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샘 트리오는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나성에 가면 소식을 전해줘요…”라고 노래했다. 경쾌한 리듬에 실어 이별의 슬픔을 노래한 ‘나성에 가면’이 나오던 1978년은 경제적 풍요를 찾아 이민하는 한국인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할 무렵이었다. 한인 이민자가 집중적으로 정착한 LA한인타운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한인타운에서 허가 받은 아파트가 40건이 넘는데, 2.7스퀘어 마일의 좁은 타운에서 개발이 완료되었거나 현재 진행중이다.
한인타운은 2020년대 들어서 LA에서 가장 핫한 동네 중 하나가 되었다. 최근 언론 보도는 커피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업소가 최소 65개나 자리잡고 있어 한인타운이 커피의 메카로 변신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카페를 필두로 한 레스토랑, 바, 주점, 나이트클럽, 노래방 등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트렌드한 분위기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인기에 힘입은 LA 한인타운은 ‘리틀 강남’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일본 문화와 역사적 유산을 잘 보존하고 있는 ‘리틀 도쿄’ 거리에는 노숙자도 없고 보행자 몰도 있어 한인타운과 잘 대비된다. 도쿄 어느 한 모퉁이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풍기는 ‘리틀 도쿄’가 오늘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일본 이민자들의 세대를 이어가는 오랜 시간에 걸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1963년 커뮤니티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리틀 도쿄 재개발협회(LTRA)’를 결성해 추진한 ‘리틀 도쿄 프로젝트’를 1972년 LA시 커뮤니티 재개발국이 마스터 플랜으로 채택했다.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1986년 ‘리틀 도쿄’는 국가 역사 지구로 지정되었다. 이제 ‘리틀 도쿄’에는 LA 다운타운의 경기 활성화 혜택을 누리고 일본 문화의 정취를 느끼며 살수 있는 품위 있는 중저층의 아파트가 세워졌으며, 대중교통 환승이 편한 지구로 변모해서 LA의 다문화성을 상징하는 큰 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LA시는 한인타운에 ‘윌셔/코리아타운 코리도’를 지정해서 럭셔리 초고층 아파트를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계획은 한인타운의 약 80% 정도의 지역을 계획구역 속에 포함하고 있지 않은 문제가 있다. 재패니스 타운의 ‘리틀 도쿄’, 차이나 타운의 ‘DTLA 2040’ 같은 장기 마스터 플랜 없이 한인타운 개발 붐은 윌셔대로 변에 고층아파트를 재개발하는데 그치고 있는게 현실이다.
럭셔리 아파트 건설은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켜 낮은 임대료에 살고 있는 저소득 이민자들을 몰아내고 있다. ‘윌셔/코리아타운 코리도’는 상업용 초고층 건물과 고급 오피스텔로 단조롭게 개발된 강남의 테헤란로 변의 개발 양상과 비슷하다면 필자만의 생각일까?
다양한 인종과 활동의 혼합이 건물과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종합개발은 단일 용도의 개발보다 커뮤니티의 활력과 경제활성화, 인종간의 긴장 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더 늦기전에 한인 이민자 문화의 영혼이 스며있는 한인타운을 탄생시켜야 한다.
<조재성 도시계획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