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애틀랜타
첫광고
엘리트 학원
경동나비

[뉴스칼럼] 불안해서 외식하겠나?

지역뉴스 | 외부 칼럼 | 2024-02-06 15:12:22

뉴스칼럼,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구양숙 부동산표정원 융자누가 스킨 케어

남가주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동부의 대학에 진학하고 나면 몇 가지 그리운 것들이 있다. 모든 정든 대상들이 그리운 법인데 그중 첫째는 물론 가족. 낯선 곳에서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노라면 푸근한 가족의 품이 그리워지기 마련이다. 아울러 친구들, 사시사철 온화한 날씨가 그리움의 대상인데, 거기에 하나를 더 하자면 대개 인앤아웃이 추가된다.

인앤아웃은 신선한 재료, 깔끔한 맛, 저렴한 가격으로 가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인기 햄버거이다. 어느 지역이든 식당 주차장 입구가 항시 줄을 이은 자동차들로 붐비는 것이 특징. 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근 400개 직영점이 네바다, 애리조나, 오리건, 콜로라도 등 서부에 자리 잡고 있다 보니 동부 등 많은 지역에서는 접할 수가 없다. 그래서 진학이나 취업으로 동부로 이주한 남가주 출신들은 1년에 몇 번 집에 올 때마다 인앤아웃에 가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북가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오클랜드 주민들이 요즘 심란하다. 그 도시의 유일한 인앤아웃이 문을 닫기 때문이다. 2주전 인앤아웃 본사는 오클랜드 지점을 3월24일을 기해 폐점한다고 발표했다. 장사 잘 되는 식당이 문을 닫는 이유는 치안불안. 주변에서 범죄가 너무 많이 발생해 고객들과 종업원들의 안전을 더 이상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경찰 기록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이후 오클랜드 인앤아웃 인근에서는 1,300건이 넘는 범죄사건이 발생했다. 그중 거의 1,200건은 차량털이.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에 몰래 들어가 물품을 훔쳐가는 좀도둑 사건들이다. 인앤아웃 주변에서 특히 많은 범죄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니 식당의 인기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인구 40여만의 오클랜드는 한때 살기 좋은 멋진 도시로 유명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분위기가 바뀌더니 강절도 등 범죄율 높은 위험한 도시라는 악명을 얻게 되었다. 특히 인구대비 차량 내 절도사건이 빈발, 주민 1,000명당 12명이 피해를 입으면서 가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인근 샌프란시스코의 경우는 인구 1,000명 당 5명, LA는 4명 정도.

주민들이 외식하러 나가 자동차 세워두고 식당에 들어가면 절도피해를 입곤 하니 “불안해서 식당에 가겠나”하는 말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범죄다발 - 주민불안 - 영업부진은 정해진 수순. 인앤아웃에 이어 지난주에는 유명 식당체인 데니스가 폐점을 발표했다.

인앤아웃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데니스는 54년 동안 한곳에서 영업을 해온 유서 깊은 식당. 오클랜드에서는 유일한 데니스 식당인데 이 역시 “데니스 직원들과 소중한 고객들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 문을 닫는다고 발표했다. 그뿐이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따르면 인근 스타벅스도 얼마 전 문을 닫았고, 치킨 패스트푸드 전문의 한 식당은 손님들은 받지 않고 드라이브스루 주문만 받고 있다.

기후 좋고 낭만 넘치는 캘리포니아가 왜 이렇게 변했는가. 특히 팬데믹 이후 강절도 등 재산범죄가 폭증했다. 툭하면 백화점에 떼강도가 몰리고, 아파트 단지 내 차량들이 털리고, 현관 앞에 배달된 소포들이 사라진다. 지난 2014년 통과된 프로포지션 47이 눈총을 받고 있다. 재소자 수를 줄이기 위해 950달러 이하 금액의 절도와 마약 소량 소지 및 사용을 경범죄로 분류, 형량을 낮추면서 좀도둑들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이다. 

LA카운티 검찰이 소매업소 절도 강력대응을 위해 지난해 8월 태스크포스를 만든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제대로 된 도시라면 최소한 “불안해서 식당에 못가겠다”는 말은 나오지 말아야 하겠다.

댓글 0

의견쓰기::상업광고,인신공격,비방,욕설,음담패설등의 코멘트는 예고없이 삭제될수 있습니다. (0/100자를 넘길 수 없습니다.)

[법률칼럼] 트럼프의 대량 추방대상

케빈 김 법무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이민자 추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그의 이민법 집행 계획이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벌레박사 칼럼] 카펫 비틀 벌레 퇴치법

벌레박사 썬박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집들은 카펫이 깔려 있다. 카펫에서 나오는 벌레 중 많은 질문을 하는 벌레 가운데 하나가 바로 카펫 비틀(Carpet Beetle) 이다. 카펫

[행복한 아침] 자연의 가을, 생의 가을

김정자(시인·수필가)                                       단풍 여행을 떠나자는 권면을 받곤 했는데 어느 새 깊은 가을 속으로 들어섰다. 애틀랜타 가

[삶과 생각] 청춘 회억(回憶)

가을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그런 생각 중에서도 인생의 가장 치열한 시간은 대학입시를 준비하던 때인 것 같다. 입시를 앞 둔 몇 달, 마지막 정리를 하며 분초를 아끼며 집중했던

[데스크의 창] ‘멕시칸 없는 하루’ 현실화될까?

#지난 2004년 개봉한 ‘멕시칸 없는 하루(A Day Without a Mexican)’는 캘리포니아에서 어느 한 날 멕시칸이 일시에 사라졌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가상적인 혼란을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인사이드] 검사를 싫어하는 트럼프 당선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했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와 해리스가 연일 박빙의 구도를 보였으나 결과는 이를 비웃는 듯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어 모

[뉴스칼럼] 유튜브 채널의 아동착취

가족을 소재로 한 유튜브 콘텐츠가 적지 않다. 주로 부부가 주인공이다. 유튜브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동업 관계다. 함께 제작하거나 동영상 촬영에 협력하면서 돈을 번다. 유튜브 채널이

[신앙칼럼] 차원 높은 감사(The High Level Of Gratitude, 합Hab. 3:16-19)

방유창 목사 혜존(몽고메리 사랑 한인교회)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8). 여호와, 하나님을 감사의 대상으로 삼는

[뉴스칼럼] 슬기로운 연말모임 - 말조심

“아버지가 언제 그렇게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60대의 백인남성은 기가 막혀했다. LA에서 대학교수로 일하는 그는 부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최근 동부에 다녀왔다. 90대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파리드 자카리아 칼럼] 민주당의 세 가지 실수

언뜻 보기에 2024년 한해 동안 나라 안팎에서 치러진 선거는 팬데믹 이후의 혼란과 인플레이션에 휘말린 정치 지도자들을 한꺼번에 쓸어간 거대한 물결로 설명할 수 있을 듯 싶다. 지

이상무가 간다 yotube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