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민경훈의 논단] 신기하고 중요한 박쥐 이야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9-03 12:03:10

민경훈의 논단, LA미주본사 논설위원,박쥐이야기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동물 중에서 박쥐만큼 증오와 경멸의 대상이 된 케이스도 드물 것이다. 서양에서는 오래 전부터 박쥐는 악과 악마의 상징이었고 인간의 피를 빠는 뱀파이어도 박쥐로 변신한다. 우리 말에도 ‘박쥐 같은 인간’은 짐승도 됐다 새도 됐다 하는 간사한 인간을 가리킨다.

박쥐는 왜 이렇게 미움을 사게 된 것일까. 우선 생긴 것도 꺼먼데다 얼굴도 흉하게 생겼고 주로 밤에 활동하며 음침한 동굴에 모여 사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데는 다 이유가 있다. 얼굴 생김은 인간의 자의적인 판단일 뿐이고 동굴에 사는 것이나 밤에 활동하는 것은 그것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많은 박쥐들은 음파를 발사한 후 그것이 돌아오는 것을 탐지해 움직이는 에코로케이션을 사용하기 때문에 포식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낮에 동굴 밖으로 나올 필요가 없다.

박쥐의 명성은 2020년 중국 우한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터지면서 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이것이 박쥐를 통해 야시장에서 퍼진 것인지 중국 생화학 실험실에서 나온 것인지는 불분명한지만 박쥐 몸 안에 전 세계를 강타한 SARS-COVID-2 바이러스가 살고 있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광우병이나 MERS 바이러스도 원래는 박쥐 몸에 있던 것이다.

박쥐가 이렇게 온갖 바이러스의 소굴이 된 것은 그것이 포유류 중 가장 많은 밀집 서식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 샌안토니오 인근의 브래큰 동굴에는 최대 2천만 마리의 박쥐가 함께 살고 있다. 최대한 개체를 더 퍼뜨리려고 하는 바이러스 입장에서는 박쥐만큼 훌륭한 숙주는 없는 셈이다.

얼핏 보면 인간에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 박쥐지만 자세히 알고 보면 중요한 순기능이 있다. 박쥐를 매개로 해 열매를 맺는 과일은 300종이 넘으며 이중에는 바나나, 망고, 아보카도, 카카오 등 인기 품종이 포함된다. 박쥐 없이는 초콜릿의 원료인 카카오도 없다. 일부 박쥐는 또 매일 자기 몸무게에 해당하는 양의 곤충을 먹어치운다. 박쥐가 없다면 인류는 더 많은 해충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박쥐의 신체적 특징이다. 박쥐에는 수많은 바이러스가 기생해 살고 있지만 이로 인해 죽는 일은 거의 없다. 뿐만 아니라 박쥐는 체구에 비해 매우 오래 산다. 포유류의 평균 수명은 대체로 체구에 비례한다. 생쥐는 2~3년밖에 못 살지만 코끼리는 70년까지 사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생쥐와 크기가 별 차이 없는 시베리아 브란트 박쥐는 41살까지 산 것이 확인됐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그 첫번째 원인을 겨울잠에서 찾는다. 겨울잠을 자면 신진대사가 느려지고 이로 인해 노화도 늦게 진행된다. 실제로 겨울잠을 자는 박쥐가 그렇지 않은 박쥐보다 오래 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박쥐말고도 많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장수 박쥐 유전자에 DNA 치유, 노폐물 제거, 종양 억제 기능이 있음을 확인했다. 모든 생명체에는 텔로미어라 부르는 DNA 끝자락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복제가 계속될수록 이것이 짧아진다. 이것이 짧아지는 과정이 바로 노화다. 이것이 어느 정도 이상 짧아지면 세포는 기능을 상실하고 개체는 죽음을 맞게 된다. 그런데 장수 박쥐는 2살 때나 20살 때나 이 텔로미어의 길이가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장수는 그렇다치고 바이러스에 감염되어도 괜찮은 것은 왜일까. 전문가들은 이것이 박쥐가 포유류 중 유일하게 자유 비행을 할 수 있는 능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박쥐는 시속 100마일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비행을 할 때는 대부분 신진대사가 급속히 진행되며 노폐물이 쌓이고 염증이 일어나기 쉽다. 이것을 방치했다가는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이를 억제하는 유전자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바이러스 자체보다 이에 대응하는 항체가 과민 반응을 해 고열이 발생하기 때문에 장기가 기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은데 박쥐의 경우 이런 과잉 반응이 없다. 오히려 박쥐 DNA는 바이러스 퇴치보다 염증 억제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바이러스와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단 이야기다.

이런 박쥐 특성에 관한 연구는 이제 걸음마 단계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인간의 노화를 늦추고 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는데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악의 상징이자 코로나 바이러스의 원흉으로 지탄받던 박쥐가 인류의 건강 증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하게 될 지 두고 볼 일이다. 

<민경훈 LA미주본사 논설위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차고문을 들이받았다면 자동차보험일까, 주택보험일까

집에서 일어나는 자동차 사고 가운데 의외로 자주 발생하는 것이 있다. 바로 차고(Garage)에서 일어나는 사고이다. 후진하다가 차고문을 들이받거나, 기어를 잘못 넣어 집 벽을 들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하는  지름 길

이용희 목사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뜻을 관철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설득을 시도하곤 합니다.  이런 경향은 세일즈맨들에게 흔히 나타납니다. 그러나 정말로 완전하게 자신의 뜻

[행복한 아침] 마음이 담긴 말

김 정자(시인 수필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마음을 깊이 다친 적이 있다. 한참을 따끔하게 보답해 줄 한 마디를 찾아 헤매느라 무수한 말들이 내 마음을 휘젓고 다녔다. 사람마다

[신앙칼럼] 유혹의 안전지대: 하나님의 전신갑주(Beyond Temptation: Standing Firm in the Armor of God, 에베소서 Ephesians 6:11~18)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인간이 만든 '가짜 안전지대'의 허상 (Illusion of Safety)15세기 영성가 토마스 아 켐피스는 *"유혹을 받을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22)

알아두면 든든한 사회보장국 공식 유튜브 필수 영상 5선과 디지털 소통 가이드온라인 계정·은퇴연금·장애심사·SSI·사기예방까지… 영상으로 만나는 핵심 복지 길잡이 천경태 (금융전문가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특별기고] 9월 4일, 우리는 그날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미셸 강 (조지아주 하원의원 후보, District 99) 현대·LG ICE 단속 1년, 우리가 묻는 질문은 “어떤 미국을 원하는가”이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 한인사회는

[추억의 아름다운 시] 뒷 산

뒷산 / 신달자 외로울 적에마음 답답할 적에뒷산에 올라가 마음을 벗는다나무마다 하나씩 마음을 걸어두고노을을 받으며 드러눕는 그림자돌아가는 것이 없는 빈 몸이다뒤산은 뒷산은 내 몸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집 앞 나무를 자르다 생긴 사고, 주택보험이 책임질까?

최선호 보험전문인 나무는 집의 분위기를 바꾸는 가장 훌륭한 조경 가운데 하나다.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고, 겨울에는 삭막한 풍경에 자연의 멋을 더해 준다. 잘 가꿔진 큰

[애틀랜타 칼럼] 상대방의 위치에서 보라

이용희 목사 우리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때 처음부터 서로의 견해가 다른 주제를 꺼내서는 안 됩니다. 서로가 일치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문제부터 차근차근 시작해야 합니다.  그

[독자기고] 건너온 음악, 삶을 보듬다

김건흡(수필가·칼럼니스트) 황혼의 길목에서 가만히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인생의 중요한 모퉁이마다 이름 없는 선율들이 나직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악보 위에 새겨진 까만 음표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