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엘리트 학원
첫광고

[뉴스칼럼] ‘지지’(知止)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08 11:43:39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지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장량은 중국 전국시대의 전략가이자 정치가이다. 자는 자방이다. 전략적인 지혜를 잘 써서 유방이 한을 세우고 천하를 통일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소하, 한신과 함께 ‘삼걸’의 일원으로, 동양 문화권에서 참모의 대명사로 통한다. 한 고조 유방은 “군막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에서 벌어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장자방”이라고 극찬을 했다. 사마천도 탁월한 식견을 지닌 ‘하늘이 내린 참모’라 그를 평했다.

이런 장량은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자 “천하가 통일됐으니 내가 할 일은 다했다” 말과 함께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그는 “멈춰야 할 때를 알기에(知止)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량이 천하를 통일한 위업보다 그를 더 후세에 남게 한 것은 이 같은 ‘멈춤의 철학’이다.

장량의 이런 ‘멈춤의 철학’을 체계화한 사람은 수나라 때 유학자 왕통이었다. 그의 철학은 “삶에는 나아가는 일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잠시 멈추는 것도 있다”는 말로 집대성된다.

그는 ‘나아감’과 ‘멈춤’의 상호보완을 강조하면서 멈춤의 ‘지’(止)와 멈추지 않음의 ‘부지’(不止)가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이자 큰일을 이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계라고 말한다. ‘멈춤’은 패배나 후퇴가 아니라 용기 있고 능동적인 사람만이 실천할 수 있는 철학이자 덕목이라는 것이 왕통 사상의 요체이다.

이런 멈춤의 지혜를 생활의 죽비로 삼고 있는 사람의 하나가 중화권 최대 거부인 홍콩의 리카싱이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멈춤을 안다’는 뜻의 ‘지지’(知止)라는 커다란 액자를 걸어 놓고 이를 경계로 삼고 있다.

하지만 멈출 때를 안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지킬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집착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런 만큼 물러나거나 멈추는 게 어려워진다. 동서고금 무수한 인물들의 성공과 몰락의 스토리들이 이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대선 후보 첫 TV토론 후 불거진 ‘고령 리스크’로 당 안팎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대선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21일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직 대통령이 투표일을 100일 남짓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의 전격적인 사퇴 발표에 정치권과 유권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민주당 안팎의 사퇴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사실상 확정된 후보자리를 내려놓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던 오랜 정치적 동지들에 대한 서운함을 접고 힘든 결단을 내렸다.

바이든의 사퇴 발표가 나오자 뉴욕임스는 사설을 통해 “그는 자신의 자존심과 야망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 했다”며 “트럼프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용단을 내렸다”고 높이 평가했다. 사설은 바이든의 용퇴로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통령 직 복귀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바이든 사퇴 이후 트럼프의 승리가 기정사실화되던 대선 판세는 급변하고 있다.

노자는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止不殆)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대선 완주를 고집해 결국 트럼프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바이든의 정치적 유산이 어떻게 지워지고 사라지게 될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멈출 줄 아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던 것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벌레박사 칼럼] 가을철 벌레 관리는 이렇게…

벌레박사 썬박페스트 콘트롤 비즈니스를 오래 하다보니, 아침에 일어 나면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그날의 일기예보를 본다. 비즈니스 특징상 그날의 기온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비와

[법률칼럼] 결혼영주권과 가정폭력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중 결혼과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다. 가장 흔한 예로,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사람이 한국으로 가서 자신을 총각

[행복한 아침] 모순

김정자(시인·수필가) 하이웨이 285에서 톰 모어 랜드 인터체인지로 차선을 바꾸려는 지점에서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끼어든 차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내달린다. 연이어 여러 대가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길가 풀잎위몰래 앉은 새벽 이슬맑은 방울속에가을이 담겨 왔습니다  밤낮도 모르고처량하게 들려 오던매미 노래 여운속에가을이 스며 들었습니다  상큼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변화는 먼저 성찰과 순수함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삶의 치열한 탐색이 변화의 핵심 요체인 듯하다.변화를 갈망하는 치열한 탐색이

[신앙칼럼] 기쁨의 모략(Conspiracy Of Joy, 시편Psalm 37: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진정성(Authenticity of God)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 중에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기쁨의 저변에 무엇이 모략

[한자와 명언]  疑 問(의문)

*의심할 의(疋-14, 4급)*물을 문(口-11, 7급) 의문은 쌓일수록 좋으나, 의심은 그렇지 않다. 의심이 의심을 낳아서 자꾸 쌓이게 되면 계획을 ○치게 된다. 먼저 ‘疑問’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