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이규 레스토랑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뉴스칼럼] ‘지지’(知止)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8-08 11:43:39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지지

권순상 노흥성 부동산 470-218-6136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장량은 중국 전국시대의 전략가이자 정치가이다. 자는 자방이다. 전략적인 지혜를 잘 써서 유방이 한을 세우고 천하를 통일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소하, 한신과 함께 ‘삼걸’의 일원으로, 동양 문화권에서 참모의 대명사로 통한다. 한 고조 유방은 “군막에서 계책을 세워 천리 밖에서 벌어진 전쟁을 승리로 이끈 것이 장자방”이라고 극찬을 했다. 사마천도 탁월한 식견을 지닌 ‘하늘이 내린 참모’라 그를 평했다.

이런 장량은 유방이 한나라를 세우자 “천하가 통일됐으니 내가 할 일은 다했다” 말과 함께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그는 “멈춰야 할 때를 알기에(知止)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량이 천하를 통일한 위업보다 그를 더 후세에 남게 한 것은 이 같은 ‘멈춤의 철학’이다.

장량의 이런 ‘멈춤의 철학’을 체계화한 사람은 수나라 때 유학자 왕통이었다. 그의 철학은 “삶에는 나아가는 일만이 있는 것은 아니고 잠시 멈추는 것도 있다”는 말로 집대성된다.

그는 ‘나아감’과 ‘멈춤’의 상호보완을 강조하면서 멈춤의 ‘지’(止)와 멈추지 않음의 ‘부지’(不止)가 성공과 실패의 분수령이자 큰일을 이루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경계라고 말한다. ‘멈춤’은 패배나 후퇴가 아니라 용기 있고 능동적인 사람만이 실천할 수 있는 철학이자 덕목이라는 것이 왕통 사상의 요체이다.

이런 멈춤의 지혜를 생활의 죽비로 삼고 있는 사람의 하나가 중화권 최대 거부인 홍콩의 리카싱이다.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멈춤을 안다’는 뜻의 ‘지지’(知止)라는 커다란 액자를 걸어 놓고 이를 경계로 삼고 있다.

하지만 멈출 때를 안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지킬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집착이 생기게 마련이고 그런 만큼 물러나거나 멈추는 게 어려워진다. 동서고금 무수한 인물들의 성공과 몰락의 스토리들이 이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대선 후보 첫 TV토론 후 불거진 ‘고령 리스크’로 당 안팎의 압박을 받으면서도 대선 완주 의사를 굽히지 않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7월21일 대선 후보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직 대통령이 투표일을 100일 남짓 앞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한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의 전격적인 사퇴 발표에 정치권과 유권자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민주당 안팎의 사퇴 압박이 점차 거세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현직 대통령이 사실상 확정된 후보자리를 내려놓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다.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앉아 있으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사퇴를 직간접적으로 압박하던 오랜 정치적 동지들에 대한 서운함을 접고 힘든 결단을 내렸다.

바이든의 사퇴 발표가 나오자 뉴욕임스는 사설을 통해 “그는 자신의 자존심과 야망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 했다”며 “트럼프라면 결코 하지 못했을 용단을 내렸다”고 높이 평가했다. 사설은 바이든의 용퇴로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통령 직 복귀에 따른 위험으로부터 나라를 보호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바이든 사퇴 이후 트럼프의 승리가 기정사실화되던 대선 판세는 급변하고 있다.

노자는 “멈춤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知止不殆)라고 말했다. 바이든이 대선 완주를 고집해 결국 트럼프가 승리하는 결과가 나올 경우 바이든의 정치적 유산이 어떻게 지워지고 사라지게 될지를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래서 옛 성현들은 “멈출 줄 아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는 일”이라고 했던 것이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애틀랜타 칼럼]  여러분은 하나님을 만나 보셨나요

세상은 지금 혼돈에 빠져 있습니다. 도덕적 혼돈, 사회적 혼돈, 정치적 혼돈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깊고 근본적인 혼란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독교란 무

[법률칼럼] 이민국은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는다, ‘보완 기회’보다 중요한 첫 접수

케빈 김 법무사미국 이민제도의 분위기가 다시 한번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민 신청서에 서류가 부족하거나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추가서류요청(RFE)이나 거절의도통지(NOID

[행복한 아침] 여름 소식

김 정자(시인 수필가)   소나기가 내리려는 지 후덥지근한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몰려들더니 어느 새 주위가 어둑해 지고 섬광이 번쩍인다. 순간 격정적으로 쏟아지는 비가 폭우로 변한

[독자기고]  고 짐 레이니 대사님 영전에
[독자기고] 고 짐 레이니 대사님 영전에

고(故) 짐 레이니 대사 영전에. 전 에머리대 총장이자 주한 미국대사를 역임한 짐 레이니 대사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박경자."해물 순두부 좋아해요." 정확한 한국말로 순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한미 동(혈)맹의 중요성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한미 동(혈)맹의 중요성

최 모세( 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헌법정신 위에 어떻게 세워졌는가? 8, 15 광복절 81주년 기념일을 맞아 우리는 이 진지한 물음 앞에서, 겸허해

[신앙칼럼] 가을의 향성, 투르게네프의 언덕 (The Tropism of Autumn : Turgenev's Hill, 마태복음 7:1~1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서론]“나는 고갯길을 넘고 있었다…… 그때 세 소년 거지가 나를 지나쳤다…… 언덕 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짙어가는 황혼이 밀려들 뿐.”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9)
[재정칼럼] 천경태의 은퇴를 지키는 쇼셜시큐리티 인사이트 - 은퇴와 생활의 기초를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제도 읽기 (19)

2026 연방 보조금(SSI) 연례 보고서 발표와 취약계층 복지 시스템의 대대적 혁신 SSI 전담 개혁실 신설, 실시간 금융·소득 검증을 통한 오지급 방지와 수급자 보호 강화 천경

[추억의 아름다운 시] 승무(僧舞)

조지훈 / 시인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고이 접어서 니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

[삶과 생각] 미국의 승리와 8.15 광복
[삶과 생각] 미국의 승리와 8.15 광복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오는 8월 15일은 광복 79주년이 되는 기념일이다. 79년간 광복절 기념행사를 해 온 것은 거룩하고도 감사한 민족 해방의 국경일이기

[수필] 삶의 축을 찾아가는 길
[수필] 삶의 축을 찾아가는 길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요즘 들어 지난날을 떠올리며 혼자 미소 짓는 일이 늘었다.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일 터다. 그래도 용수철처럼 튀어나오는 기억들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