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징병제를 폐지한 지 50주년이 되는 지난해 7월 1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기념 성명을 발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지난 50년간 미국인들은 강제가 아니라 신념에 의해 군에 입대해왔다”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 복무를 자원하는 이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병역 제도는 징병제와 모병제를 오갔다. 미국은 독립전쟁 당시 ‘민병대법’을 제정해 징병제를 도입했다가 독립 후 모병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1861년 남북전쟁이 벌어지면서 징병제가 부활했다. 당시 북부군·남부군 모두 의무 복무 제도를 시행했다. 남북전쟁이 끝나자 모병제로 복귀했다가 제1차 세계대전을 계기로 징병제로 유턴했다.
미국의 군 복무 의무화는 베트남 전쟁 후반까지 유지됐다가 종전 2년 전인 1973년 7월 폐지됐다. 베트남 전쟁의 정당성과 병역제도를 두고 논란이 확산되자 리처드 닉슨 당시 대통령이 모병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군 의무 복무가 대선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1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군 복무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언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국방장관 후보인 크리스토퍼 밀러 전 국방장관 직무대행은 최근 인터뷰에서 “전국적인 복무 의무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거론되는 JD 밴스 상원의원도 “의무 복무라는 발상을 좋아한다”고 거들었다.
미국에서 징병제 부활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신냉전 가속화 속에 병력 부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군의 전체 모병 실적이 목표보다 4만 1,000명이나 미달했을 정도다. 우리 군의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군의 허리’인 초급 간부들의 이탈이 심각한 가운데 저출생 여파로 국군 상비 병력이 2040년에는 36만 명 수준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군 간부들의 처우 개선과 함께 100만 명이 넘는 북한군을 대적하기 위한 기본적인 군 병력 자원 확보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임석훈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