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X’에 대한 일론 머스크의 집착은 유별나다. 그가 창업한 첫 벤처기업은 집투(Zip2)였다. 5,000달러가 전부였던 그의 은행 잔고를 단숨에 2,200만달러로 불려 준 업체다. 머스크는 주변의 반대로 이 회사의 이름을 X.com으로 짓지 못한 걸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의 우주 항공업체 이름도 ‘스페이스X’지만, 10명이 넘는 자녀 중 최애 아들의 이름도 ‘X’로 지었다. 튀르키예 대통령을 만날 때 봐줄 사람이 없다며 안고 가 참석자들을 당혹하게 한 바로 그 아이다. 트위터도 인수 후 회사명을 ‘X’로 바꿨다.
1년 반 전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할 때 핫한 뉴스 중 하나는 대량 해고였다. 직원 8,000여명 중 6,000명 가까이를 잘랐다. 머스크 본인의 말 대로 “그러고도 회사가 살아남은 게 기적”일 정도였다. 해고의 기준으로 삼은 업무 평가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등을 체크하기 위해 직원들의 이메일과 사내 업무용 소통 수단인 슬랙까지 샅샅이 뒤졌다(회사 이메일로는 회사 험담하지 말 것!). 이 무더기 감원은 해고가 다반사인 미국의 기업풍토에서도 잔혹사로 기록됐다.
인수 직후의 일도 통신IT 업계에서는 무모함의 대표적 사례로 전해진다. 당시 트위터의 서버는 새크라멘토의 한 빌딩에 보관돼 있었다. 컴퓨터 30대가 탑재된 랙이 5,200개. 랙은 높이 8피트의 대형 냉장고 크기로 한 개 무게가 1톤을 넘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서버 전체를 오리건으로 옮기기로 했다.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관리업체에서는 말했으나 머스크 팀은 픽업 트럭 한 대와 이삿짐 센터 트럭 몇 대를 빌어 와 직접 손으로 랙을 밀어 옮기기 시작했다. 관리업체 직원들은 ‘경악과 공포에 질린 눈’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머스크가 440억달러에 사들인 트위터는 첨단 엔지니어링 기업이 아니라, 인간 네트웍이 기반인 광고 매체다. 머스크에게는 신 사업 분야. 그는 트위터에 금융거래를 지원하는 결제 시스템을 추가하고, 이용자가 제작한 콘텐츠도 공유하는 소셜 네트웍과 금융 네트웍이 결합된 종합 플랫폼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X.com 을 꿈꾸던 바로 그 때의 계획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에 묻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것이 트위터 인수 후 밝혀진 ‘트위터 파일’에 관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셜 미디어가 여론을 선도하고, 지배하는 시대의 취약점을 일목요연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여론을 조절하고, 나아가 조작까지 가능한 빅 브라더, ‘큰 형님’ 이슈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머스크는 트위터 인수 직후 탐사보도가 전문인 독립 언론인 두 팀에 트윗의 처리과정을 조사하도록 했다. 직원들의 오래 된 사적 대화 파일에 대한 접근권도 허가됐다.
이 조사를 통해 많은 것이 밝혀졌다. 트위터 콘텐츠 팀은 은밀히 트윗을 내리거나 차단하는가 하면, 검색창에 뜨지 않게 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트윗을 조정해 왔었다.
특히 문제인 것은 정치적 편향이었다. 우익 성향 트윗의 억제에 적극적이었던 반면, 상대적으로 진보에 치우친 왜곡이 많았다. 트위터 직원의 정치 헌금 98%가 민주당 쪽으로 쏠린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일례로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더 충격적이고 적나라한 트윗은 깔아 뭉개졌다.
팬데믹 당시 난무한 명백하게 잘못된 트윗의 통제는 당연했으나 정부 발표와는 달랐지만 논쟁 여지가 있는 트윗은 지나치게 억압됐다.
예를 들면 전령RNA 백신이 유발할 수 있다는 심장문제, 바이러스의 중국 실험실 유출설 등이다. 대학 휴교가 코로나 확산 방지에 미치는 효과와 관련한 스탠포드 대 교수의 트윗도 차단됐다. 이 교수가 콘텐츠 관리자들이 운용하는 비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방금 캔디 가게를 사놓고도 미처 자신이 그 가게 주인인 줄 모르던’ 트위터 인수 직후, 머스크는 트위터를 “언론 자유에 기여하는 공론의 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트윗이 그의 사생활이나 사업상 밀접한 이해가 얽힌 중국에 관한 것 일 때는 이중 잣대를 적용했다. “머스크가 말한 ‘언론 자유’는 원대한 이상이었을 뿐”이라고 머스크가 임명했던 ‘트위터 특별 검사’는 말했다.
트위터에 관한한 머스크는 원하는 모든 것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 계정 폐쇄, 트윗 차단은 물론 복원까지. 누가 머스크를 거역하랴? 그는 트위터의 빅 브라더, ‘큰 형님’이었다. 문제는 이런 사정이 다른 소셜 미디어 업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인류사회는 또 다른 ‘큰 형님 시대’를 맞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푸틴과 시진핑 등일 것이다. 역사 발전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갈수록 영향력을 더해 갈 인공지능은 ‘오픈AI’의 지분 다수를 보유한 MS와 ‘딥 마인드’의 구글 등 초대형 기업의 손아귀에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정적 트윗을 퍼뜨리는 일부 계정 등은 러시아 정보국이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미국 정보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트윗의 차단여부는 누가, 어떻게 결정해야 하는 것인가? ‘언론 자유의 난해한 딜레마’라고 이야기된다. 바뀐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는 ‘큰 형님들’, 똑 떨어지는 해결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
<LA미주본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