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에 한국 외국어대학교 영문학 박사과정에 도전하는 권노갑(김대중 재단 이사장)씨 기사를 읽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실감한다. 83세 최고령 영문학 석사 학위 취득에 이어 94세 박사학위 도전은 중장년층은 물론 젊은이들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이중근씨가 회장으로 있는 부영그룹은 직원이 아이를 낳으면 1억원을 지원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이 회장은 84세에 고려대학에서 당당하게 논문을 통과해 정식으로 법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에 사는 많은 한인 시니어들에게 영어에 대한 언어장벽은 여전히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생업에 바쁘다보니 체계적으로 영어를 배울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살면 영어가 저절로 늘고 유창해지는 것이 아니다. 별도로 연습하고 훈련해야 소위 영어 ‘넘사벽’을 넘어설 수 있다. 한국인의 경우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16년간 학교와 사설학원에서 영어를 배운다. 대학졸업 후 직장을 다니면서도 영어학원에 다니며 영어를 정복해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20~30년 영어를 배워도 원어민과 소통이 잘 안 된다.
30여년 전에 한국에서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대사는 10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스라엘 어린이들도 많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스라엘 대사는 6~15세 때 외국어를 문자나 문법이 아닌 소리로 배울 경우 어린이 뇌는 스폰지와 같이 소리를 흡수해 해당 언어의 발음, 억양 등을 쉽게 습득한다는 이론을 소개했다. 어린 시절에 외국어로 된 만화영화나 동요를 들려주고, 점차적으로 드라마와 영화, 소설 등을 스크린 혹은 오디오북을 통해 따라하는 훈련을 하면 원어민과 같은 억양과 액센트로 쉽게 해당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I’m out of here”를 한자씩 발음하지 않고 ‘암아르히어’ 같이 한 호흡에 빨리 발음하면 대부분은 잘 알아듣지 못한다. ‘I met him at the party’를 원어민이 연음으로 발음하면 ‘아메림애러파리’라고 들린다.
언어는 학문이 아니라 습관이다. 그런데 영어를 문자와 문법에 기초한 학문으로 배우니 연음으로 발음하는 원어민과 소통이 안 된다. 소통을 위해선 쓰기와 읽기에 앞서 듣기와 말하기가 선행돼야 한다.
나는 지난 10년간 한인타운 시니어센터에서 생활영어와 시민권영어를 가르치는 강사로 봉사하며 70~90대 한인들도 얼마든지 영어 장벽을 극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해오고 있다.
자신이 이해하는 문장은 청취가 비교적 수월하다. 반면 모르는 단어와 표현은 수백 번 들어도 청취가 안 된다. 청취력을 키우기 위해 무조건 TV 앞에서 뉴스나 드라마를 본다고 들리는 게 아니다.
학교에서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연음의 특수 패턴, 숙어(idiom) 등을 익히면서 새로운 방법으로 듣기와 말하기를 훈련하면 누구라도 영어 장벽을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종원 LA한인타운 시니어센터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