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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견] “영어 배우는데 내 나이가 어때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20 14:07:12

나의 의견,이종원 LA한인타운 시니어센터 강사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

94세에 한국 외국어대학교 영문학 박사과정에 도전하는 권노갑(김대중 재단 이사장)씨 기사를 읽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83세 최고령 영문학 석사 학위 취득에 이어 94세 박사학위 도전은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이중근씨가 회장으로 있는 부영그룹은 직원이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지원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84세에 고려대학에서 당당하게 논문을 통과해 정식으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 시니어들에게 영어에 대한 언어장벽은 여전히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생업에 바쁘다보니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면 영어가 저절로 늘고 유창해지는 것이 아니다. 별도로 연습하고 훈련해야 소위 영어 ‘넘사벽’을 넘어설 수 있다. 한국인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간 학교와 사설학원에서 영어를 배운다. 대학졸업 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영어학원에 다니며 영어를 정복해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20~30년 영어를 배워도 원어민과 소통이 잘 안 된다.

30여년 전에 한국에서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사는 10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스라엘 어린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스라엘 대사는 6~15세 때 외국어를 문자나 문법이 아닌 소리로 배울 경우 어린이 뇌는 스폰지와 같이 소리를 흡수해 해당 언어의 발음, 억양 등을 쉽게 습득한다는 이론을 소개했다. 어린 시절에 외국어로 된 만화영화나 동요를 들려주고, 점차적으로 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을 스크린 혹은 오디오북을 통해 따라하는 훈련을 하면 원어민과 같은 억양과 액센트로 쉽게 해당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I’m out of here”를 한자씩 발음하지 않고 ‘암아르히어’ 같이 한 호흡에 빨리 발음하면 대부분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I met him at the party’를 원어민이 연음으로 발음하면 ‘아메림애러파리’라고 들린다. 

언어는 학문이 아니라 습관이다. 그런데 영어를 문자와 문법에 기초한 학문으로 배우니 연음으로 발음하는 원어민과 소통이 안 된다. 소통을 위해선 쓰기와 읽기에 앞서 듣기와 말하기가 선행돼야 한다. 

나는 지난 10년간 한인타운 시니어센터에서 생활영어와 시민권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봉사하며 70~90대 한인들도 얼마든지 영어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오고 있다.

자신이 이해하는 문장은 청취가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 모르는 단어와 표현은 수백 번 들어도 청취가 안 된다. 청취력을 키우기 위해 무조건 TV 앞에서 뉴스나 드라마를 본다고 들리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연음의 특수 패턴, 숙어(idiom) 등을 익히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듣기와 말하기를 훈련하면 누구라도 영어 장벽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종원 LA한인타운 시니어센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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