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김성희 부동산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삶과 생각] 봉축과 여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5-13 17:25:32

삶과 생각, 홍효진, 뉴저지 보리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미국 크래딧 교정

달력 오월을 보면 휴머니즘 달이란 생각이 든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한국에는 노동절이 있고 그리고 부처님오신 날이 있다.

생일은 모두에게 있고, 해마다 한번 오지만 부처님 생일을 맞이하는 마음은 늘 새롭다. 선지식은 ‘매일 매일이 새 날’(日日新)이어야한다는 것도 모자라 ‘새 날을 또 새 날로’(又日新)라고 했듯이 하루가 아닌 365번 지난날이 새롭지 않을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해마다 달라지는 연등 퍼레이드만 보아도 작년과 올해는 다르지 않은가. 그래서 불교에서는 항상 변하는 ‘무상을 보라’고 강조하는가보다.

무상과 무아. 그 둘은 끝없이 여러가지를 떠오르게 하는데 아무리 양보해도 행복이나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해피 버스데이 투 유”하고 즐겁게 노래하듯 태어남은 축복이요, 축하하는 날이다. 그러나 냉정한 부처님께서는 늙고 병들고 죽는 것만 괴로운 게 아니라 태어남이 괴로움이라 하셨다. 태어남이 없었다면 늙고 병들고 죽는 일도 없기에.

석가 부처님은 출가 전 당신의 아들이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라훌라, 라훌라”하셨다. 라훌라는 구속, 장애라는 뜻으로 아이가 태어나니 ‘아빠’라는 굴레가 생긴 것을 말한 것인데 그 혼잣말이 그만 아들의 이름이 되었으니, 라훌라라 불린 아들이나 그 아버지는 그 이름이 들리면 속이 편했을까.

그렇듯 불교에서 태어남이란 즐거운 것만이 아닐 터인데 부처님 태어나신 날이라 하여 웃고 떠들며 즐기기만 한다면 과연 그것이 불교의 의미를 제대로 새기며 보내는 것인지…. ‘아모르파티’의 본 뜻은 영원회귀라 하여 불교의 윤회와는 형제 같은 뜻이라 할 수 있는데, 노래가사는 오늘을 즐기는 파티로 새기듯 다가오는 초파일을 어떻게 보내야하는지 답을 보는 것 같다.

조계종에서 준비한 연등 퍼레이드를 보면 그 화려함에 입이 절로 벌어져 웃음 속에 합장한다. 만일 조금 더 여유가 있으면 불꽃놀이 하듯 밤하늘에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시는 모습을 드론으로 연출하여 사람들을 더욱 즐겁게 해줄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그런 즐거움은 얼마나 지속되나. 십 분, 한 시간도 가지 못하고 끊어지는 기쁨일 뿐이다. 항상 하지 못한다. 석가모니께서는 보리수 아래에서 부처를 이루었는데 부처의 뜻은 여래라 하여 오고 감이 없다는 것이다. 성철 큰 스님은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방편으로 열반을 나타내지만 내가 실제 죽는 것 아니고 항상 여기서 법을 설하네.”라고 하셨다.

오고 감이 없다는 것은 태어남이 없고 죽음이 없다는 것. 물론 지금 우리에게 그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불교에서 말하는 깨침을 성취하면 그리 보인다는 것이니, 깨치지 못하고 아모르파티를 즐기는 우리에게는 석가모니 부처님이라 해도 태어남이 있고 80세에 돌아가셨다는 죽음이 있다.

2,600년 전이라는 아득하게 먼 옛날에 살다 가신 분을 지금도 존경하는 이유는 그 분이 이룬 고요한 평화를 지금 여기서 우리도 이루고 싶다는 바람과 희망 때문이요, 2,600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오고 감이 없다’는 깨침은 여전히 싱싱하게 살아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어찌 다가오는 부처님오신 날을 정성과 기쁨으로 맞이하지 않을 수 있으랴.

<홍효진 뉴저지 보리사>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삶과 생각] 고 이순재 원로 국민배우

지천(支泉) 권명오 (수필가 / 칼럼니스트) 지난날 연기생활을 함께 했던 이순재 선배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머나먼 미국 애틀랜타에서 살고 있는 나는 고인의 명복이나 빌

[추억의 아름다운 시] 향수

정지용 시인​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해질 무렵)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질화로에 재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수필] 편지 한 장의 미학

김혜경(사랑의 어머니회 회장·아도니스 양로원 원장) 샬럿에 사는 친구가 보낸 소포가 도착했다. 상자를 열어보니 공기 포장지로 꽁꽁 싸맨 유리병 속 생강 레몬차, 일회용 팩에 담긴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파트 D 약값 절약 전략

최선호 보험전문인  메디케어 파트 D는 처방약 보험으로, 오리지널 메디케어 가입자나 일부 어드밴티지 플랜 이용자가 별도로 가입해 약값을 보장받는 제도다. 그러나 약값은 플랜에 따라

[애틀랜타 칼럼] 내 탓이라고 말하라

이용희 목사 우리가 일을 하다가 어떤 실수를 저질렸을 때 간혹 구실을 들어 변명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어리석은 것입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서는 어떤 관용이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의 CPA코너] One Big Beautiful Bill Act (OBBBA) - 새로운 세법 풀이 제17편 : 자선 기부 (Charitable Contribution) 소득공제, 어떻게 변경되나

박영권 공인회계사 CPA, MBA 2026년부터 자선기부 공제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표준공제를 적용하는 납세자도 일정 한도 내 현금 기부에 대해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고,

[법률칼럼] 영주권·비자 거절이 곧바로 추방 절차가 되는 시대

케빈 김 법무사 2025년 들어 USCIS의 정책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과거에는 영주권이나 비자 신청이 거절되더라도 일정 기간 재신청을 고민하거나, 자진 출국을 준비할 수 있는

[행복한 아침]   안녕 11월이여

김 정자(시인 수필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다 품고 있는 11월 끝자락이다. 가을이라 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고 겨울이라 하기에는 어찌 이른 듯, 가을과 겨울이 맞

[한방 건강 칼럼]  테니스 엘보(Tennis Elbow)의 한방치료
[한방 건강 칼럼] 테니스 엘보(Tennis Elbow)의 한방치료

최희정 (동의한의원 원장) Q:  몇 주 전부터 오른쪽 바깥쪽 팔꿈치가 아프기 시작했는데 왜 그럴까요?A:  팔꿈치에 통증이 나타나는 증상은 두가지가 있습니다.  팔꿈치 바깥쪽이

[신앙칼럼] 삶의 핵심(The Core Of Life, 마가복음Mark 8:27-30)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 이 질문은 추수감사절, 성탄절을 맞이하고 있는 현하, 감사와 성탄의 주인되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직접 하신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