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험이 없다(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 손자병법 모공편(謨攻篇)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지피지기를 위한 필수의 사전 전술은 무엇일까. 스파이를 보내 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따라서 손자는 따로 용간편(用間篇)을 통해 간자(間者), 즉 스파이 활용법을 세분해 서술하고 있다.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의 다섯 가지 간첩의 종류를 이야기 하는데, 활용가치가 가장 큰 것은 적국의 간첩을 이용하는 반간이다.
이 같은 설명과 함께 손자는 한 가지 충고를 곁들인다. 간자, 스파이를 활용하는 데 결코 비용을 아끼지 말라는 것이다.
2,500년 전의 손자의 이 충고를 충실히 따르는 것인지 중화인민공화국은 ‘간자의 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숫자가 얼마인지 중국 공산당국 외에는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 적게 잡아 수 십 만, 아니 수백만에 이르는 것이 중국 스파이다.
2017년 중국 공산당은 극히 ‘중국스러운’ 법을 제정, 공포했다. 국내 14억의 중국인은 말할 것도 없다. 전 세계 곳곳의 중국인 디아스포라들도 중국 정보당국에 협조를 의무화하도록 한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이 법은 정보당국이 중국 국적자 개개인은 물론, 비즈니스까지 스파이로 활용할 수 있는 거의 무제한에 가까운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중국공산당은 이른바 통일전선전략을 통해 해외에 방대한 첩보망을 구축해 놓았다. 그런데다가 이 새로운 법제정과 함께 수십, 수백만의 해외거주 중국 국적자, 객원 연구원, 학생, 기업인들을 이 네트워크에 연계시키고 대대적 첩보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 중국의 방대한 스파이망에 대해 독일은 그동안 꽤나 느긋한 입장을 보여 왔었다. ‘대 중국 투자만이 살길이다’- 지난 수 십 년 간 독일이 일관되게 보여 온 입장으로 서방세계 곳곳에서 암약하는 중국의 간자 스토리는 먼 남의 나라 일인 양 치부해 왔었다.
그러던 독일이 최근 들어 중국 스파이에 대해 노이로제 증상을 보이고 있다. 중국정부장학금(CSC)을 받고 독일에 온 유학생의 거의 대부분이 스파이란 사실 등이 폭로되면서다.
CSC 장학금으로 독일에 오는 중국 유학생은 5,000명이 넘는다. 그 장학금을 받는 데에는 그런데 조건이 따라 붙는다. 중국공산당에 충성을 다짐하는 서약서를 쓰고 중국 대사관과 정기적 접촉을 하면서 지시에 따른다는 조건이다.
이런 식으로 유학생, 연구원, 비즈니스맨 또 현지의 디아스포라 중국인까지 망라된 스파이 조직은 곳곳에 침투돼 산업기술 절취는 물론이고 독일의 정치인들도 접촉, 공작을 벌이고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이 스피겔지 등 독일 언론에 폭로되면서 중국 스파이에 대한 경고등이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현 최악의 이슈는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중국문제가 가장 큰 위협으로 대두되고 있다.’ 독일 정보 당국자의 지적으로 러시아는 한 때의 폭풍이라면 중국은 전반적인 기후변화에 비유된다는 것이 계속되는 설명이다.
날뛰는 중국 스파이들. 이게 그런데 유럽만의 문제일까. 한국 내 중국 유학생 수는 7만여 명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중국 언론홍보업체들이 서울프레스, 부산온라인, 전라오늘 등 국내 언론 위장 사이트 38개를 통하여 친중·반미 콘텐트를 무단 유포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의 4.10 총선을 겨냥한 중국 공산당의 공작 정황이 곳곳에서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