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周邊人-marginal man)은 소속 집단을 옮겼을 때 원래 집단의 습관과 가치를 버리지도 못하고 또한 새로운 집단에도 충분히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민으로 이루어진 나라, 미국에서 새로 온 이민그룹들은 보통 주변인으로 불려왔다. 새 이민자들은 먹고살기 위해 새로 생업에 매달린다. 그 업종도 ‘marginal business’(주변부 비즈니스)로 통칭됐다.
이 주변부 비즈니스가 그래왔다. 일종의 3D업종과 흡사했다. 주류 비즈니스는 이 땅에 먼저 온 그룹, 그러니까 앵글로색슨계를 중심으로 한 백인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 같은 제한 속에서 남겨진 시장은 그들(주류 백인들)이 잘 거들떠보지 않는 업종들뿐이었다.
그러다보니 일부 특정 업종들은 새 이민그룹을 대표하는 비즈니스가 되다시피 했었다. 가드닝 하면 한동안 바로 연상됐던 이민그룹은 일본계였다, 세탁업은 중국계였고.
기성복 중심의 의류업은 본래 유대계 비즈니스였다. 19세기, 20세기 초만 해도 기성복은 주류 사회가 거들떠보지 않던 상품이었다. 하지만 유대계 이민자들은 대량생산시대 도래와 함께 기성복의 장래를 내다보고 새로운 시장개발에 나서서 세계적인 거대산업으로 변모시켰다.
‘특정 업종=특정 이민그룹’, 그 흔적은 오늘날에도 발견된다. 그 중 하나가 호텔업으로 미 전국의 호텔 중 60%는 인도계 이민자들이 소유하고 있다.
인도계 이민자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분야는 호텔업뿐이 아니다. 과장해 표현하면 실리콘밸리도 인도계가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 IBM CEO, 샨터누 너라연 어도비 CEO가 인도계인데서 볼 수 있듯이.
인도계의 의료계, 학계진출도 눈부시다. 미국의 의사 20명 중 1명은 인도계다. 거기에다가 의대 입학생 중 10명 중 1명은 인도계가 차지하고 있다. 또한 시카고대학, 조지타운대학, 하버드대학, 노스웨스턴대학, 뉴욕대학 등 상당수 미국 내 일류 대학의 학장도 인도계다.
인도계 인구는 미국 전체 인구의 1.5%로 아시아계 중 중국계를 제치고 가장 많고 또 미국 내 어느 특정 민족그룹보다도 소득이 높다. 인도계의 가계 소득 중간치는 백인의 2배, 흑인의 3배에 이른다는 것이 월 스트리트 저널의 보도다.
한 때 주변인(周邊人-marginal man)그룹이었던 인도계가 엄청난 속도로 미국사회 기득권층을 파고들고 있는 오늘날의 현상. 그 배경은 무엇일까. 높은 교육수준으로 보인다.
지난 20여 년 동안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 기술 인력에 대한 미국 IT 기업들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러시를 이룬 것은 인도의 고급두뇌 미국유입이다. 그래서인가 인도계 성인인구의 2/3는 대졸자이고 대학원이상 학력소지자는 40%에 이르고 있다.
이와 비례해 인도계의 정치적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연방 의회에는 5명의 인도계 의원들이 포진해 있고 각 주 의회에서 활동하는 인도계 정치인 수도 40여 명에 이른다.
거기에다가 새로 ‘전국구급 인사’로 떠오르고 있는 인도계도 한 둘이 아니다. 트럼프에 도전, 공화당 대권경쟁에 뛰어들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그 하나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J.D. 밴스 상원의원의 부인인 우샤 밴스도 그 중 하나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인도(타밀)계 어머니와 아프리카계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에서 태어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다. 바이든의 후보직 사퇴로 그녀가 민주당 대권주자로 유력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4년은 미국의 인도계에게 왕운(旺運)의 해가 될 것인가. 두고 볼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