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첫광고
김성희 부동산

[에세이] 재즈의 도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19 17:12:03

에세이,박인애,수필가,재즈의 도시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오랜 세월, 가고 싶어 부러워했던 뉴올리언스에 다녀왔다. 달라스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곳이어서 직접 운전해 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갔다. 그곳은 매년 마디그라 축제와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으로 유명하다. 지인들로부터 그곳의 다양한 문화 행사와 먹거리에 관해 들은 바가 있어서 가고 싶은 도시 목록에 들어있었다.  

축제 기간이 아니어서인지 개학을 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어깨를 부딪치며 다닐 정도로 관광객이 많진 않았다. 그곳 날씨는 미시시피강을 끼고 있어서 고온 다습했다.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은 뉴올리언스를 대표하는 작가 테네시 윌리엄스, 트루먼 카포티, 윌리엄 포크너의 생가였다. 단체에서 문학 기행을 가면 작가의 생가에서 사진 한 장 찍는 것도 전쟁인데, 붐비지 않으니 편하게 사진을 찍고 외관이라도 여유롭게 볼 수 있어 좋았다. 오 헨리나 에드가 앨런 포 생가처럼 박물관으로 만들면 좋았을 텐데, 건물주가 돈이 더 궁했는지 세를 주어서 문화유산으로 보존되지는 않았다. 그들이 살았던 집에는 다른 사람이 입주해 살고 있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건물 외벽에 붙은 동판 속 설명이 전부여서 아쉬웠지만, 그들이 작품을 썼던 공간과 다녔던 거리를 걸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좋은 여행지를 추천해도 딸과 둘이 가라며 손사래 치던 남편이 웬일로 뉴올리언스 여행을 결심했는지 모르겠다. 호캉스 좋아하는 사람이 루이스 암스트롱 공원, 제2차 세계대전 박물관, 오두본 아쿠아리움, 잭슨 스퀘어, 프렌치 쿼터, 프렌치 마켓, 미국 최초의 성당인 세인트루이스 대성당 등을 걸어 다니며 새로운 문화를 체험했다. 땀 흘리며 사서 했던 고생이 싫지만은 않았는지 마디그라 축제할 때 한 번 더 가보자고 했다. 버스와 전차를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패스를 끊어서 타고 다녔는데, 버스에 바퀴벌레가 있었다. 처음엔 놀라 발을 바닥에 내려 놓지 못했는데, 나중엔 신경도 안 썼다. 그래서 다 적응하고 살기 마련인 모양이다. 영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나오는 전차도 타 보고 유명한 스팀 보트도 타보았다. 

미국 남부에 자리한 뉴올리언스는 1815년 잭슨 장군이 이끄는 미국 군대가 뉴올리언스 전투에서 영국을 이긴 후 미국 땅이 되었다. 그 이전에는 스페인과 프랑스가 통치했었다. 지금도 그때 사용했던 지명이 붙은 명판이나 건축물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자기 나라로 돌아가지 못한 프랑스인들이 미국 남부에 많이 살았다. 그곳에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 노예들과 남미 에스파냐인 등 다인종이 살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문화 가정이 생기고 여러 나라 음식이 합쳐진 퓨전 요리도 생겨 음식문화와 재즈가 발달하게 되었다. 

테네시 윌리엄스가 ‘보헤미아의 마지막 개척지’라고 칭송했던 뉴올리언스에서 먹어본 음식 중 기억에 남은 건 단연 카페 뒤 몽드(Cafe du Monde)에서 파는 베니에(Beignet)와 카페오레였다. 매일 먹고도 모자라 떠나는 날 공항에서도 사 먹었다. 전차 파업 때 가난한 노동자들의 한 끼를 해결해 준 포보이(po-boy) 샌드위치도 푸짐하고 맛있었다. 남편과 딸은 검보, 잠발라야, 굴, 악어 등 해산물이 들어간 요리를 잘 먹었는데, 향이 강해서 내 입맛엔 안 맞았다.

뉴올리언스는 ‘새로운 오를레앙’이라는 뜻이다. 수많은 허리케인과 전쟁을 이겨내고 꿋꿋하게 살아남은 도시가 안쓰럽고 기특했다. 이왕이면 관광자원을 잘 살리고, 도시도 깨끗하게 재정비하고, 노숙자 복지까지 해결하면 더없이 좋은 관광도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게 보이고 새 에너지가 생기고 상했던 마음이 새로워진다. 다음엔 어디를 갈까,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루이스 암스트롱 공원에서 그를 알현하고 오니 그의 재즈가 새롭게 다가온다. 음악은 자유고 여행은 치유다.

<박인애 수필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미국 내 영주권 신청 막힌다?”

케빈 김 법무사 USCIS 신분조정(AOS) 정책 변화와 현실적인 대응 전략 미국 이민국(USCIS)이 지난 5월 22일 발표한 신분조정(Adjustment of Status·AO

[행복한  아침]  어른  다움의 서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나이가 들어간다는 말은 내 보이기 싫은 것들이 늘어난다는 말과 동의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주름살, 흰머리, 아집, 애착이 은근히 자리 잡기 시작하

[신앙칼럼] 다볼산의 기적 예수 (The Miracle of Mount Tabor, Jesus : 마태복음Matthew 17:1~13)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1. [도입] 붉은 흙 위에 울리는 나지막한 음성앨라배마의 뜨거운 태양 아래, 버려진 돌조각들로 평생 기도의 정원(아베 마리아 그로토)을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균형을 찾는 지혜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라는 물음에 앞서 삶의 모든 영역에 불균형으로 질서가 없음을 경험한다. 인간관계의 불협화음에서 파생되는 무질서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9)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9)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다지급금 회수, 당신의 ‘작은 실수’를 대하는 쇼셜시큐리티의 변화” 천경태 (금융전문가)  공식 발표일: 2026년 5월 11일 (자료 출처: SSA 감사

[삶과 생각]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
[삶과 생각] 소아암 병동의 아이들!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에모리 의과대학 종신 명예교수이자 소아암 전문 의학박사인 문학평론가 아혜 김태형 시인의 글을 읽고 고약한 소아암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의

[추억의 아름다운 시] 밤의 이야기

조병화 고독하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소망이 남아 있다는 거다소망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삶이 남아 있다는 거다삶이 남아 있다는 건아직도 나에게 그리움이 남아 있다는 거다그리움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수필] 묵묵히 곁을 지키는 일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칠십 대 초반의 한 할머니가 남편을 여의었다. 지금까지 전기요금 내는 일조차 손수 해본 적이 없던 할머니는 매일 아침 남편의 묘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의 Personal Property란 무엇인가?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 주택보험의 Personal Property란 무엇인가?

최선호 보험전문인 ‘세간살이’라는 말은 집안에서 사용하는 온갖 물건을 뜻한다. 냉장고, 세탁기, 소파, 침대, TV 같은 큰 물건부터 옷, 그릇, 컴퓨터, 전자제품까지 모두 포함된

[애틀랜타 칼럼] 용서의 힘

이용희 목사 “너의 원수로 인하여 난로의 불을 뜨겁게 지피지 말라. 오히려 그 불이 너 자신을 불태울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말입니다.분노하는 사람은 그 분노로 인하여 자신을 잃을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