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덮인 들판길을 걸어갈 때
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
걸음을 흐트러지게 걷지 마라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오늘 남긴 나의 발자국이
今日我行跡(금일아행적)
마침내 뒷사람의 길이 되리니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 최여신 -
오언절구(五言絶句)의 시(詩).
마음에 찡한 울림을 주는 글이다.
이곳 Metro Atlanta에서는 좀처럼 겨울(1월)에 눈내린 들판길을 걸어보기 어려운데
어릴 적 한국 시골에선 겨울방학 때(1월) 썰매를 타러 눈내린 들판길을 걸어가곤 했던 기억이 난다.
2024년 한 해는 배려(配慮)하는 마음가짐과 걸음걸음 흐트리지 말고 반듯하게 걸어가기를 다짐해 본다.
"안으로 마음을 밝히는 것은 삼가함(敬)이요 밖으로 행동을 결단(決斷)하는 것은 의로움(義)이다"라는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경의검(敬義劍)에 새겨진 말이 떠오른다.
1948년 남북협상 길에 나섰던 백범(白凡) 김구(金九) 선생은북위(北緯) 38° 선(線)을 넘으면서 이 시(詩)를 읊었다.
선생은 하루에 세 번씩 이 시(詩)를 낭송(朗誦)하고 몸소 실천하였다고 한다.
선생의 생각과 말과 행동의 일치를 이루기 위한 굳은 의지(意志)를 엿볼 수 있다.
최여신(崔汝信)/휴정(休靜)
(1520~ 1604). 평안도 안주 출생. 본관(本貫)은 완산(完山), 아호(雅號)는 청허
(淸虛), 서산(西山), 자(字)는 현응(玄應). 묘향산(妙香山)에 오래 살았기에 서산대사
(西山大師)라 하였다.
임진왜란 때 승병장(僧兵將)으로써 왜적(倭敵)과 싸웠다.
임금(宣祖)이 그의 공로를 크게
평가하여 <국일도대선사선교도덕총섭부종수교보제등계존자(國一都大禪師禪敎都德摠攝扶宗樹敎普濟登階尊者)>
라는 최고의 존칭(尊稱)을 내렸다.
유정(惟正)/사명대사 (泗溟大師)가 그의 제자다.
종우 이한기 (미주한국문협 회원·애틀랜타문학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