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엘리트 학원
첫광고
이규 레스토랑

[시론] ‘A Few Good Men’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4-22 14:30:04

시론, 민병임 뉴욕지사 고문, A Few Good Men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쿠바 내의 관타나모 미 해병대 기지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룬 영화가 있다. 소수정예라는 뜻의 ‘A Few Good Men’이다. 톰 크루즈, 잭 니콜슨, 데미 무어 등 내로라하는 할리웃 스타들이 총출동한 명작이다. 영화는 이 기지에서 산티아고 이병이 죽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신참 군법무관인 대니얼 캐피 중위는 하버드 법과대학원을 졸업한 능력 있는 군법무관이었다. 이 사건에 대해 감추려는 군 상부측에 대항해 진실을 캐내려는 변호인 톰 크루즈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산티아고 사병은 두 명의 동료 해병의 가혹행위로 죽었다. 사실 산티아고 이병은 부대에 잘 적응하지 못한 관심사병이었던 것이다.

그의 지휘관은 산티아고 이병을 전출시키자고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영화의 진미는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이 어린 사병의 죽음을 쉬쉬하고 싶은 막강한 군 권력의 정점에 있는 사령관과 정면승부수를 던지는 톰 크루즈를 보는 것이다. 영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하면서 ‘정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라는 격언을 다시금 각인시켜주는 결론이 기다린다.

지금 한국에서는 유사한 해병대 법정 드라마가 실제로 공방중이다. 영화에서처럼 두 명의 미 해병대 병사가 그들의 동료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는 살인 스릴러는 아니지만 어떤 이유로 애꿎은 사병의 죽음이 헛되이 덮이고 있다는 주장이 핵심이라 유사한 점이 있다.

가혹행위로 인해 동료 병사가 사망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고 노력하는 내용의 이 영화와 오버랩 되는 이유는, 대령급의 수사단장이 한 사병의 명예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부의 부주의한 지시에 몇몇 해병대 장병들이 구명조끼 등의 안전장비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수해현장으로 이동한 사실은 이미 밝혀진 이야기다. 집중호우 실종자를 수색하다 순직한 해병대 상병의 지휘관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기에 명예롭게 물러났다면 어땠을까. 임 전 사단장은 사건을 공정하게 수사하려는 박정훈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이라는 군법으로 다스리려 했다.

이 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던 당시 이종섭 국방장관이 공교롭게 주 호주 대사 내정자가 되어 호주로 떠났다는 뉴스는 우연의 일치일까. 지난해 8월 이종섭씨가 당시 국방부를 통솔하던 시점에 해병대 수사단이 경찰에 넘긴 본 사건 기록을 도로 회수해 수사기록을 재검토했다는 보도를 보니 과연 이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지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출국했던 이종섭 전 국방부장관이자 주 호주 대사 임명자가 열하루 만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관련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돌아온 것이다.

박정훈 당시 수사단장은 조사 결과를 경찰청에 넘기지 말라는 명령을 어기고 사건을 이첩한 죄로 보직 해임당한 후 현재 ‘집단항명 수괴’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박정훈 측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이종섭이 상부의 명령 때문이었다고 증언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화 ‘A Few Good Men’은 군대의 특수성 속에서 명예와 명령체계 속에서의 충성, 그리고 정의의 추구라는 주제들을 탐구한다. 하지만 군대는 인간사회의 작은 규모일 뿐이다.

건강한 사회에서는 진실과 정의가 돋보이고, 어지럽고 혼탁한 사회에서는 그 반대일 것이다. 건강한 사회의 군대정의는 투명하고 생명지향적일 것이다.

한국은 북한과 항시 대치하고 있지만 동시에 세계최강 미국의 군사동맹국이기도 하다. 군대는 단순히 총칼만이 아니라 사병들의 사기가 관리되고 존중되어야 하는 곳이다. 정의롭지 못한 군대라는 의식이 퍼지면 그 군대의 앞날은 기대할 게 없을 것이다.

폐쇄적이고 조직적인 군대 범죄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한국에서 벌어진 채상병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

 <여주영 뉴욕지사 고문>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내 마음의 시] 가을이  오네

이 종 호(애틀랜타문학회 회원) 너무 덥다고밀어 보내지 않아도떠날 때 알고 있는 여름은 이미 이별을 준비하고 있다 금새 떠날걸 알면서도호들갑 떨며 아우성치던 우리는 언제 그랬냐고 

[애틀랜타 칼럼] 인생의 사계절(사추기)

이용희 목사인생의 사계절 중 중년기 그 중에서도 남성의 중년기를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봅시다. 중년을 묶고 있는 몇 개의 사슬들이 있습니다. 첫째는 정체감의 혼란입니다. 중년기는 흔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전문가 칼럼] 이번 가을의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이 특히 중요한 이유

연례 Medicare 공개 등록 기간은 2024년 10월 15일부터 2024년 12월 7일까지입니다. 또한 주 건강보험 마켓플레이스 (State’s Health Insurance

[벌레박사 칼럼] 가을철 벌레 관리는 이렇게…

벌레박사 썬박페스트 콘트롤 비즈니스를 오래 하다보니, 아침에 일어 나면 자동적으로 TV를 켜고 그날의 일기예보를 본다. 비즈니스 특징상 그날의 기온이 얼마나 변화가 있는지, 비와

[법률칼럼] 결혼영주권과 가정폭력

케빈 김 법무사   미국 이민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문제 중 하나는 이중 결혼과 가정폭력 관련된 사례다. 가장 흔한 예로, 이미 미국에서 결혼한 사람이 한국으로 가서 자신을 총각

[행복한 아침] 모순

김정자(시인·수필가) 하이웨이 285에서 톰 모어 랜드 인터체인지로 차선을 바꾸려는 지점에서 갑자기 이쪽 차선으로 끼어든 차가 요란한 엔진소리를 울리며 내달린다. 연이어 여러 대가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내 마음의 시] 이제 가을이

권 요 한(애틀란타 문학회 회장) 길가 풀잎위몰래 앉은 새벽 이슬맑은 방울속에가을이 담겨 왔습니다  밤낮도 모르고처량하게 들려 오던매미 노래 여운속에가을이 스며 들었습니다  상큼하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모세최의 마음의 풍경]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것은

최 모세(고전 음악·인문학 교실) 삶의 치열함에서 오는 변화는 먼저 성찰과 순수함의 회복이 아닐까 싶다.삶의 치열한 탐색이 변화의 핵심 요체인 듯하다.변화를 갈망하는 치열한 탐색이

[신앙칼럼] 기쁨의 모략(Conspiracy Of Joy, 시편Psalm 37:4)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하나님의 진정성(Authenticity of God)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단어 중에 “기쁨”이 있습니다. 이 기쁨의 저변에 무엇이 모략

[한자와 명언]  疑 問(의문)

*의심할 의(疋-14, 4급)*물을 문(口-11, 7급) 의문은 쌓일수록 좋으나, 의심은 그렇지 않다. 의심이 의심을 낳아서 자꾸 쌓이게 되면 계획을 ○치게 된다. 먼저 ‘疑問’이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