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자(시인·수필가)
유년에서부터 내 어머니께서는 책을 가까이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해 주셨다. 유년 시절 출판 사정은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다. 제본된 종이 재질이나 표지 활자들이 현대에 비하면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지만 어디서 어떻게 구해 오셨는지 수동 프린트로 제본된 책에 이르기까지 많은 책들을 구해 오시곤 하셨다. 책을 얻게 된 기쁨 중에 제일 먼저 와 닿는 것이 색상이었다. 다각화된 색깔이 아닌 거의 삼원색 수준이었지만 책을 대할 때 마다 색을 만나는 기쁨이 어린 마음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색은 늘 마음을 두드리는 소리로 다가왔었으니까. 어머니 손을 잡고 시장 길을 따라 나설 때도 사람들이 어떤 색깔 옷을 입었는지 두리번거리다 어머니 손을 놓칠 만큼 색깔 구경에 매료되곤 했었다.
최근에 ‘색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에너지를 공급하며, 사람을 성장시키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색을 알아 볼 수 있는 것은 가시광선을 통해 시신경이 자극을 받아 뇌로 전달되면서 색깔을 인지하게 되지만 개인마다 색을 느끼고 해석하는 관점이나 표현하는 기법은 다각적으로 다르게 발현되고 있다.
많은 색깔은 저마다 만물과 호응하면서 생명체 번식에도 생존경쟁에도 깊이 연관되고있다.
인생들의 경력과 경험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탄생시키는 역할에도 이미 관계를 맺고 있음도, 또한 인생들에게 색을 통해 완성으로 가는 계기가 열리면서 현대에 와서는 상품화 된 가치로 이끌어내는 역할까지도 광범위하게 색깔의 재발견이 활성화 되고 있다. 색은 오감과 직조되면서 감정과 심리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색깔이 뿜어내는 힘에 심취되기도 하고 밀어내기도 하면서 심리를 자극하거나 가라앉히는 색깔 탄생이 발현되기도 한다. 존재하는 모든 색깔은 만물과 조화롭게 대응하면서 마음 깊은 곳에 응집된 심금을 울리기도 하고 미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한다. 삼원색을 비롯해 어두운 색과 밝은 색의 상징인 흰색과 검은 색에 이르기까지 빈틈없이 부딪치고 어우러지면서 새로이 생성된 색깔들이 드러내는 부드러움과 밝고 어둡고 거칠거나 따뜻하고 차가운 색들이 서로 맞서거나 치환상태로 교체되거나 전환되지 않으며 배어들고 스며들어가며 계절들은 계절 고유의 색을 탄생시키고 있다. 차고 서늘함 일색이었던 겨울에서 밝고 부드러운 색의 스며듦으로 하여 봄 색상이 만연해지고 있다. 봄을 느끼게 되는 것 또한 봄을 상징하는 색깔 여과와 투과를 발견하게 되면서부터 시작된다. 봄 기운이 녹아드는 것도 가슴으로 맞아들이려는 감성이 마음에 파문을 일으키기 되는 것 까지 색깔 재발견 시작이 아닐까.
색을 경험하고 색 에너지를 누리게 되는 일에 대단한 가치가 있음에 착안하여 최근에는 컬러 테라피 치유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색깔이 지닌 강력한 감각의 파장과 에너지를 활용해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과정으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스트레스 해소에 색의 힘이 이용되고 있다. 그 원리는 일상 기분이나 건강상태에 따라 주변 사물의 색깔을 선택하게 되면 인체에 긍정적 에너지가 생성하게 되고 정신과 감정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되며 약이나 수술로 병을 치료하는 적극적인 치료법과는 달리 여러 원인으로 얻게 된 병으로 하여 힘든 상황을 스스로 다스리며 치료하게 하는 보조요법이다. 열린 마음으로 색을 접하고 즐기려는 마음이 우선되어야 색이 지닌 에너지가 원하는 사람에게 흘러 들어 나음을 입을 수 있는 국면이 열릴 수 있기에 색으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내려는 변화 추구도 모두 본인의 몫이 되어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게 된다.
치유 과정에서 에너지나 쉼이 필요하면서도 모두 같은 색을 적용할 수는 없음이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질과 어떤 색이 맞으며 힘으로 적용하게 되는지를 찾아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색을 경험하며 어떤 색이 편하고 불편한지를 구분해야만 자신과 색의 이해관계가 적립되면서 색을 힘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과정으로 들어설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마음을 열고 몸을 맡기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변화를 선물로 받을 수 있게 된다. 색깔의 힘은 나눔으로 전달받은 주체가 건강해지도록 도와주는 징검다리가 되어 주기도 한다. 색깔은 창조 이후로부터 지금껏 추상적 개념에 머물지 않으며 구체적인 관념으로 사물을 투시하기도 하고 자생적 색깔의 힘을 마음껏 뿜어내고 있다.
삶 속에 색깔이 끼치는 영향력이 실로 방대할 뿐 아니라 만드시 필요하고 없어서는 아니 될 색깔의 힘, 재발견에 새삼 감탄하게 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면에 미치는 영향력 뿐 아니라 계절을 무론하고 색깔에는 절대적인 힘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지구별의 생성기부터 색은 존재해왔고 존재해 갈 것이다. 강 여울마다 보도교가 되어주는 디딤돌처럼 지친 삶을 위로해 주기도 하고 삶의 구비마다 적절한 곳에 위치해 있으면서 일상의 편리와 안정감과 쉼을 용납해주는 색깔의 위용을 새삼 돌아보게 되었다. 색깔이 힘이 마음껏 번져 나는 현란한 녹색이 만개한 봄날이다.
색깔의 힘에 마음껏 취해보고 누려보아도 될 봄이다. 빛나는 햇살이 색깔의 힘의 원천이 될 것 같아 햇살이 더욱이 빛부시고 찬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