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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낙타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6-04 17: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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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 신경림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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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눈 껌뻑이며 낙타가 간다. 낙타라고 해서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았으랴. 대상을 따라 모래언덕을 넘는 낙타의 그림자가 아름답기만 하겠는가. 고삐에 이끌려 한 번도 제 길을 걸어보지 못한 낙타가 도리질하며 사라져 간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한평생 사람의 마을에서 가장 낮은 이들의 슬픔을 위로하던 시인이 낙타를 타고 별나라로 가셨다. 어쩌면 낙타가 되어 돌아오신다니 사람들아, 코뚜레 깎던 칼을 버려야겠다. 무슨 재미로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과 가시겠다니, 어떤 재미라도 만들어야겠다. 꽹과리를 치고 날라리를 불면서.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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