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호 보험전문인
‘고장 난 벽시계’라는 곡목의 유행가가 있다. 이 유행가 가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장이 난 벽시계는 멈추어 있는데, 세월은 고장도 없이 잘도 간다”라는 뜻이다. ‘시계’란 원래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어야 하는 기계인데, 제대로 시간을 알려주지 못한다면 고장이 난 시계임에 틀림이 없다. 이렇듯 그 어떤 것이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면 고장이 난 상태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로 제 기능을 못 하면 ‘고장이 난 상태’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고장이 난 사람들을 위해 의료보험이 있기도 하다. 그러면 자동차도 제 역할을 못 하면 ‘고장이 난 자동차’이다. ‘고장 난 사람들’을 위해 의료보험이 있듯이, 고장이 난 자동차를 위해 자동차 보험이 있는 것일까? 자동차 보험과 자동차 고장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고장란’씨는 도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던 중 자동차가 슬그머니 멈추어 섰다. 지난해에 산 차인데 멈추어 서버린 것이다. 급한 일로 바삐 가던 중에 발생한 일이라 ‘고장란’ 씨는 짜증이 한껏 폭발해 버렸다. 미국에 이민한 지 십 년이 넘었지만 자동차가 속 썩이는 일을 경험해 본 적이 전혀 없는 ‘고장란’씨에게 오늘따라 운이 없게도 처음으로 불상사가 생긴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견인차를 불러 자동차를 정비소로 가까스로 견인했다. 자동차를 점검해 본 정비소의 직원인 ‘정비원’씨의 진단에 의하면 트랜스미션이 잘못되었다고 한다. 성격이 급한 ‘고장란’ 씨는 그 자리에서 자동차 보험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자동차 보험에 클레임을 걸어 자동차 보험의 혜택을 받아보려는 생각이었다. “여태껏 보험료만 잔뜩 내고 전혀 혜택을 받은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자동차 보험의 혜택을 받아보겠구나”라고 ‘고장란’ 씨는 다소 뿌듯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보험회사 직원의 말이 뜻밖이었다. ‘트랜스미션 고장은 자동차 보험이 보상해 주는 것이 아닙니다”가 직원의 대답이 아닌가. 자동차가 잘못되면 그것에 대해 보상해 주게 되어 있는 것이 자동차 보험인데, 자동차 보험이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면 말이 되느냐고 ‘고장란’ 씨는 따져 물었다. 보험회사 직원 왈, 자동차 보험은 사고에 의한 것만 주로 보상하는 것이고 일반적인 고장에 의한 것은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트랜스미션 고장은 Warranty로부터 보상받을 수도 있으니, 만일 Warranty가 아직 유효하다면 그리로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덧붙인다.
그렇다. 일반적인 자동차 보험은 자동차 고장에 대해 보상해 주지 않는다. 자동차 보험은 자동차 사고에 따른 손해를 보상해 주는 것이 보통이다. 단, 사고에 의하지 않아도 자동차 보험이 보상해 주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다름이 아니라, 견인(Towing) 혹은 긴급구조(Roadside Assistance)의 경우이다. 즉 자동차가 고장이 나거나 연료가 없어 길에 멈추어 서면 그 자동차를 원하는 장소까지 옮기는 비용에 대해서는 일부 혹은 전부를 보상해 준다. 다만, 가입한 보험에 그런 항목을 선택한 경우에만 그렇다.
그러면 자동차 고장에 대해 보상해 주는 보험은 전혀 없는가? 그렇지는 않다. 흔히 자동차를 처음 살 때 따라오는 Warranty가 대개 자동차 고장에 대해 보상해 준다. 이것도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그러나 대체로 Warranty를 보험이라고 공식적으로 부르는 일은 별로 없다. Warranty는 대개 보상해 주는 범위를 정하게 되어 있다. 트랜스미션, 엔진 등을 단독으로 보상하든가 혹은 묶어서 보상하기도 하고 광범위하게 ‘Bumper to Bumper’로 보상 범위를 잡기도 한다. 자동차 고장에 대해 걱정이 되면 자동차 Warranty를 챙겨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좌우간 자동차 보험은 일반적인 자동차 고장에 대해서는 보상해 주지 않고, 사고에 의한 파손에 대해 보상해 준다는 사실을 잘 알아 두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다.
(보험 전문인 최선호 770-234-4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