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개봉된 미국 영화 ‘마션’은 화성 탐사 임무를 수행하던 중 고립된 한 식물학자의 ‘화성 생존기’다. 화성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 마크 워트니는 우주기지에서 물을 만들어내고 감자를 재배해 560여 일 동안 생존하다가 지구로 무사히 귀환한다. 미국 우주항공국(NASA·나사)이 ‘마션’을 연상시키는 화성 체험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나사는 최근 화성 거주 모의실험을 위한 참가자 모집 공고를 냈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선발될 4명의 ‘화성인’들은 미국 텍사스의 나사 존슨우주센터에 마련된 모의 화성 거주지 ‘마스 듄 알파(Mars Dune Alpha)’에서 1년가량 고립된 생활을 하게 된다. 3D 프린터로 만들어낸 158㎡ 크기의 ‘듄 알파’는 물리적 여건을 화성과 유사하게 만든 시설로 전용 숙소와 주방, 의료·작물 재배 기구 등을 갖췄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작물 재배, 운동, 연구, 무중력 유영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장비 고장, 통신 지연, 스트레스 등의 문제에도 대처해야 한다. 나사는 지난해 6월부터 1차로 선발된 4명을 대상으로 모의실험을 진행 중이며 내년 봄에는 이번에 모집된 4명이 참가하는 2차 실험에 돌입한다. 2026년에는 3차 실험이 개시된다.
붉은 행성 화성을 향한 인류의 탐사는 1960년대에 본격화했다. 1965년 미국 무인 탐사선 ‘마리너 4호’가 화성 근접 비행에 처음으로 성공한 데 이어 1971년 ‘마리너 9호’는 화성 궤도에 진입했다. 1976년에는 미국 ‘바이킹 1호’가 최초로 화성에 착륙했다. 나사는 이르면 2030년대 초 화성으로 우주비행사를 보낼 계획이다. 중국은 미국보다 앞서 2031년 화성 표본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온다는 목표를 세웠다. 인류가 달을 넘어 화성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도 머지않은 것으로 보인다.
우주 선점을 위한 강대국들의 소리 없는 경쟁이 한창이지만 한국은 아직도 우주 개발 컨트롤타워도 세우지 못했다. 우주항공청을 조속히 설립하고 민관이 원팀으로 협력해 우주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벌어진 격차를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 강국 진입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신경립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