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의 계절이기도 했던 연말도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 친구와 동창, 직장과 동호회 모임 등이 이어진 12월에는 술 마실 기회가 잦았다. 곳곳에서 ‘위하여’ 와 ‘쨍그랑’ 잔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섭취된 알코올 양도 많아 간 등 알코올 처리 업무를 맡은 몸도 업무가 가중됐을 것이다. 다음 한달은 이들 장기에게도 회복과 휴식의 시간을 줘야 하지 않을까. 활동에 필요한 칼로리의 상당 부분을 음식 대신 알코올이 공급하는 동안, 차곡차곡 몸에 축적된 지방도 이제 태워야 한다. 그래야 늘어난 허리 치수를 줄일 수 있다.
‘술 없는 1월(Dry January)’ 이란 말을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다. 알코올 우기였던 12월을 보내고, 알코올 건기인 1월을 맞자는 것인데 10여년 전 영국서 시작된 캠페인이다. 갈수록 참여자가 늘고, 한 달 금주 효과가 기대 이상이라는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이 캠페인은 알코올 독을 빼자 거나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자는 거창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 그저 한 달이라도 술 없이 살아 보자는 것이다. 고기처럼 술도 먹어 본 사람이 더 먹게 되는 추세를 그냥 방치하지는 말자는 뜻이다.
술을 끊었더니 수면습관이 좋아지고 생활에 생동감이 넘치는 데다, 체중 줄고, 물론 돈도 아끼고, 피부색과 모발 상태까지 좋아졌다는 자화자찬성 평가는 캠페인 주최측 이야기다. 하지만 런던의 왕립 병원이 캠페인 참가자들을 조사했더니 콜레스테롤, 혈압, 당 수치가 모두 낮아지고 지방 간은 40% 정도 줄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또 다른 의료기관의 보고서는 조사대상자의 70%이상에게서 한 달 캠페인이 끝난 뒤에도 6개월 정도는 과음을 자제하는 음주습관이 지속됐다고 전한다. 한 달 캠페인이 그 이상의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알코올 대체재로 ‘술 없는 술’, 무알코올 음료를 권하는 이들도 있다. 무알코올 음료라고 알코올 성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술의 도수를 말하는 ABV(Alcohol by Volume), 알코올 함유량이 0.5% 이하는 맥주가 아니라 맥아 음료로 분류된다.
맥주를 예로 들면 양조기술의 발전으로 최근 개발된 무알코올 맥주는 전 보다 더 맛있고 맥주 특유의 풍미도 잘 간직하고 있다. 싹 튼 보리를 말하는 맥아, 호프, 이스트, 물이 맥주 원료인데 전통 방식으로 제조하면 도수 3~13%의 맥주가 나오지만 이를 도수 4~7%로 조절해 시장에 내놓고 있다.
무알코올을 만드는 전통 방법은 발효과정을 건너 뛰거나, 맥주를 희석시켜 알코올 농도를 확 낮추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맥주가 너무 달거나, 발효과정이 생략되면서 맥주 특유의 풍미가 없고 맛이 밋밋하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발효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제조방법이 바뀌고 있다. 발효 과정에서 온도를 낮춰 발효 담당인 이스트의 활동을 억제하면서, 발효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맥주 거품의 원인)와 에탄올(에틸 알코올) 중에서 에탄올 성분을 스팀이나 진공 기기로 흡입하는 것이다. 이중 진공 증류가 맥주 특유의 풍미를 더 잘 보존한다고 해서 선호 제조법이다.
무알코올 맥주 제조법이 맥주 보다 더 어렵다. 별도 설비와 기술이 필요하다. 소규모 수제 맥주집에서는 하기 어렵다. 무알코올 맥주는 보관에도 문제가 있다. 알코올의 방부 기능이 없어져 박테리아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저온 살균, 멸균 여과 과정을 거치거나 아니면 방부제를 첨가해야 한다.
이처럼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생산되는 무알코올 맥주는 미국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 맥주’다. 인지도가 낮고, 인기가 없는 것이다. 전체 맥주 소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그나마 지난 4년간 소비량이 30%이상 늘어난 결과라고 한다. ‘술 없는 1월’, 대체제가 필요하다면 맥아 음료, 무알코올 맥주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