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GPS 내비게이션, 공중부양 자동차. 드론. 휴머노이드 로봇, 인공지능 등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옴직한 여러 가지 꿈같은 이야기들이 이제 당연한 현실이자 일상이 되고 있다.
눈부시게 변화하는 과학기술과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인류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그 중에서도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두드러지다.
20세기 말까지 신문, 잡지, 라디오, TV 등 이른바 전통적인 대중매체들은 뉴스나 예능, 스포츠 등 콘텐츠의 제작을 독점하고 있었다. 일반 대중들은 매스미디어가 제작해서 일방적으로 내보낸 콘텐츠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했다. 즉 미디어 콘텐츠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엄격히 구분되어 있었던 것이다.
대중매체들은 1980년대까지 그야말로 황금기를 누렸다. 탄탄한 독자수와 시청자 기반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구독료 수입과 넘쳐나는 광고료 수입으로 유력 미디어들은 경제력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였다.
그러나 대중매체의 전성기는 인터넷 시대의 도래와 함께 급작스럽게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1923년 뉴욕에서 창간되어 100여년 간 시사주간지의 최고봉으로 명성을 날리던 타임지가 2020년 3월부터는 보름에 한 번씩 나오는 격주간지로 전환되었다. 경영난으로 적자가 누적되자 뉴스룸 기자 수도 대폭 감원하고 페이지수도 대폭 축소되었다.
타임지에 필적할 만하던 뉴스위크지는 상황이 더 나빠져서 소유주이던 워싱턴 포스트가 2010년 8월 시드니 하맨이라는 억만장자에게 모든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단 1달러에 매각하였다.
일간지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뉴욕타임즈와 더불어 가장 권위 있는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캘리포니아 최고의 신문인 LA 타임즈는 생명공학 재벌인 패트릭 순시옹에게 팔려나갔고 매사추세츠 최고의 권위지인 보스턴글로브도 억만장자 존 헬리에게 팔렸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인터넷 시대에 발 빠르게 적응한 뉴욕 타임즈는 오히려 독자수를 1,000만 명으로 늘리면서 독립 언론의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TV 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은 누구나 자신이 만든 영상물이나 창작콘텐츠를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 올릴 수 있다. 이를테면 수많은 개인방송국들이 생긴 것이다. 그러다보니 TV 시청시간은 크게 줄어들고 소셜 미디어를 보는 시간이 대폭 늘어나게 되었다.
양방향 미디어 시대의 개막과 개인 미디어시대의 도래는 인간의 다양한 정보욕구를 충족시키고 미디어 권력의 집중화를 막는 순기능도 있지만 반면에 가짜뉴스의 범람, 유해 콘텐츠의 창궐, 조직적인 여론 조작 시도 등 문제점도 안고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정확한 정보를 찾아내고 가짜뉴스와 여론 조작에 휘둘리지 않는 분별력을 갖추는 것은 우리들 각자의 몫이다
<채수호 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