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81) 대통령이 깜빡깜빡하는 기억력 때문에 말실수를 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바이든이 연설을 할 때면 보좌관들은 좌불안석이다. 언제 어느 부분에서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입을 꾹 다물고 있을지, 나라 이름이나 사람 이름을 잘못 말해서 좌중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 …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바이든이 기억력 문제로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계기가 된 것은 기밀문서 반출 관련 특검 발표. 바이든은 부통령 재직(2009년 1월~2017년 1월)후 퇴임하면서 기밀문서들을 무단 반출한 혐의로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아왔었다. 지난 8일 특검은 그가 고의적으로 기밀문서를 빼돌린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며 형사기소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불기소 결정은 바이든에게 좋은 소식이지만 문제는 문서 반출의 배경. 특검은 이를 기억력 쇠퇴 탓으로 해석했다. 반출하려고 반출한 게 아니라 문서들을 가지고 있었던 사실조차 몰랐을 거란 것이다. 그러면서 특검은 바이든이 장남 보 바이든의 사망연도(2015년)도 헷갈려했다고 밝혔다. 보는 바이든이 가장 사랑했던 장남. 바이든은 즉각 “내 기억력에 문제없다”며 발끈 했지만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해준 것은 오히려 그 자신이었다.
예를 들어 지난 4일 라스베거스 유세 때 그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말한다는 것이 오래 전 사망한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이라고 말했고, 사흘 뒤 뉴욕 모금행사 때는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총리를 역시 오래 전 인물인 헬무트 콜 전 총리와 혼동했다. 그 즈음 백악관에서 연설 중에는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가 떠오르지 않아 한동안 머뭇거렸다.
노년이 되면 단어가 입안에서 뱅뱅 돌며 나오지 않는 경험을 누구나 한다. “거 있잖아, 왜, 전에 같이 만났던 사람, 이름이 뭐였더라, 아무튼 그 사람이 ~ ” 하는 식의 대화에 익숙해진다. 깜빡깜빡 건망증, 기억력 쇠퇴는 나이 들며 피할 수 없는 불청객. 오죽하면 업은 아이 삼년 찾는다는 말이 있겠는가. 안경 끼고 안경 찾느라 헤매고, 셀폰으로 통화하면서 셀폰을 잃어버렸다고 당황하며, 자동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고는 열쇠 찾아 집안을 샅샅이 뒤지는 행동들은 나이 들수록 잦아진다. 며칠 전에 한 행동을 까맣게 기억 못하는 경우도 있다.
60대 초반의 주부 A씨는 2주 전 지인의 초대를 받았다. 초대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그는 간단한 선물을 준비하고는 전날 저녁 선물 꾸러미를 현관문 앞에 놓아두었다. 서둘러 나가느라 잊어버리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한 것이었다.
그런데 역시나~ 또 깜빡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문 앞에 놓인 보퉁이가 뭔지를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었다. “거치적거리게 이런 걸 왜 여기다 두었지” 하며 밀쳐놓고는 그대로 집을 나섰다. “이 정도면 중증 아닌가요” - 그는 지인들에게 하소연을 했다.
연방질병통제예방국(CDC)이 2015년- 2017년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45세 이상 성인 9명 중 한명은 이전 해에 비해 건망증이 더 심해졌다고 답했다.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왜 열었는지 생각이 안 나고, 분명히 잘 아는 사람인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경험들이 다반사가 되는 것이다. 65세 이상 연령층 중 기억력 감퇴를 경험하는 비율은 40%. 그러다 85세 이상이 되면 기억력 감퇴를 넘어 치매가 찾아든다. 두명 중 한명은 치매 환자가 된다.
90살 100살 사는 것이 신기하지 않은 장수의 시대. 체력관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두뇌 건강관리이다. 퍼즐도 좋고 악기 연주도 좋고 외국어 공부도 좋다. 도전이 필요하다. 새로운 경험들이 두뇌에 활력을 준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늙음을 받아들이지만, 그렇다 해도 대통령의 기억력 쇠퇴는 불안하다. 올해는 대선의 해. 80대 노인들 외에는 대안이 없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