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을 타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모든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본다. 버스를 타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밖에서 울고 떼를 쓸 때 스마트폰을 쥐어주고 유튜브에서 핑크퐁 영상을 틀어주면 금세 조용해진다. 어르신들은 유튜브를 통해 보고 싶은 뉴스를 접하고 젊은 사람들은 쇼츠에 열광한다.
유튜브에 ‘중독’된 대한민국의 현실을 보여주는 모습들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5월 한 달간 유튜브 사용자는 4579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88%에 달한다. 스마트폰이 없는 7세 이하 아이들을 제외한다면 사실상 모든 국민이 유튜브를 보는 셈이다.
1인당 평균 사용 시간도 43시간으로 미국(24시간)을 두 배 가까이 앞섰다. 토종 메신저 카카오톡(12시간)과 네이버(9시간)는 이미 멀찌감치 따돌린 지 오래다.
유튜브는 진입 장벽이 낮고 다양한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어 순식간에 미디어의 최강자로 올라설 수 있었다. 특히 구독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정확히 파악해 맞춤형 동영상을 제공하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꼽힌다. 문제는 추천 알고리즘 중독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추천 알고리즘은 영상을 보기 시작하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도록 설계돼 있다.
구독자를 오래 묶어둬야 더 많은 광고료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신경전달물질 도파민을 자극하는 동영상 시청을 멈춘다는 건 마약을 끊는 것만큼 어렵다. 유튜브가 ‘디지털 마약’으로 불리는 이유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청소년과 아이들에게 중독성이 크다는 데 있다.
정부가 지난해 실시한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숏폼의 경우 청소년 40.1%, 유·아동 25%, 만 20~59세 성인 22.7%, 60대 13.5%의 순으로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전세계적으로 온라인 혐오와 허위 정보, 사적 제재, 라이브 자살 등 유튜브를 포함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만드는 간과하기 어려운 부작용들은 선을 한참 넘은 상태다. 특히 중독성에 따른 미성년자들의 폐해가 커지자 주요국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미국 뉴욕주 의회는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알고리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는 3세 이하의 경우 동영상 시청 자체를 막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미성년자들이 정보기술(IT)을 가장 자주, 가장 많이 경험하는 우리의 경우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더욱 실질적인 정책과 입법이 필요한 때다.
<최성규 서울경제 디지털편집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