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 支泉) 권명오(수필가 / 칼럼니스트)
사람 사는 곳에는 어디나 수많은 길들이 있다. 논길, 밭길, 산길, 작은 길, 크고 넓은 길, 인도와 차도 및 고속도로가 있고 또 자갈길, 험한 고갯길과 영생의 길과 행복의 길과 죽음의 길도 있다. 어찌됐든 길은 사람의 동맥과 정맥과 같은 것이다. 그 때문에 동맥과 정맥이 이상이 생기면 살 수가 없는 것처럼 길을 잘 선택해야 될 것이다. 경제대국의 열쇠가 된 경부 고속도로가 우리를 가장 잘 살수 있게 만든 길이었다. 그 당시 유명 정치인과 지식인 및 언론과 국민들이 강력하게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지만 박정희 대통령은 국가와 미래를 위해 주저없이 추진하고 강행했다. 그리고 개척자인 정주영 현대건설 사장의 적극적인 지원과 노력 끝에 경부고속도로가 완성됐다. 그후 그것이 한강의 기적을 창출하는 원동력이 되고 세계 경제대국 반열에 오르는 영광을 차지하게 됐다. 70년대초 미국으로 이민을 떠날 당시만 해도 한국의 시골길들은 비포장 도로였다. 그런데 미국에 이민짐을 풀고 Baltimore와 Virginia 그리고 동남부 각 주 시골길을 다니면서 광활한 옥토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었지만 무엇보다 부러웠던 것은 시골 구석 구석까지 길들이 잘 정리되고 포장돼 있으며 또 동서남북을 관통하는 수많은 길들이 거미줄같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다.
길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여정의 필수다. 각자가 선택해야 될 인생 행로가 가장 중요하다. 무엇을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떤 방법으로 살 길을 선택하고 행하느냐가 문제요 과제다. 삶은 어렵고 힘든 여정이다. 자신의 행복과 인류사회의 행복을 위한 길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인심은 왠지 모르게 날이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고 자신의 이익과 명예만을 위해 질주를 하고 있다. 그 때문에 정도(正道)라는 바른 길보다 패도(覇道)라는 잘못된 길이 각광을 받고 정의보다 불의가 판을 치고 법이 불공평해진 상태다. 부정한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국정과 국민의 행불이 널을 뛴다. 범법자들이 국가와 사회를 좌우하고 정의에 사도들이 되는가 하면 그들이 국회의원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세상이 되고 있다. 강대국의 독재자들은 죄 없는 국민을 죽이고 힘이 없는 나라와 국민을 죽이고 전쟁을 해도 어쩔 수 없는 세상이다. 인생 행로의 정도보다 패도가 우선시되는 세상이다.
길은 안전하고 평화롭고 자유롭게 소통이 잘 돼야 된다. 불안전하고 불행한 길이 되면 절대로 안될 것이다. 혈관을 통해 피가 흐르지 못하면 죽을 수밖에 없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인해 삶이 윤택해져도 정의의 길인 정도를 역행하면 자신과 사회는 물론 세상은 불행해질 것이다. 높으신 지도자와 석학들 및 종교지도자와 법률가와 의사, 사업자 및 언론인과 국민들이 정의롭게 살 길을 선택하고 가장 중요시해야 될 것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하고 각박해도 가정과 사회와 국가를 위한 정도를 택해야 될 것이다. 자신을 위한 가정을 만들고 사회와 국가를 만들려고 하는 행위는 패도의 길이다. 그 때문에 세상이 참으로 혼란스럽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와 투표도 정의보다 자신의 이해관계가 우선일 뿐이다. 그 때문에 민주주의 경제대국인 미국도 선거와 유권자들의 행위가 불미스러운 패도의 길로 접어든 상태다. 정도보다 승리만이 지상목표로 변화된 패도의 길을 걷고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조국 대한민국의 실상이 너무 참담하다. 정도의 길이 활짝 열리고 꽃길로 변해야 정상인데 그와는 반대로 자신의 이익과 명예와 부를 위해 패도의 길을 선택하고 그것이 정의라고 외치고 또 그들을 국민들이 박수를 치는 기막히고 괴이한 현실이다. 각자 선택은 자유지만 인생 행로의 수많은 길 중에 가장 중요한 행복의 길은 사람답게 사는 정의로운 정도를 따른 하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