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CEO 암살… 도대체 무슨일이
미국 최대 건강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의 보험 부문 대표 브라이언 톰슨(50) 최고경영자(CEO)의 총격 살해사건 후 수거된 탄피에서 범행 동기를 시사하는 듯한 단어들이 새겨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AP 통신이 익명의 경찰 소식통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뉴욕경찰은 톰슨 CEO 살해사건의 범행현장에서 수거한 9㎜ 구경 탄환 탄피에서 ‘부인’(deny), ‘방어’(defend), ‘증언’(depose)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것을 발견했다. 톰슨 CEO는 앞서 4일 오전 6시44분께 맨해튼 미드타운의 힐튼호텔 입구 인도에서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성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톰슨 CEO는 이날 오전 8시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연례 투자자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탄피에 새겨진 해당 문구들은 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을 언급하는 것일 수 있다고 AP는 분석했다. 보험금 지급 거부에 대한 불만이 살해 동기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톰슨 CEO의 아내 폴렛 톰슨도 N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을 위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폴렛 톰슨은 구체적인 위협 내용은 알지 못하지만 보험금과 연관된 위협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찰은 아직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파악하진 못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CCTV에 담긴 용의자의 범행 전후 모습을 근거로 이번 사건이 톰슨 CEO를 범행 대상으로 삼아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살인이라고 보고 있다. 제시카 티쉬 뉴욕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많은 사람이 용의자를 지나쳤으나 용의자는 범행 대상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상의에 달린 모자와 검은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용의자는 범행에 앞서 도주에 사용할 전기자전거를 인근에 준비해놨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확보한 CCTV 영상에는 호텔 인근에서 대기하던 용의자가 톰슨 CEO 나타나자 그의 뒤에서 소음기가 달린 권총으로 총격을 가하는 장면이 담겼다. 티쉬 청장은 “영상에 비춰볼 때 용의자는 총기 기능장애를 빠르게 해결하는 등 총기 사용에 매우 능숙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용의자는 범행 직후 준비한 전기자전거를 타고 도주했고, 센트럴파크로 진입하는 모습이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경찰은 현상금 1만 달러와 함께 용의자를 공개 수배하고 헬기와 드론, 수색견 등을 동원해 이틀째 추적전을 펼치고 있지만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한 상태다.
톰슨은 20년 이상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 몸담으며 지난 2021년 그룹의 주력사업인 건강보험 부문의 CEO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포천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500대 기업 중 매출 규모 세계 10위를 차지하는 미 최대 건강보험사다. 유나이티드헬스그룹은 성명을 내고 “브라이언은 함께 일한 모든 이들에게 존경받는 동료이자 친구였다”며 “우리는 뉴욕경찰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범행 장소가 맨해튼 한복판 대형호텔 앞이었다는 점도 충격을 주고 있다.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힐튼 미드타운 호텔은 뉴욕 시내 호텔 중 규모가 가장 큰 뉴욕의 대표 호텔이다. 뉴욕현대미술관(MoMA) 바로 맞은 편에 위치했으며 록펠러 센터, 센트럴파크, 타임스스퀘어 등 뉴욕의 주요 명소와도 멀지 않아 하루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오가는 곳이다. 2016년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이곳에서 승리 연설을 하는 등 역사적으로도 많은 이벤트가 있었던 곳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