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경동나비
첫광고
엘리트 학원

[특파원 칼럼] 미치 매코널의 항복과 니키 헤일리의 패배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21 17:44:02

특파원 칼럼,윤홍우, 서울경제 워싱턴특파원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미국 켄터키주는 보수적이고 기독교 색채가 짙은 ‘바이블 벨트’에 속한 지역이다. 인구 구성의 80% 이상이 백인으로 2000년 이후 줄곧 공화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1984년 이 지역에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함께 새로운 상원의원이 당선됐는데 그가 바로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다. 그는 보수 성향 켄터키주를 기반으로 내리 7선을 하며 무려 40년 동안 상원의원 자리를 지켰고 2007년부터는 공화당 상원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최장수 보수당 대표로 매코널이 남긴 정치적 레거시(유산)는 ‘낙태권 폐기’ 등 엄청난 후폭풍을 불러온 ‘보수 우위 연방대법원’의 탄생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집권 8년 동안 미국의 보수의 가치가 훼손됐다며 이를 뒤집기 위해 모든 정치적 수단을 동원했다.

미 대선이 열린 2016년 오바마 전 대통령은 보수의 대부였던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사망하자 메릭 갈런드 현 법무장관을 후보로 지명했는데 당시 상원을 장악한 매코널 대표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를 틀어막았다. 이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이후 자신의 입맛대로 대법관 3명을 차례로 임명, 연방대법원의 보수화를 이룰 수 있었다. 특히 보수 성향의 마지막 대법관인 에이미 코니 배럿이 지명된 2020년은 대선을 코앞에 둔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코널 대표는 4년 전과 달리 이를 신속하게 인준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

이런 이유로 민주당에서 ‘약삭빠른 위선자’라는 거센 비판도 받았지만 매코널 대표는 ‘세계 경찰’로서 미국의 역할이라는 주류 공화당의 가치를 지키는 데도 일관성을 지켜온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상원에서 민주당과 협력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 안보 예산안을 통과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상원 가결 이후 북부 켄터키 트리뷴지에 쓴 기고에서 “친구를 버리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라는 근시안적이고 비역사적인 목소리가 크게 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는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올드 크로(켄터키산 저가 위스키)’로 불리며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오기도 했다.

그런 매코널 대표가 최근 상원 대표 자리를 내려놓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선언을 한 것은 사실상의 ‘항복’인 동시에 정통 보수가 지켜온 미국의 역할에 대한 철학과 가치가 공화당에서 버티기 힘든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김동석 한인유권자연대 대표는 “매코널의 퇴장은 레이건이 상징하는 국제 동맹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보수주의가 설 자리를 잃고 트럼프가 지배하는 미국판 극우 뉴라이트가 공화당을 점령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주목받았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경선 패배 역시 매코널 대표의 퇴장과 맞물려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번 경선에서 줄곧 “세계가 불타고 있다”며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한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참모였지만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인식만큼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공화당원들에게 그의 목소리는 전혀 호소력을 갖지 못했다.

‘반 트럼프’ 인사들이 사라진 미국 공화당에서 더 이상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질주를 막을 브레이크는 없어 보인다. 삼권 분립을 기반으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하던 미국의 대통령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백악관 재탈환과 함께 모래성처럼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상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청구서를 보내겠다는 등 집권 1기보다 훨씬 극단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예고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이건 독트린이 무너진 자리를 트럼프 독트린이 차지했다”고 논평했다.

<윤홍우 서울경제 워싱턴특파원>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이 아침의 시] 날의 이야기

‘남의 이야기’ 고영민  주말 저녁 무렵아내가 내민 음식물 쓰레기통을 비우러밖에 나왔는데아파트 옆 동 쪽으로 걸어가는할머니의 뒷모습에 깜짝 놀랐다영락없는 내 어머니였다돌아가신 지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안상호의 사람과 사람 사이] 옐프 전국 1위 식당

첫날은 허탕을 쳤다. 미리 주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사람은 둘인데 주문 26건이 밀려 있었다. 지금 주문하면 한 시간 반쯤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25센트 동전 하나에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