솟아

일부 지역에서는 전기요금마저 치솟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을 지원하는 데이터센터들이 엄청난 전력을 소비하면서, 일반 가정의 전기요금까지 함께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민주당이 주도한 ‘저탄소 발전소 건설 보조금’이 공화당 주도의 정책 전환으로 단계적으로 폐지되면서, 전력 수요에 맞춰야 할 신규 발전소 건설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평균 전기요금은 2019년 대비 40% 이상 상승한 상태다.

‘경제정책연구소’(EPI)의 조시 비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기요금 인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건설 기업들에게 전력 인프라 비용 일부를 부담하게 하고,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세금 감면 정책을 연장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글로벌 회계법인 RSM의 조 브루수엘라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인플레이션이 다시 통제 불능 상태로 가고 있고, 임금 상승률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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