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엘리트 학원

[삶과 생각] '늙은 포도나무'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28 13:16:24

삶과 생각,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 학장,늙은 포도나무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포도나무는 볼품은 없어도 수령(樹齡)은 길다. 백 오십년 이상의 수령은 보통이다. 수령이 30년 미만의 포도나무는 청년기다. 혈기가 왕성하고 직선적이다. 열매의 향도 강하고 수확량도 많다. 50년 이상이면 중장년기이고, 80년이 넘으면 노년기로 접어든다. 이때부턴 열매의 크기가 작아지고 생산량도 줄어든다. 그렇다고 무가치한 것은 아니다. 소출량은 미약해도 질적인 면에서는 다르다. 청년기에 거둔 열매와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고고한 향을 지닌 열매를 산출하기 시작한다. (젠스 프리위의 ‘From Grape To Wine’ 중에서)

포도나무가 늙으면 뿌리는 천천히 활동하고 영양분을 적게 섭취한다. 이파리의 광합성 속도가 감속되면서 생장과 소출이 현저히 줄어든다. 생산량을 대폭 감축한 늙은 포도나무는 독특한 향이 농축된 자기만의 열매를 산출한다. 향의 깊이를 표현하는데 있어선 젊은 포도나무는 늙은 포도나무를 능가하지 못한다.

“늙은 생강이 맵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늙은 생강은 오랜 세월의 풍파를 올곧게 견뎌 온 탓에 모양은 작고 볼품은 없다. 하지만 맛과 향기는 젊은 생강보다 더 진하다.

모세는 성품이 잘 다듬어지지 않아 80세까지 실패의 삶을 살았다. 포도 열매로 본다면 향이 없는 삶을 산 것이다. 모세는 80세의 노년에 극적으로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심오한 향을 산출하는 후반전의 삶을 살았다. 80세까지의 모세의 삶이 이기적 삶이라면, 후반의 삶은 민족의 구원을 위한 봉사의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포도나무의 수명은 75-100년이다. 그 중에 오래 사는 것은 200년 까지 생존하며 귀한 열매를 맺는다. 작은 마른 막대기처럼 볼품없는 포도나무가 이렇게 오래 살면서 풍성한 열매를 맺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류의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의 후반 3년 6개월 삶을 보라. 그 기간은 문자 그대로 인류 구원을 위한 특별한 봉사의 삶이었다. 하나님은 자신을 낮추고 봉사의 삶을 사신 예수님을 인류의 구세주로 높이시고 영화롭게 하셨다.

120세 고령화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 이젠 60세 까지가 전반전이고 60세 이후는 후반전이다. 마라톤같이 지구력을 요구하는 운동경기에선 후반전에 승패가 결정될 때가 많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60세를 넘어선 선수들은 후반전을 잘 달려야 한다. 이 시점에선 ‘하프타임’을 이용한 영혼의 깊은 숨고르기가 꼭 필요하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가지치기하는 포도농사와 같다. 노욕(老慾)을 절제하고 생활을 단순화하라. 직선보다는 곡선의 삶을 살라. 이제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무엇을 배우라. 무엇보다 인생의 후반전은 봉사의 삶을 살라.

파블로 카잘스는 91세가 되어서도 매일 6시간씩 연습했다. 제자가 물었다. “선생님은 왜 이 연세에도 날마다 연습을 하십니까.“ 카잘스는 대답했다. “요즘도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기 때문이라네.” 괴테는 대작 ‘파우스트’를 82세에 완성했다. 세네카(Seneca)는 갈파했다. “잘 사용하는 방법만 안다면 노년은 온통 신비와 기쁨으로 가득 찬 세계다.”

<김창만/목사·AG 뉴욕신학대학(원) 학장>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리 혹스테이더 칼럼] 벼랑 끝에 선 유럽

유럽은 산적한 위협의 한 복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정치적 측면에서 보면 기존의 전통적인 정당들이 유권자들의 들끓는 분노 속에 침몰했다.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거나 기껏해야 답보상태

[오늘과 내일]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가짐

작년 12월 마지막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떼면서 지난 1년 동안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는 질문해 본다. 지난 한해 동안 행복하셨습니까? 후회되고 아쉬웠던 일은 없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정숙희의 시선] 타마라 드 렘피카 @ 드영 뮤지엄

굉장히 낯선 이름의 이 화가는 100년 전 유럽과 미국의 화단을 매혹했던 경이로운 여성이다. 시대를 앞서간 아티스트이자 파격의 아이콘이며 사교계의 총아이기도 했던 그녀는 남자와 여

[에세이] 묵사발의 맛

꽃동네에서 먹은 묵사발은 생각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돈다. 처음 꽃동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수녀님들이 꽃을 많이 가꾸며 가는 동네일 것이라는 상상을 했었다. 사막의 오아시스라는

[시와 수필] 하늘 아래 사람임이 부끄러운 시대여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삶과 생각] 천태만상 만물상

지천(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인류사회와 인생사는 천태만상 총 천연색이다. 크고 작은 모양과 색깔 등 각기 다른 특성이 수없이 많고 또 장단점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메디케어 혜택의 A B C D

최선호 보험전문인 예전엔 어른이 어린아이를 보고 한글을 깨쳤는가를 물을 때 “가나다를 아냐”고 묻곤 했었다. ‘가나다’가 한글 알파벳의 대표 격이 되는 것이다. 영어에서도 마찬가지

[독자기고] 쉴 만한 물가-Serenity

제임스 한 목사 2024한 해가 간다. 석양이 서쪽 하늘에 드리워 지면서 밝은 빛이 지워져 간다.마지막 노을을 펼치면서 2024를 싣고 과거로 간다. 이별이다. 아쉬움이다. 떠남이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김용현의 산골 일기] 죽은 나무 살리기

산기슭에 자리한 아파트의 작은 거실이지만 동쪽으로 큰 유리창이 나 있고 그 창으로 햇볕이 쏟아져 들어오면 한 겨울인데도 따뜻한 봄날 같다. 문득 바깥추위가 걱정돼 텃밭에 갔더니 꽃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내 마음의 시] 그대가 있어서

허 영희(애틀란타 문학회 회원)  그대가 있어서찬바람이 불어도 이제 춥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떨어지는 낙엽에도 이제 눈물 흘리지 않아요.  그대가 있어서비 오는 아침에도 이제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