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 규정으로는 사용은 물론 소지도 불법인 마리화나에 대한 정책이 변화의 길로 들어섰다. 마약 단속 전담부서인 연방정부 기관(US Drug Enforcement Agency)은 지난 달 말 마리화나의 규제 등급을 완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연방법은 현재 마리화나를 헤로인, LSD 등과 함께 1급(스케줄1) 마약류로 규정하고 있다. 이 카테고리에 들어 있으면 의약품으로 사용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를 완화해 마리화나를 3급 (스케줄3) 의약품으로 분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치과 치료 후 마취가 깬 뒤 통증이 있으면 복용하라며 흔히 처방되는 코데인 성분이 든 타이레놀, 남성 호르몬제인 테스토스테론, 스테로이드 등이 대표적인 스케줄 3 약품들. 이들 약품은 의사 처방전만 있으면 얼마든지 구입과 사용이 가능하다.
캘리포니아 등 많은 주가 오래 전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를 합법화한 데 이어 오락용 마리화나도 허용하고 있는 마당에 마리화나를 1급 마약으로 묶어 놓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오남용 사망 사고가 빈발하는 펜타닐이나 강력 진통제인 모르핀이 스케줄 2약품인데 비하면, 마리화나를 이보다 더 엄격하게 규제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었다.
이런 지적에다 마리화나의 의학적 효능을 높게 평가하는 주장이 점차 세를 확산하면서 연방 당국도 마리화나 규제 완화 쪽으로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천연 재료로 역시 환각작용과 통증 완화 기능이 있는 실로사이빈(psilocybin)의 예가 마리화나의 규제 완화에 참고가 되기를 기대하는 전문가도 있다. 실로사이빈은 독버섯으로 간주되는 일부 버섯류에 있는 성분인데, LSD보다 약하긴 하나 비슷한 환각 작용을 일으킨다고 해서 금지 물질로 규제돼 왔다. 하지만 이 성분이 있는 버섯은 ‘매직 버섯’으로 통하며 암암리에 유통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실로사이빈 성분은 의존성이 없고 안전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체내에 들어가면 소변으로 배출된다. 과다 복용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없다고 한다. 아메리카 인디언 등 많은 문화권에서 제례 등에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식물이었다. 치료 목적이나 단순히 즐기기 위해서도 이용되던 천연 재료였던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이 성분은 알코올 의존증, 우울증, 만성 통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과적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방 식품의약청(FDA)은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해 지난 2018~19년 실로사이빈의 치료제 사용을 허가했다. 그 후 제약회사 등이 실로사이빈을 이용한 다양한 약품 개발에 들어갔다.
마리화나도 연방정부 차원에서 이런 과정을 밟을 수 있도록 허용되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사용은 물론 소지마저 범죄가 되는 상황에서 치료제 활용방안을 연구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런 규제가 완화되면 연구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곳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우선 마리화나가 중독성이 더 강한 다른 마약 중독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과도한 마리화나 복용은 조현병 초기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의 무분별한 마리화나 흡연은 문제라는 데 이견이 없다. 복용 후 운전은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것 또한 확인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마리화나 과다 사용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보고된 것이 없다는 것이 반론이다. 석 달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만성통증을 호소하는 미국인이 5,000만명(CDC, 2019년) 가까이 된다고 한다. 여기에 오피오이드 과용으로 수 십만 명이 사망하고, 소염 진통제인 이부프로펜(애드빌) 오남용으로 인한 사망자와 병원을 찾는 환자도 연 수 천명 이상 생기는 상황에서 마리화나의 의학적 사용에 더 많은 연구와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강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