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헌(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절룩대지도 않고
막다른 골목에서
당황스러워하지도 않아본 삶이
세상 어디 흔하랴
가지 위에 맺혀 있는 순백의 꽃송이들
햇살은 머뭇거리다 은근 슬쩍 비껴서고
가지는 제 몫의 짐을 가누다 휘청거리고
꽃망울에 다짐해둔 언약마저
떨고있는 삶의 위를 억누르는
날이 서는 푸른 저녁
그나마 솟구친 문장도
싸늘한 행간에 여울처럼 맴돌다
어지러운 머리속을
헤어나지 못하고 아득하다
얕은 바람에 훌훌 터는 눈송이
녹아내리는 눈물
가지 끝에는 보일 듯 말 듯 터질 꽃망울
멍하니 내다본 창밖
사위는 점점 어둠에 짙어지고
반사된 창문 속의 얼굴
한참을 뚫어 저라 쳐다보다
허릿해진 눈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여니
확 끼치는 찬 기운 머리를 흔든다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