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10일 치러지는 한국의 22대 총선 투표권을 가진 재외국민들이 3월27일부터 4월1일까지 5일간에 걸쳐 사전투표를 마쳤다.
그런데 투표율이 심상치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최종 투표율은 62.8%였다.
재외선거가 처음 실시된 것은 지난 2012년 19대 총선 때이다. 이후 투표율이 60%를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대 총선의 투표율은 45.7%, 20대는 41.4%였으며 코로나 시기였던 21대는 23.8%에 불과했다. 그만큼 이번 총선의 투표 열기가 역대급으로 뜨거웠다는 얘기다.
수많은 해외 한인들은 만만치 않은 거리의 투표소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번 총선을 위해 세계 115개국 178개 공관에 총 220개의 투표소가 설치됐다.
LA 총영사관 관할지역처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는 여러 개의 투표소가 만들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국가들에서는 대사관 단 한곳에만 투표소가 설치됐다. 따라서 한 표를 행사하려면 원거리를 운전해야 하거나 심지어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시간적, 금전적으로 큰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행사한 한인들이 적지 않았다.
한 표를 던지기 위해 딸과 함께 3박4일에 걸쳐 왕복 1,600km를 운전해 태국 방콕 한국 대사관을 찾은 한 한인의 스토리는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외선거를 통해 표를 던진 해외 한인은 총 9만2,923만 명.
이번 총선의 대한민국 총 유권자 수 4,428만 명에 비하면 그리 대수롭지 않은 비중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재외선거 투표율은 본국 총선의 풍향계가 돼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도 재외한인들의 투표 열기가 뜨거웠다는 사실은 4월10일 선거의 한국 투표율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지난 19대와 20대 총선의 경우 본국 총선 최종 투표율은 재외선거 투표율보다 15%P 이상 높았다.
당초 올 총선의 투표율은 21대보다는 높아져 대략 69%~70% 정도 될 것으로 전망돼 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 본 재외선거 투표율이 역대급으로 나타남에 따라 본국 투표율 또한 당초 전망을 넘어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높은 투표율이 어느 정당에 유리할 지를 놓고는 해석이 엇갈린다.
통상적으로 높은 투표율은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고 본다.
이번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 어느 진영이 승리할 지를 가르게 될 요인으로 투표율을 드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은 이유이다. 특히 재외선거의 경우에는 그동안 민주당 계열 정당에 우호적인 성향을 보여 왔다. 지난 대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런 반론도 있다. 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76.5%였다. 이는 지난 21대 총선 당시 조사 비율 72.7%보다 3.8%P가 높은 것이다.
이번 총선의 투표율이 지난번보다는 높아질 것으로 전망해 볼 수 있는 근거가 되지만 유심히 봐야 할 것은 연령별 투표의향이다. 18~29살은 52.3%로 2명 중 1명만 투표 참여 의사가 강했고, 30대는 65.8%, 40대는 76.9%로 평균 수준이었다. 50대 84.2%, 60대는 86.8%, 70살 이상은 90.8%였다.
인구구성에서 보수적 성향이 강한 노년층이 크게 늘어났다는 사실에 비춰볼 때 높은 투표율이 꼭 진보정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만 보기는 힘들다.
재외선거 역대급 투표율의 숨은 의미가 무엇이든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유권자들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그들의 의사가 어떤 정치적 결과로 나타날지는 며칠 후면 판명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