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베테랑스 에듀
첫광고
김형준 법무사팀

[발언대] 품격사회 가로막는 정치인들의 막말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25 17:57:45

발언대,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선거를 말의 전쟁이라 하지만 이번 고국의 국회의원 선거는 정치인들의 막말이 난무했다. 아니면 말고의 무책임하고 근거 없는 말, 야비한 말, 모질고 거친 말, 말꼬리 잡는 말, 깐족대는 말, 무례한 말, 혐오의 말, 조롱의 말 등등 막말 대잔치같은 선거였다. 

아무리 선거의 승리가 절박할지라도, 정치인의 막말은 스스로 자신의 품격을 떨어트리는 일이요, 품격 있는 사회를 가로막는 것이다.

말처럼 고마운 존재가 어디 있을까? 말을 통하여 나를 알리고, 다른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공감한다. 진심을 담은 말은 마음에 울림을 주어 천냥 빚도 갚게 하고 원수의 마음도 봄눈 녹듯 사라지게 한다. 따듯한 말은 희망의 꽃이 되어 낙심과 절망에 빠진 자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말은 인간을 규정하는 본질이다. 성경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말 곧 ‘말씀’으로 우주를 창조하셨다고 한다. 말씀(말)이 인간 존재와 우주의 근원임을 뜻한다. 절대자 곧 하느님과 인간을 연결해 주는 것이 말이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상을 소통하게 하고, 앎과 모름의 세계를 이어 주는 것이 말이요 글이다. 말은 하늘과 땅과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거룩한 소리다.

마음의 생각을 드러내니 말은 마음의 무늬(紋)이며, 마음의 오묘하고 다채한 감정의 표현이니 말은 마음의 빛깔(色)이며, 인품의 됨됨이를 드러내니 말은 마음의 향(香)이다. 

철학자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면 말은 ‘존재의 집’이다. 말은 곧 그 사람이다. 말은 또한 낱사람을 포함하여 민족이나 언어 공동체가 세상을 보는 눈이며, 얼이 숨 쉬는 자리이다. ‘나와 너’를 이어주는 말은 민족이나 국가 존재의 기반이다.

 그러므로 말은 진심이 담겨야하고, 바르고, 따듯하고, 곱고, 무게가 있어야 한다. 말은 가벼이 혹은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품격이 요청된다.

정치인들의 기본은 품격 있는 말과 글이다. 중학교 시절, 영어 교과서에 실린 링컨 대통령의 게티스버그 연설문(Government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을 배우며 감동했던 기억이 난다. 

또한 고등학교 영어시간에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을 접하고 가슴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정치인의 품격 있는 말을 담은 명문이다.

한국 정치인의 말과 글도 이 시대의 학교 교과서에 자주 실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미국 대통령 가운데도 트럼프처럼 말을 거칠고 천박하게 하는 정치인도 있다.

품격 있는 말의 멋진 예가 있다. 2016년 오바마 대통령 선거 운동 중 ‘성난 흑인 여자’라는 무시와 차별의 말을 들은 미셸 오바마는 이에 맞서 “그들은 저급하게 가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When they go low, we go high”, 품격 있는 언어 정치를 보여주었다.

사람의 품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자리가 언어 곧 말이다. 말과 글이 그 사람을 말해준다. 

대화 중에 인품의 크기와 깊이가 나타난다. 성정이 거칠거나 얕으면 언어도 거칠고 천박해진다. 마음에 가득한 것이 말로 나오는 법이다.(마태12;34) 품격 있는 말을 하려면 정치인이건 아니건 자신의 말과 마음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의 모든 것이 부지중 말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경구가 있다. ‘생각을 조심해야 한다, 말이 되니까. 말을 조심해야 한다, 행동이 되니까’

말에 완벽하기란 참 어렵다. 품격 있는 말을 향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말에 인품과 진심이, 바름과 따듯함과 고움이, 그리고 무게가 있어야 한다. 

노자는 참으로 큰 말은 어눌하고(대변약눌 大辯若訥), 미더운 말은 번지르르 하지 않다(신언불미 信言不美)고 했다.

비록 말이 어눌해도 크게 소리치지 않아도 품격이 담긴 큰 말, 미더운 말, 따듯한 말, 곱고 친절한 말, 희망의 말을 듣고 싶다. 

정치인은 물론 우리 모두 시인처럼 말을 아끼고 다듬고 지켜야 한다. 말을 지켜야 정치가 살고, 말이 살아야 사회가 산다. 품격 있는 말이야 말로 품격 사회의 바로미터다.

<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마약범죄와 이민 신청

케빈 김 법무사   미국은 마약 및 규제된 약물과 관련된 범죄 기록이 있는 사람들을 입국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록이 주법 위반이든 연방법 또는 외국법 위반이든 상관없

[벌레박사 칼럼] 심각한 바퀴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식당 비즈니스하시는 교민분들 중 바퀴벌레 문제로 문의를 하시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식당 페스트 컨트롤 서비스의 90% 이상은 바퀴벌레 서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신앙칼럼] 마음의 개혁(Renovation of the Heart, 로마서Romans 8:31-32)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마틴 루터가 외친 양심의 성원은 마음의 개혁의 결정적인 동기입니다. “내 양심은 하나님 말씀의 포로다. 나는 아무것도 철회할 수 없고 철

[행복한 아침] 살면서 잃어버린 것들

김정자(시인·수필가)   해가 길어지는 5월로 들어섰는데 유난히 바람 부는 날들이 계속되더니 흐리고 비가 내리는 날이 잦다. 꽃가루가 천지를 옐로우 장막으로 씌워주더니. 폭우를 동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낮은 곳을 향한 여정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낮은 곳을 향한 여정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낮은 곳에서 한 작은 일들은 버림받지 않는다”지난 4월 3일 `24년 한국의 ㅇㅇ 일보에 실린 김형석 교수님의 100년 칼럼의 제목이다.평생을

[수필] 인생에 빛나는 꿈의 산실 대학가 그 아픔

박경자(전 숙명여대 미주총동문회장) 목련꽃 그늘 아래서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구름 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아아… 멀리 떠나 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돌아 온 사월은

[독자기고] 코리언 아메리칸 애틀랜타

지천( 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나는 대한민국에서 38년간 살다가 미국으로 이민 와 벌티모어와 더브린 조지아, 라휘엣 루이지아나 그리고 휴스턴 텍사스를 거쳐 애틀랜타에

메디케어나 다른 사회복지 혜택에 관한 일반적인 질문

이번 달 칼럼에서는 저희가 받은 전화와 편지 중에서 메디케어나 다른 사회복지 혜택에 관한 일반적인 질문을 선택하여 정보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외에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ACA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이사와 운전면허 변경
[전문가 칼럼] 보험, 그것이 알고 싶다- 이사와 운전면허 변경

최선호 보험전문인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정책을 선거공약으로 내걸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무슬림 국가로부터 유입되는 이민자들이 백인 중심의 미국 사회에서

[삶과 생각] 젊은이들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

요즈음 한국의 젊은이들은 결혼을 늦추거나 평생을 독신으로 지내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또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하나만 낳거나 아예 안 낳는 부부들도 많이 있다고 들었다. 아이 없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