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AI(인공지능)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컴퓨터와 정보 및 데이터 처리, 머신러닝(기계학습)들의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할 수 없는 온갖 계산을 통하여 이제 우리 생활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AI 기술이 작동되고 간여하고 있다. 이러한 AI 기술은 산업생산을 고도화하고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효율성을 높이며 일상생활을 편하게 하는 순기능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또 한편 우리를 귀찮게 하거나 짜증나게 하는 역기능도 있다.
궁금한 것이 있어 구글이나 아이폰의 사파리를 찾아 검색어를 넣으면 AI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하는 수많은 웹사이트와 이미지를 금방 찾아준다. 영문 이메일 텍스트를 쓰다보면 AI가 알아서 다음 문장을 제시해주기도 하고 단어나 문법이 틀리면 고치라고 알려주기도 한다.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다보면 어떻게 알았는지 유튜브는 자동으로 내가 최근에 보았던 동영상과 관련 있는 것들을 연속적으로 소개해주고 이것들을 클릭 클릭하다보면 유사한 콘텐츠뿐만 아니라 요즈음은 쇼츠라고 해서 각종 짧은 동영상을 끝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데 여기서 짜증나는 것은 이제 대부분의 유튜브 동영상,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내레이션의 목소리가 거의 다 AI의 목소리라는 것이다.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만든 다른 콘텐츠의 동영상인데도 똑같은 목소리의 기계음성이 나오니 어느새 싫증을 넘어 짜증이 나게 된다.
필자도 얼마 전 동영상 내레이션을 첨가할 수 있는 한국의 무료 AI 편집기를 이용해서 전에 한국학교 교장으로 일할 때의 많은 기록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기록물로 남기려 한 적이 있다. 이 편집기는 제작하는 사람이 매 영상에 캡션을 넣거나 문장을 써넣고 원하는 AI 목소리를 선택하면 신통하게도 이를 그럴듯하게 사람이 읽는 것처럼 읽어준다. AI 목소리를 원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넣고 싶을 때는 몇 가지 단어나 문장을 읽어주면 AI편집기가 알아서 기억했다가 그 목소리로 읽어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참 신기하구나 생각하면서 몇 가지 동영상을 재미로 만들어 주위 사람들에게 보내기도 했는데 몇 번 들으니 AI 기계음이 내가 들어도 지겨워지는데다 거의 모든 유튜브의 음성이 비슷비슷한 AI 목소리가 나오니 결국에는 듣기 싫어져 아예 그러한 동영상 기록물을 만드는 일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요즈음은 유튜브 제작자가 직접 말하는 유튜브가 아니면 거의 보지 않는다.
또한 요즈음은 ChatGPT 같은 생성형 AI가 등장하여 영어를 써넣으면 한국어로 번역해주고, 한국어를 써넣으면 영어로 번역해준다. 봄에 대한 시를 쓰라 하면 그럴듯하게 시도 쓰고 어떤 행사를 위한 축사를 쓰라고 하면 척척 써준다. 물론 기계가 쓴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왜곡되거나 표현이 이상한 것도 있어 수정할 필요가 있긴 하지만 참 놀라운 일이다. 앞으로 한국학교협의회에서 에세이나 말하기 경시대회에 제출하는 학생들의 글이 AI가 써준 것이 아니라 본인의 글이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절차를 거쳐야할지도 모른다.
필자가 대학 교육과 연구를 위하여 MATLAB이라는 계산프로그램을 쓰는데 ChatGPT에MATLAB 코드를 써달라고 명령하니 삽시간에 코드를 만들어내었다. 어떤 코드는 오류가 있어 작동이 되지 않거나 틀린 계산을 하는 경우도 있다. 코드가 틀린 것 같다고 써넣으니 ‘미안합니다. 다시 하겠습니다’하고 다시 계산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한다. 처음부터 옳은 코드를 주었어야 하는데.
어쨌든 AI는 이제 우리 생활에 이미 깊숙이 침투하여 어디까지가 인간이 한 것이고 어디까지가 AI가 한 것인지 구별하기 힘든 세상이 되고 있다. 굳이 구별할 필요가 있겠는가 말할 수도 있겠으나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는 유튜브의 AI 내레이션만은 아무리 들어도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최규용 메릴랜드대학 화학생명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