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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견] 자식이 커가면서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3-04 17:27:15

나의 의견, 로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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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모임 중에 아들을 결혼시킨 부부가 있다. 그 부부는 결혼하면 며느리가 내 가족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내 아들이 나가는 거라고 했다. 자식도 다 필요 없고, 이젠 부부뿐이라고 했다. 이런 얘기를 수도 없이 듣고 있지만 아직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자식은 아닐 거 같은데’라고 말했다. 꿈 깨라는 얘기를 계속 듣는다.

연초에 타주에서 직장 생활하는 아들이 집에 왔다. 외식을 하기로 하고 근처 식당에서 저녁식사를 했다. 서부에 살고 있는 딸은 오지 못해서 음식사진과 지나가는 웨이터한테 부탁해서 가족사진을 찍어 열심히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음식을 주문하면서, “아들이 낼 거지?” “응. 당연히 내가 내지. 나도 돈 버는데” “아이고, 우리 아들 기특하네. 너무 좋네”음식을 다 먹고 계산서가 왔다. 계산서를 받아 든 아들이 머뭇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엄마가 낼까?”라고 물었더니 쏜살같이 “응, 엄마가 내”계산서를 보니 100달러 좀 넘게 나왔다. 

팁은 알아서 적으라고 하니, 웨이터가 친절했다며 25%를 적는다. ‘지가 돈 안 낸다고 막 적는구나. 늙은 어미가 힘들게 버는 돈을 아주 물 쓰듯 써요’라고 생각만 할 뿐 싫은 소리는 내지도 못한다. 잔소리하면 그나마도 집에 안 올까봐서다. 그럼 아들 얼굴도 못 보니까, 눈치 봐가면서 얘기를 해야 한다.

친정부모님으로부터 애가 애를 낳았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첫 아이 키우는 것이 서툴러서 아이 낳고는 100일을 문 밖에 나가지 않았다. 나쁜 공기 쐬면 감기라도 걸릴까봐 배우자 퇴근길에 시장도 봐오라고 했다. 머리통 예쁘게 만든다고 엎어 길렀는데, 혹시라도 코 박고 숨 못 쉴까봐 자면 자는 대로 지켜보고, 눈 떠있으면 심심할까봐 지키느라 엄마는 삐쩍 말라갔다.

그렇게 키운 아들이 돈 100달러 때문에 음식 값을 내지 않다니. 점점 더 주변 친구들의 말이 실감이 난다. “우리 정신 바짝 차려야 돼. 힘 있을 때 우리 살 길 준비해야지 나중에 돈까지 없으면 자식 눈치 보며 살게 된다.”오랜만에 아들 얼굴 봐서 좋긴 한데, 만감이 교차한다. 그러면서 또 생각을 한다. ‘그래, 너 돌날 연필 잡아 공부 잘할 거 같은 기대감만으로도 행복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효도했고. 네가 나오고 싶어서 나왔냐? 내가 낳았지.’ 이렇게 저렇게 나 역시 또 한 살 더 어른이 된다. <로리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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