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언제부터인가 맥 다니엘 팜 팍 숲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으며 삶의 활력을 얻고 있다.
맥 다니엘 팜 팍 숲길을 걷는 날이면 고즈넉한 숲의 풍경에 눈길이 오래 머문 체 마음이 더없이 풍요로워진다.
숲의 정취를 돋구어 주는 자연의 생명력에서 맑은 정기를 받아 영혼과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살아가면서 예민한 감정의 반응이 영혼의 안정을 해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삶의 충족감 결여가 감정을 자극하는 현실의 난제가 심각성을 더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삶의 현실적인 결핍으로 인한 어려움이 가중되어 큰 고통을 겪을지라도 자신의 언행을 더욱 신중(自重自愛)해야 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사랑은 오래 참는다”라는 말씀은 사랑의 감정이 있는 한, 끝까지 참을 수 있다는 역설을 받아들인다. 자신의 내면을 살펴야 한다. 내면의 아픔이 따르는 치열한 성찰이 있어야 한다.
끊임없이 삶의 본질과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계속하는 이유이다.
자기 성찰의 시간이 순수한 생명력을 지닌 건전하고 성숙한 인격체로 키우는 힘이 된다.
먼저 불편한 감정이나 갈등은 제 때에 해소되어야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 불편한 감정에 사로잡혀 있으면 건전한 사유의 체계와 판단력을 지닐 수 없다.
무엇보다 시류에 휩쓸리지 않는 인간 본성의 고유한 품격의 회복이 필요하다. 빛을 잃은 순수한 영혼의 회복과 맑은 심성을 항상 지닐 수 있길 바란다.
시편에서 다윗의 간절한 호소, 부르짖음은 인간의 순수한 본성의 회복을 갈구하고 있음이 아닌가.
오늘도 숲길을 산책하다가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다. 후문 입구에 지붕이 설치된 쉼터로 달려간다. 쉼터에서 시름을 잊고 시원하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는 가슴엔 그리움이 밀려온다.
메마른 감정에 빗소리가 촉촉하게 스며들어 적시듯이 그리움이 애틋하게 잦아든다. 마음의 순수를 회복하는 감미로움은 낭만적인 감정의 물결로 출렁이게 한다. 빗속에서 영혼과 마음이 맑아지고 신비스러운 고요함에 젖어 든다.
어느덧 소나기가 그치고 흠뻑 빗물 머금은 숲의 나무 잎새는 한껏 싱그러움과 푸르름을 자랑한다. 풋풋하고 싱싱한 생명력의 표현에 삶의 활기를 찾는다. 숲의 정적을 깨뜨리는 새들의 낭랑한 울음소리가 마음을 한없이 맑게 한다.
자연 속에서 생명의 신비를 체험하며 투명한 마음이 자라났으면 좋겠다. 투명한 영혼과 맑은 마음에서 새로운 창조력이 싹튼다.
베토벤이 “하이리겐시타트” 숲에서 삶을 마감하려고 쓴 유서를 배설물로 여기고 자신의 운명을 초극한 후 새로운 창조력에 의한 불후의 작품이 탄생한다.
베토벤의 제6번 교향곡 F 장조 <전원 Pastoral>은 제2악장에서 새들의 울음소리가 오케스트라에 의해 표현되는 푸른 숲의 청정한 노래이다.
이 무렵 베토벤은 거의 청각을, 잃어 새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신과의 영적인 교감에 의해 자신의 내면에서 새소리를 울려주고 있다.
뻐꾸기(Clarinet) 나이팅게일(Flute) 메추리(Oboe)의 울음소리의 풍요로운 음색은 숲을 울리는 해맑은 메아리다.
자연의 맑은 숨결이 삶의 격조 높은 향기로움을 지니는 영혼의 그윽한 숨결로 스며들었으면 참으로 좋겠다.
자연 앞에서 마음을 열며 고결한 정신세계와 사랑의 넉넉한 마음이 움트기 바라는 간절함이다. 인간의 고귀한 가치 의식의 추구는 자연의 질서로부터 배우는 삶의 겸허함에 있다.
정문 주차장을 향해 걷던 발걸음을 개울가 다리 위에 이르러 멈춘다. 어느새 불어난 개울물 흘러내리는 청량한 소리가 맑은 시정(詩情)처럼 정겹다. 눈부신 밝은 햇살이 비껴드는 개울가의 평화로운 정경은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맑게 갠 푸른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피어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